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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10 | 조회수 : 200

제목 : 왜 신 북방정책인가(2013.05 서울경제)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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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러시아연구소장)

21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북방국가, 특히 러시아와의 전면적인 경제협력 및 정치외교관계 강화를 골자로 한 '신 북방정책'이 발표됐다.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추진을 천명한 신 북방정책은 현재 다양한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 유용한 출구를 제공해준다.

새 시장 확보하고 동북아평화 기여

최근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내수침체와 투자위축에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한국경제가 장기저성장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점차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한 시점에서 10년 내 세계 5위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것이 전망되는 러시아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주는 기회의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경제현대화와 국가기간산업 개보수에 최우선적으로 배분함에 따라 최근 각지에서 투자ㆍ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다. 고유가의 호황을 산업구조 재편과 더불어 도로ㆍ주택ㆍ공항ㆍ항만ㆍ고속철도ㆍ석유화학단지ㆍ유전시추플랜트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러시아는, 중동의 건설ㆍ플랜트 특수가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러시아는 그 영향권하에 있는 독립국가연합까지 포함하면 약 3억인구의 거대 상품시장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3국이 구축한 관세동맹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탈소비에트 공간에서 새로운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연합(EAU)이 움트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EAU의 탄생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신 북방정책은 단순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적 기회공간 확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신 북방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핵심 어젠다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의욕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즉 '남북러 가스관 연결' '전력망 연계' 'TKR-TSR 연결'사업은 남북한 관계 개선과 신뢰구축을 전제로 하기에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아울러 러시아가 주도하는 시베리아ㆍ극동 지역의 에너지개발과 석유ㆍ가스관 부설, 유라시아대륙횡단철도망 구축, 북극항로의 개척과 이용 등은 역내 이해 당사국 간 다자적 대화와 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현재화할 수 있는 최적의 틀을 제공하기도 한다.

러 신동진정책과도 이해관계 일치

1980년대 후반 동유럽공산권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추진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펼쳤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정책과 전면 조응하면서 큰 성과를 냈다. 1988년 소련ㆍ동유럽제국의 전격적인 서울올림픽 참가와 1990년 한ㆍ소수교가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신 북방정책도 낙후된 시베리아ㆍ극동 지역의 조속한 개발을 위해 수백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아시아ㆍ태평양세력으로서의 지정학적ㆍ지경학적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이른바 신 동진정책과 많은 부분 이해관계가 수렴된다.

이렇게 볼 때 양국 정상이 참여하는 한ㆍ러대화 지속, 자유무역협상(FTA) 추진, 비자면제협정 체결 등 러시아에 대한 다면적 접근 강화를 추동력으로 하는 신 북방정책은 한국의 경제영토 확장과 외교적 자율성을 증대시키는 가운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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