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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03 | 조회수 : 1503

제목 : [10.11.03] 동료 교수에게 '강의법 과외' 받는 교수들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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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건 고치자" 서울대 강의 컨설팅… 수업 동영상 보며 상담받아
컨설팅 전문 민혜리 교수 "나쁜 습관 바꿀 기회죠"

"교수님 말씀 위주로 강의가 진행됩니다. 파워포인트 자료는 쟁점별로 잘 만드셨는데, 정작 학생들이 생각하고 말할 시간은 주지 않으시네요. 자문자답(自問自答) 하는 편이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CTL) 강의분석실. 평면TV 앞에서 사범대 역사교육과 양호환(53) 교수가 CTL 교육지원부 민혜리(47)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화면엔 이틀 전 촬영한 '역사교육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강의 중인 양 교수가 보였다. CTL의 '교수 강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신청한 그가 민 교수로부터 '강의법 과외'를 받는 중이다. 민 교수가 A4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교수 강의 컨설팅 전문가인 서울대 민혜리(오른쪽) 교수가 역사교육과 양호환(왼쪽) 교수의 수업 동영상을 함께 보며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75분 수업을 분·초 단위로 기록한 이 분석표를 보시면, 교수님이 열네 번 질문을 던지시는데 그 중 절반을 직접 답하셨습니다. 학생 참여를 더 적극 끌어내야 합니다."

양 교수는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참여도를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말하는데, 점점 제 위주로 간 것 같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 교수가 "한곳에 서서 강의하지 말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움직이면서 말씀하시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며 칭찬도 했다.

서울대에는 양 교수처럼 자기 강의를 되돌아보기 위해 '강의 컨설팅'을 의뢰하는 교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1년 이후 몇 년간은 신청자가 4~5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6년(55명)부터 작년(92명)까지 최근 4년 동안 급격히 늘었다. 올해도 10월까지 65명의 교수가 이 과정을 거쳤다.

컨설팅은 '강의 촬영 및 수강생 설문→자기 분석→대면 상담'으로 진행된다. 양 교수는 "화면으로 내 강의 모습을 처음 볼 때 아주 괴로웠다"며 "유쾌하진 않지만 20년 강의한 '역사교육론'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양 교수처럼 정년이 보장된 중견 교수가 컨설팅받는 경우는 드물다. 교수끼리 수업에 대해 서로 지적하는 일은 어색하고 금기시돼 왔기 때문이다.

나용수(36·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교수 생활 4~5년 안에 교수법의 기본을 확실히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재작년 조교수로 임용되자마자 강의 컨설팅을 받았고, 최근에도 '공학수학2' 수업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민 교수는 "2년 전 설문 결과에 비해 '학생 참여를 유도한다', '피드백이 원활하다'는 칭찬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말이 빠른 편이라 '수업이 빠르다'는 불만도 나왔는데 참고해달라"고 조언했다.

민혜리 교수는 "컨설팅하다 보면 수업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고, 자문자답하거나 질문을 전혀 던지지 않는 악습관 등을 관찰할 수 있다"며 "컨설팅받는 마음은 편치 않겠지만 학생 입장에서 자기 강의를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2010년 11월 3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03/2010110300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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