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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8.31 | 조회수 : 299

제목 : [090831] 새학기 준비 : 선택하기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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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준비 : 선택하기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 할 일을 정돈해 봅니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읽고 쓰고, 학회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온갖 위원회에 참석해야하고, 이것저것 제출해야할 서류 많고, 그리고 강의는 서너 과목이나 됩니다. 무슨 일부터 손을 대야할지...근심부터 앞섭니다. 우왕좌왕하다보면 시간만 흐르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보면 어느새 학기말이 되어버립니다. 학기말이 되어서 돌이켜보면 뭔가 많은 일을 한 것은 분명한데 도무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애매할 것입니다.

시간은 없고, 해야 할 일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Seven habits of effective people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해야 할 일을 나열한 다음 네 종류로 분류하고, 일을 순서대로 하라고 합니다. (1) 중요하고 급한 일, (2)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2)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4)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 하지만 이 조언이 한국에서 잘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빨리 빨리"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일이 급한 일 같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급한가 아닌가를 파악하는데 하루가 다 가버릴 수 있을 테지요.

한 가지 제안드릴 방법은 일거리 하나하나를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관을 결정하는 선택입니다. 과연 시간과 정열을 "실적 채우기"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업적"을 위할 것인가. 실적을 위한 노력에는 확실한 보답이 돌아오되 허전함이 안겨질 수 있습니다. 반면, 업적을 위한 정성에는 흐뭇함이 고이되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연히 실적과 업적이 일치하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 선택은 어느 누구도 말해 줄 수 없으며, 각자의 가치관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임 교수님들은 "실적"에 신경 쓰셔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강의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좋은 강의는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강의가 좋아지게끔 준비할 시간이 넉넉하게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너 과목을 다 훌륭하게, 마음에 흡족하도록 준비할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이 때 선택을 해야 합니다. 모든 과목에 비슷한 시간을 할애하여 모든 과목이 비슷하게 부족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한 과목이라도 충분하게 준비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 중에 한 과목을 선정하여 그 과목만큼은 철저히 준비하는게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교수의 강의 스타일과 강의하는 습관은 첫 2년 안에 굳어버린다고 합니다. 신임 교수 시절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강의를 소홀히 하면 훗날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강의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습관을 배우기는 쉬워도 버리기는 너무 힘듭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매 학기 단 한 과목만이라도 강의 준비에 심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매 학기 다른 한 과목을 선택하여 열심히 준비하면 2~3년 후에는 가르치는 모든 과목이 훌륭하게 준비됩니다. 첫 2~3년 동안 시간을 투자하면 20~30년 동안 내내 되돌려 받게 됩니다. 강의에 기술을 도입하는 초기에는 시간 투자가 요구되지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강의는 결국 시간을 몇 배로 남겨 교수님께 되돌려 줍니다.

이번 새 학기에 한 과목을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자주 가르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 여러 기술을 실험해 보시겠다면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이나 고학년 과목을 선택하시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적을 고려한다면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과목이나 학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과목을 선택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출처 : 새시대 교수법; 조벽, 한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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