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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10 | 조회수 : 149

제목 : 한러 정상회담에 바란다(2013.09 매일경제)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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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러시아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8차 G20 정상회의(5~6일)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번 참석은 박 대통령의 첫 다자회담 데뷔 무대이기도 하지만 취임 후 미국, 중국에 이은 주변 4강 순방외교 성격도 지닌다. 방러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처음으로 양자회담도 할 예정이다.

한ㆍ러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급변하는 대내외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로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한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협력의 밀도나 지경학적 상호작용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때 이 관계는 아직까지 외교적 수사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략적 협력 방안에 관한 무수한 논의와 제안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국은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서 잘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끊임없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한ㆍ러 관계가 전략적 계획 위에서 수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박근혜정부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수준으로 대러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세계 8위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작지 않은 국제정치ㆍ경제적 기회와 가능성을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지위 획득과 2006년 반기문 외무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지지가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둘째는 21세기 접어들어 한ㆍ러 간 지경학적 연계성이 현저히 증대되면서 러시아가 한국의 경제이익 증대에 기여하는 `기회의 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유라시아 허브 국가 러시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고, 신동진정책으로 표현되는 푸틴 정부의 시베리아ㆍ극동지역 개발은 한국 기업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한다. 이 밖에 북극항로 개척과 북극해 자원개발, 남ㆍ북ㆍ러를 잇는 3대 메가 프로젝트(철도, 가스관, 전력망)는 유라시아대륙으로의 경제적 웅비를 보장해 준다.

셋째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한ㆍ러 양국이 추구하는 지정학적 이해구조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비롯해 남북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와 평화통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기구 창설 등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러시아의 이런 입장은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 핵심 어젠더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방향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박근혜정부가 북핵 위기 가속화에 제동을 걸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역내 주요 국제적 현안에 대해 동일한 전략관을 공유한 러시아의 존재론적 가치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러시아는 욱일승천하는 중국에 가려 있었고 한ㆍ미 동맹적 위계질서에 눌려 있었다. 이제 관성적으로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냉전의 타력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러 협력이 제공해주는 다중적 가치를 국익 증대와 지정전략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도를 극복하고 에너지, 식량 부족시대를 대비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G2 사이의 균형외교를 모색하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번 한ㆍ러 정상회담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는 `첫 단추`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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