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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762

제목 : [2005 HUFS강의상 수상자 강의노하우]최충희교수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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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강의 노하우-동양어대학 일본어과 최충희 교수


가르치는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강의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같은 교수들끼리 서로의 강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궁금함으로 끝날 때가 많다. 특히 나 자신은 언제나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설명하는 게 서툴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강의 노하우를 언급한다는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저 이런 자리를 빌어서 나의 서툰 강의 방식을 고해성사( )하고 다른 분들의 좋은 강의 방식을 배워 앞으로 학생들에게 보다 만족도가 높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

한 학기에 평균적으로 서너개 교과과목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내가 맡고 있는 일본어과 2학년 전공 학생들의 일본어원서독해라는 과목을 예로 들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전공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가능하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어과의 커리큘럼은 일본관련 연구가 가능케 하기위해, 수단으로써의 언어(즉,일본어)는 2학년까지 마스터하게 하도록 되어있다. 내가 맡고 있는 일본어원서독해 과목은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이다. 이 과목은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이나 일본학 관련의 좋은 문장을 통해, 1학년에서 습득한 기본문형을 발전시킨 다양한 파생문형을 익히고 아울러 어휘력, 표현력 등을 다양하게 익혀서 현대어로 되어 있는 어떤 문헌이라도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강의 목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본문 내용을 통해 일본 문학이나 일본학 관련의 전공과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여 3,4학년 때 전공과목 선택을 유도케 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우선 파생문형과 어휘, 표현력 등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에게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을 예습해 오도록 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무작위로 호명하여 호명당한 학생이 새로 나온 한자를 소리 내어 읽고 나머지 학생들이 따라 읽게 한다. 이 방식의 효과는 일본어 어휘를 익히는데 관건이 되는 한자를 익힘과 동시에 정확한 발음을 공개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음은 무작위로 호명된 학생에게 소리 내어 원문을 읽게 한다. 문장을 자연스런 템포와 호흡으로 읽게 함으로써 문장의 호흡을 느끼게 하고 좋은 문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효과가 있고, 아울러 회화에서도 소리 내어 읽은 문장이 자연스레 기억나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작위로 호명된 학생이 일본어문장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고 나 다음, 우리말로 해석하도록 한다. 여기서는 단순한 대역보다는 직역과 의역을 같이 준비하도록 하여 우리말표현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상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수업발표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교과내용을 숙지하게 된다. 즉, 예습에서 수업 준비하느라 내용을 한반 익히고, 또 수업에서의 발표를 통해 다시 한번 내용을 익힘으로써 교재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끝나는 셈이다.

  마지막 마무리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본문내용이나 어법, 어휘등을 내가 설명해 주고 마지막으로 필자나 작가, 작품세계, 일본문화 등에 대해 설명한 다음 강의를 마무리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수업 방식을 학생들이 따라 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강의 첫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해 몇 가지 당부와 설명을 한다. 우선 수업시간에 늦게 온 학생의 지각처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 이유는 무작위로 하루에 몇 번씩 호명을 당하기 때문에 출석을 부를 때 없는 학생은 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석으로 처리하고, 혹시 출석을 했더라도 호명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석으로 처리한다는 약속을 미리 해 둔다. 그리고 번거롭더라도 학생들의 수업 준비 노트(한자읽기, 어법설명, 해석 등이 기록된 것)를 수시로 점검한다. 그리고 시험문제는 가능한 한 많이 낸다는 점을 미리 양지토록 한다. 참고로 2004년도 2학기의 경우, 중간고사는 세 장, 기말 고사는 네 장으로 수업에서 배운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시험에서 다루어 줌으로써 시험에서의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도록 한다.

  이상의 강의 방식을 도입했을 때 학생들의 반발이 크리라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이 자진하여 수업에 들어오고, 또 수업방식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수업에 자율적으로 참가하게 한다고 되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율을 빙자한 강제적인 타율에 이끌리고 싶은 충동이 대학생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즉, 누군가가 학생들을 반강제적으로 끌어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외국어 전공 학생들의 경우는 대학에 들어와서 새로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어가 많기 때문에 타 전공 학생들보다 수업 부담이 어느 정도 더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반 강제적인 수업방식에 이끌려 왔다가 결과가 좋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나의 수업 방식이 진부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으며, 남들보다 친절하지도 않았음을 반성해 보고,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보다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수업이 되도록 분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다. 그리고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수업노트를 볼 때마다 학생들의 성실한 수업준비에 내 자신이 부끄럽고 겸허해 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간을 들여 성실히 수업준비에 임해준 학생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분발하여 좋은 인재가 되어 주길 기대해마지 않는 바이다.

  학생관리비결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로 되어 있는데 역시 나만의 관리비결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 같다. 나는 매 학기마다 내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평균적으로 한 과목 당, 많게는 백 여명, 적게는 5,60명이 들어오는데 가능하면 모든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기억하는 요령은 우선 출석 부르면서 인상착의를 메모해 두고, 눈에 뜨이지 않는 학생의 이름부터 외워 간다. 그 이유는 눈에 뜨이려고 애쓰는 학생은 외우려하지 않아도 절로 외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명이인이나 유사한 인상착의의 학생을 비교하면서 외우면 쉽게 외워지고, 아울러 여러 학생의 이름을 동시에 외우는 효과가 있다. 늦어도 중간고사 때까지는 익히려고 애쓰고, 그래도 익혀지지 않는 학생의 이름은 중간고사 감독을 하며 무료할 때 얼굴과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워 확실히 익히는 방법을 쓰고 있다.

  끝으로 다시 한번 “先生”이라는 한자어의 뜻을 되새겨 본다. 남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고, 조금 더 안다고 해서 다 남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내 자신도 부족하고 흠투성이인지라 남을 가르치기는 부족하지만, 나도 학생들과 더불어 같이 배워간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다. 교육철학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늘 같이 공부하고 배우는 교육자가 되고 싶은 게 나의 꿈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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