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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24 | 조회수 : 465

제목 : 세크문작(4) 평가 방식 조정(2) 글쓴이 :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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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크문작(4) 평가 방식 조정을 공지한 후 여러 학생으로부터 '분노와 우려가 뒤섞인' 답글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왜 부정행위자들을 응징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주며, 성실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는가?"입니다. 또, "부정행위 혐의자를 다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모두 모여 실명으로 난상토론 한번 벌였으면 속이라도 후련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 글에서 빠트리거나 놓친 내용 한번 더 강조합니다(앞 글에도 추가로 올렸습니다).

 

※ 평가 원칙

1. 성실한 학생들이 성적상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임(마음의 상처는 이미 크게 받았겠지만, 이건 저도 마찬가지임). 학기말시험 채점 결과와 비교하여 1안)과는 다른 가중치를 적용할 것임.

2. 2안)의 목적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던 일반 학생들 중 낮은 성적(F)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최소한의 수준까지 구제해주기 위한 방안이지 부정행위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람.

 

부정행위자들이 깨끗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합당한 처분을 받겠다고 밝혀왔다면 좀 더 쉽게 아물수도 있었던 상처였습니다. 또 부정행위를 목격한 학생들이 분노와 정의감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삭히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제보에 참여하고, 평소에 부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면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현 사태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부정행위 가능성에 대해서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저의 불찰이며 잘못입니다. 어린 제자들을 그런 냉혹한 시선으로 봐야 할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 세크문작이 여러 면에서 최상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최악의 시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제 수업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던 모든 학생들에게 저는 마지막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저의 제안은 어떤 특정 학번 학생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강자 중 부정행위를 했던 모든 학생들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면 이번 학기는 깨끗이 포기하고 재수강 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 두 과목을 한, 두 학기 늦게 다시 듣는다고 해서 여러분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수강하게 되면 신분이 노출될까봐 두렵다고요?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반 학생들도 성적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을 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신분이 노출될 염려도 별로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다면 다른 학우들의 마음의 상처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전긍긍했던 여러분의 마음도 편해질 것입니다. 말로만 하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반성은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 제 품에는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틈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편견 없는 맑은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대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안이지 강요가 아닙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여러분의 의사를 내일 12/25 (수) 오전 9시까지 이메일(shkim244@hufs.ac.kr)로 밝혀주기 바랍니다. 이번에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한다면 졸업할 때까지 내내, 또 사회에 나가서도 마음 한 구석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믿어 보겠습니다.  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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