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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05 | 조회수 : 803

제목 : EU 운명 가를 ‘두 국민의 선택’은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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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와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 재선거가 4일(현지시간) 동시에 치러진다. 유럽연합(EU)을 유지하려는 주류 정치권과 반EU 성향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당이 맞붙는 이번 투표의 결과에 따라 EU 붕괴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한국시간 5일 오전 7시)까지 이탈리아 개헌 투표가 진행됐다. 마테오 렌치(41) 현 총리는 ‘정치생명’까지 걸고 개헌안을 내놨다. 315명인 상원의원을 100명으로 줄여 중앙정부에 힘을 싣자는 게 골자다.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 탓에 정책이 의회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으므로 행정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다. 개헌론자들은 개헌이 1년에 5억 유로(약 6235억원)의 정치적 비용을 줄여 혼수상태에 빠진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필두로 한 야당 측은 개헌이 총리와 집권당의 권한만 강화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찬성을 5%가량 앞섰다. 15%는 부동층이었다.

개헌안이 부결되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EU 체제에 또다시 균열이 발생할 전망이다. 렌치가 사임하면 내년 상반기 조기총선에서 베페 그릴로(68) 오성운동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BBC방송은 “개헌안이 부결되면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어 세 번째 도미노가 넘어지는 셈”이라며 “포퓰리스트들의 진군이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유로존 내 3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휘청거리면 유럽 경제 전반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헌안이 부결되면 투자심리 위축으로 부실채권 재조정과 증자에 나선 이탈리아 은행권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한국시간 5일 오전 1시)까지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 재투표 결과도 EU 운명을 가를 변수다. 나치 당원들이 만든 자유당(FPO)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45)가 당선되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서유럽에 극우 지도자가 등장하게 된다. 그는 반(反)이민 정책과 오엑시트(Oexit·오스트리아의 EU 탈퇴)를 내걸었다. 이민자 급증과 경제 악화로 인한 국민 불안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5월 대선 결선에서는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2)이 호퍼를 3만863표(0.6% 포인트) 차로 간신히 눌렀지만 헌법재판소가 개표 부정을 이유로 재투표를 결정했다. 그사이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호퍼가 유리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갤럽조사에서 유권자 53%는 트럼프 당선이 호퍼를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BBC는 호퍼 당선 시 내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선거에도 반이민파 포퓰리스트들의 ‘쓰나미’가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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