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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0 | 조회수 : 895

제목 : 해체 위기 속 다시 'EU호' 선장된 투스크…'통합'이 최대과제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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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공산주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폴란드 총리 지낸 보수정치인
현 폴란드 여당 대표와 '정치적 앙숙'…폴란드, 막판까지 반대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정상들이 9일(현지시간)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도날트 투스크 현 의장을 재선출했다.

이에 따라 투스크 의장은 작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해체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EU호'를 향후 2년 6개월간 더 책임지게 됐다.

 지난 2014년 12월 헤르만 반 롬푀이 전 상임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투스크 의장은 폴란드의 반공산주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동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폴란드 자유노조에서 활동한 뒤 정계에 진출, 하원의원을 거쳐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폴란드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투스크 의장은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조국 폴란드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출신국의 지지가 상임의장이 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자신의 조국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임의장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갖게 됐다.

 심지어 그의 조국 폴란드는 투스크의 연임을 막기 위해 EU 외교가에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야체크 사리우스-볼스키 유럽의회 의원을 대항마로 내세워 막판까지 재선을 반대했다.

투스크 의장이 이처럼 폴란드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폴란드의 현 여당의 최고 실세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와의 오랜 정치적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정부는 투스크 의장이 EU 정상회의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폴란드의 국익을 저버린 채 편파적으로 EU를 이끌어왔다고 주장해왔다.

대신 투스크 의장은 폴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EU 회원국 정상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신임을 재확인했다.

 

 EU 정상들이 투스크 의장을 다시 선택한 것은 작년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EU의 고질병을 고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해결사'로 투스크 현 의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스크 의장에게 발등의 불은 영국과의 브렉시트협상이다.

 

 영국이 이말 안에 EU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해오면 EU는 영국과 향후 2년간 탈퇴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EU는 회원국 지위를 박차고 나간 영국에 대해 과거와 똑같은 대우를 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영국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결정을 계기로 유럽 내에서 커지고 있는 EU에 대한 불신과 다른 일부 회원국 내 EU 탈퇴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유럽이 다시 통합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것도 긴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영국 없는 새로운 EU의 비전을 제시하고 다른 회원국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재선을 막판까지 막았던 폴란드 정부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은 EU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비상등이 켜진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유럽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확립하는 게 EU의 앞날을 위해 긴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럽의 시한폭탄으로 거론되는 난민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선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난이 계속돼 난민들의 유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 내부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스크 의장은 재선에 성공한 뒤 "더 좋은 EU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에 앞에 놓인 숱한 난제들은 향후 2년6개월이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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