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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9 | 조회수 : 1423

제목 : '反난민' 바람에 유럽 좌파 연패…'우향우' 정권교체 잇따라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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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우파 최다 득표, 서유럽서도 극우 정당 득세

유럽으로 밀려드는 중동 난민에 대한 유럽민들의 반발심이 커지면서 반(反)난민 정책을 내세운 우파가 상대적으로 난민 친화적인 좌파 정권을 밀어내고 속속 집권에 성공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치러진 크로아티아 총선에서도 중도좌파인 현 정부보다 난민에 강경 대응하는 중도우파 야당 연합이 최다 득표를 하면서 지난달 말 폴란드 총선에 이어 유럽의 '우향우' 추세를 드러냈다.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의 우파 연합은 더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해 중동 난민의 유입을 제한한다는 입장으로, 집권당 사회민주당(SDP)의 난민 정책이 관대하다고 비판해 왔다.

크로아티아의 최대 화두인 경기 둔화뿐 아니라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불안감에 호소한 선거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헝가리가 세르비아와의 국경을 폐쇄한 지난 9월 중순 이래로만 인구 420만 명의 크로아티아에 난민 33만8천명이 밀려들었다.

여야 모두 의회 의석수 과반 확보에는 실패해 정권이 교체되려면 명확한 정치적 노선이 없는 제3당 모스트와 연합이 필요하지만, 변화를 향한 열망을 드러낸 국민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열린 대선에서도 실권은 없지만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HDZ의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가 연임을 노리던 SDP의 이보 요시포비치 전 대통령을 누르면서 변화는 이미 감지됐다.

 

크로아티아 총선 결과는 지난달 25일 폴란드 총선에서 이미 드러난 동유럽의 반난민 정서를 더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다.

폴란드 보수 성향 '법과정의당'(PiS)은 '7천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중도 성향의 집권여당 시민강령(PO)을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특히 법과정의당의 야로소브 카친스키 당수는 "난민들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원색적인 선동으로 난민 혐오 정서를 선거 과정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서유럽행 난민들의 주요 통로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나온 이런 결과들은 유럽 경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몰려드는 중동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보다는 '자신의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크로아티아 유권자 마리야(71) 씨는 로이터통신에 "나는 이 사람들(이민자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민 문제가 내 표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는 경제적 번영, 젊은이와 노인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에게 통로를 제공하는 국가의 정권이 잇따라 바뀌면 유럽 난민 이슈 전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 난민 반대진영의 선봉에 서 있는 헝가리가 앞서 이민법을 개정하고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의 국경을 차례로 닫으면서 발칸반도의 난민 경로에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동안 헝가리를 통해 오스트리아로 들어가던 중동의 난민들은 헝가리 국경 폐쇄로 인해 크로아티아를 거쳐 서유럽행을 택하고 있다.

그 결과로 크로아티아의 난민 유입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자 연쇄적으로 크로아티아의 정권이 교체될 상황에 이른 셈이다.

주로 통로국인 동유럽 국가 정권의 보수화는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인 서유럽 정부들과 각국 의견과 상황을 조율해 난민 정책을 세워야 하는 유럽연합(EU)에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동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난민 정책을 써온 서유럽 정부들은 반 난민 여론이 커지면서 당장 내부에서 역풍을 맞는 상황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파트너들과의 갈등으로 포용적 난민 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난민에 관대한 편이던 오스트리아도 국경에 울타리 건설 방안이 거론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의 극우파는 두드러지게 세를 넓히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달 18일 열린 총선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우파 정당이 대승을 거뒀다.

극우 성향의 제1당 스위스 국민당(SVP/UDC)은 지난번 총선의 지지율 26.6%에서 2.8% 포인트 늘어난 29.4%를 얻었으나, 좌파인 사회민주당(SP/PS)은 지지율이 불과 0.1% 포인트 늘어난 18.8%에 그쳤다.

지난달 치러진 오스트리아 빈 시장 선거에서는 사회민주당이 시장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난민 저지용 장벽 설치를 주장하는 극우 자유당이 2010년 선거 때보다 4.9%포인트 오른 30.7%를 득표했다.

최근 독일 언론 빌트암존탁이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난민 반대 입장인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이 불과 1주일 전보다 1%포인트 높은 9%로 올라 1%포인트 떨어진 급진 '좌파당'과 동률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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