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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21 | 조회수 : 997

제목 : 엄홍길 대장의 '도전의 삶 이후 찾아온 나눔의 삶' 글쓴이 : 발전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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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엄홍길이 강연 무대에 오르자 모교 후배들의 환호성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머리카락이 희끗한 엄 대장은 나이차이가 30살이 넘는 후배들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저 02학번입니다" 후배들은 호칭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덜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외쳤다. "선배님! 선배님!" 지난 9일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나눔톡톡 콘서트의 주인공, 산악인 엄홍길씨의 토크콘서트는 1시간 30분동안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선배님, 한 평생 도전하신 히말라야 등반이 끝났잖아요. 이제는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실 계획이세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 고봉 16좌를 모두 등정한 엄홍길 대장이 앞으로 '더 도전 할 높은 산이 없다'는 건 성공과 함께 정체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묻어있는 질문이었다. 강연장의 청중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이 모르는 또 다른 높은 산에 도전하는 건 아닐까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히말라야가 아닌 제 인생의 새로운 17좌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었다. 엄 대장은 2010년 5월,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의 네팔 팡보체 마을에 어린이들을 위한 '휴먼스쿨'을 만든데 이어 지난해 네팔의 타르푸 지역에 2차, 올해 2월 룸비니지역에 3차 휴먼스쿨을 세웠다. 1985년부터 22년간 히말라야 봉우리만 쳐다보며 도전을 꿈꾸던 엄 대장이 이제는 산봉우리가 아닌, 산 아래 마을로 시선을 옮겼다.

"함께 산을 오르다 숨진 산악인, 셰르파들의 유족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히말라야 산이 제게 준 감동을 그곳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학교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를 오르다 함께 사투를 벌이던 후배 6명과 셰르파 4명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엄 대장은 살아남은 자로서 히말라야에 되갚는 삶을 택했다. 앞으로 13개의 '휴먼스쿨'이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더 들어설 계획이다.

"인연은 새로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엄 대장이 히말라야 16좌 등정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린 건 95년에 만난 스페인 동료의 제안을 받고서다. 스페인 동료는 모든 등정 비용을 대신 내주겠다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엄 대장은 낯선 팀에 합류 해 2번의 실패 후 세 번째만에 등정을 성공했다. 이 때의 성공으로 나머지 히말라야 8000m 봉우리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엄 대장은 이후 16년에 걸쳐 16개 고봉을 완등했다. 팡보체에서 우연히 만난 다리를 저는 아가씨의 수술을 한국까지 와서 성공적으로 해줄 수 있던 것도 네팔에서, 한국에서 손을 내미는 인연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엄 대장의 도움으로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 그 아가씨는 간호학교 수업을 마친 뒤 팡보체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엄홍길 휴먼 재단'이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과 히말라야 휴먼스쿨 프로젝트를 매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여러 인연의 덕분이라고 엄 대장은 말했다. 고산지대에 학교를 짓는 휴먼스쿨 프로젝트는 돈이 많이 든다. 건축 자재를 수급하는 비용도, 해발 4000m 마을까지 운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충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니 이제 많은 분들의 후원과 기업의 기부가 늘었습니다" 라며 엄 대장은 웃어보였다. 3차, 4차 휴먼 스쿨 건립부터는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생겼다.

엄 대장은 국내에서도 복지부 산하 휴먼네트워크와 인연을 맺어 1:1 멘토링을 하고 있다. 엄 대장은 멘티와 꾸준히 연락하며 본인이 입었던 등산복을 선물하기도 하고, 함께 산행을 하면서 '함께 성취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도록 돕고 있다. 재단 행사의 일환으로 매 달 젊은 사람들과 중장년층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등산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엄 대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전'과 '끈기'의 동력을 자처하고 있다. 엄 대장은 강연장에 모인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이 인생의 목표와 꿈을 향해 힘차고 멋지고 아름답게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주변을 항상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 "외대 다니셨잖아요, 대학시절엔 수업 어떻게 하셨어요?" 엄 대장은 허허 웃으며 짧게 답했다 "그냥, 교수님에게 혼나기도 하면서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엄 대장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외대 중문과에 입학한 후 체육교육학 석사까지 마쳤다. 학구열마저도 포기를 모르는 도전가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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