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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27 | 조회수 : 728

제목 : 부정행위 사태에 대한 학과 조처(6): 재수강요청문 글쓴이 :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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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은 본인이 공개에 동의한 것임.

 

존경하는 교수님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해야 할 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교수님께서 학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리신 글을 한번, 또 한 번 자세히 읽어 보았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제 잘못을 가감없이 자진신고 하였고, 또한 그 행동에 대해서 깊게 반성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수님 앞에서와 아닌 곳에서 교수님에게 이면적인 모습을 보이는 행동을 일체 하려는 의도도 없었습니다. 교수님들을 기만하려는 의도 역시 없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과의 원로 교수님으로써, 그리고 저희들의 선배이자 인생의 조언자로써 저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옳은 길로 인도해 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저에게 내밀어 주신 그 손을 꼭 잡아 넘어져버린 지금의 상황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 새롭게 달려보고 싶습니다.

 

요청한다는 말을 하기도 송구스럽습니다. 교수님. 저에게 세/크어 문법 작문(4) 과목에 대해 F 학점을 주시고 저를 한 번 더 믿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교수님께서 주실 F 학점, 저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합니다.

 

새로운 마음가짐, 그리고 새로운 자세로 처음부터 교수님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간곡한 마음과 죄송하다는 온 마음을 다해 교수님께 눈물로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교수님께서 저, 그리고 저의 동료들에게 주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교수님께 진심을 다 해 말씀드리면서 또 한 가지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한 번 들어 봐 주시겠습니까? 앞서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저의 잘못에 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고, 이렇게 교수님께 진심어린 호소로써 다가갔습니다. 다만 제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제 앞으로 용기를 낸 저와 제 친구들에게 찍힐 부정행위자라는, 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따라다닐 주홍글씨입니다.

 

그리고 또, 저는 저희 말고도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떳떳한 척, 깨끗한 척 하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미치도록 제 마음을 찔러옵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행동이 난세의 영웅인 양 생각하고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죄를 저희가 저지른 죄의 그림자로 가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잘못만 표면에 내밀어 해수면 아래에 보이지 않는 빙산의 모습처럼 그들은 행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8 장 7 절에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저 여자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그러자 사람들은 아무도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였고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단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저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단죄를 내려야 한다고 눈물로써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짧고 두서없는 이 글이, 교수님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다가갈 수 있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랍니다!

 

교수님, 마지막으로 저는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저희 부모님과, 저의 명예와 저희 조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다시금 교수님과 제가 왕산의 푸르른 3월의 봄빛 아래 행복한 웃음으로 강의실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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