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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13 | 조회수 : 930

제목 : 안성기 동문 '생명력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 글쓴이 : 발전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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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가수, 연기자 등에‘국민’이라는 수식어가 흔 하게 붙여지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국민’이라는 수식 어를 붙일 수 있는 연예인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국민’이라는 말은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연기자 적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동시에 엄격한 자기 관리로 공인으로서 신뢰를 하고 존경을 할 수 있는 연예인에게 붙여지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 다. ‘국민배우’란 타이틀을 떠올릴 때 스스럼없이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안성기 동문이다.

배우 같지 않은 국민배우
친구 결혼식이 있다는 토요일 오전, 서초동 법원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작년 연말까지 한*중*일*홍콩 4개국이 공동 투자한 시대극‘묵공(墨攻)’을 촬영했고 지금은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서 대통령역을 맡아 촬영하고 있어요. 영화 일도 영화 일이지만 작년부터 새로 맡은 일들이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2005) 집행위원장,부산국제영화제 부위원장, 배우협회 이사장 등을 맡았거든요. 제대로 하려고 하니깐 힘이 많이 들어요.”‘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차인표, 조재현 다음에야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상당히 의외(?)였다’는 말에 안 동문은 으레 그 친근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좀 섭섭하기는 한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 같아요. 영화에 대한 기획이 젊은 층에 치중되다보니 배우도 젊은 사람 위주로 꾸려지는 것 같고. 촬영장에서 제가 최고 연장자인 경우도 있어요. 임권택 감독님 외에는 현장에 있는 감독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이에요. 그렇다보니 중견 배우들의 역할에 대한 비중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데 사실 아쉬운 점이 많지요. 하지만 배우로서 매력을 간직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관객들이 좋아하고 관객들이 좋아하면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결국 본인이 하기에 달린 거죠.”
아역배우로 시작해 1977년 성인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안 동문은“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는 말로 영화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설명했다.
“지금은 다양한 배우들이 포진해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가 못했어요. 사실 군(群이) 형성돼야 거기에 힘도 실리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영화를 같이 하면서 서로를 격려해줄 또래 친구가 없이 배우를 해온 셈이죠. 70년대나 80년대 모두 시대가 그렇다보니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작품 보다는 사랑 얘기에 치중한 작품들이 많았고 영화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어요. 내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나 또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행동을 더 절제를 하게 된 것도 배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려보는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 당시 저 같은 배우가 많았다면 역으로 폼 나는 배우로 서 있었을 것 같아요.”
바보, 중국집 배달부, 살인범, 불법 체류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현실에 있는 인물처럼 깊이 있게 묘사해내는 그는 요즘‘제대로 된 악인’역할을 하고 싶단다.
“‘깊고 푸른 밤’에서 맡은 역할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운명적인 이미지 가 강했고‘인정사정 볼 것 없다’도 틀림없는 악인인데 좀 모호했던 것 같아요. 선악구조가 분명하게 그려지는 아주 비열한 역할 있죠? 무의미한 악인이 아니라 시나리오 상에서 매력이 느껴지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그런 악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위해 스크린쿼터 유지되어야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 점유율이 50%를 넘는 현실에서 일각에서는 스크린쿼터 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쌀을 비롯한 농업 전 부문에 걸쳐 본격적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스크린쿼터는 경제성장의 장애물이며, 심지 어 영화인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문제 제기까지 나오고 있다.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위원장으로서 그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영화를 잘 만들면 관객들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화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50%가 넘는 것은 스크린쿼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스크린쿼터가 없으면 한국 영화의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안 동문의 설명에 따르면 스크린쿼터 일수가 146일인데 물량 자체에서 미국은 수백편이고 우리나라는 이제 80편 정도로 1년을 채울 수 있는 편수가 아니라는 것. 특히 직배사가 대형 자본으로 무장된 블록버스터 영화를 b급 영화와 함께 배급하면서 한국 영화를 거는 극장주에게는 추후 배급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따라서 한국 영화를 기피, 결국 한국 영화 제작을 위한 자본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우리나라 역시 멕시코나 대 만의 영화산업처럼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동문은 작년에 있었던 유네스코의 제33차 총회에서 세계 문화 다양성 협약의 채택이 바로 스크린쿼터제의 정당성을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문화상품은 다른 무역 상품들과 달리‘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154개국이 참여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4개국이 기권, 148개국이 찬성했어요. 한국의 스크린쿼터나 방송쿼터처럼 문화상품 보호 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규정인 셈이죠.”
영화인들이 먹고살기 위한 일차적인 문제였다면 이처럼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안 동문의 말이다. 교수들을 불러 세미나도 하고 스크린쿼터와 관련된 학습을 하면서 우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고.
이처럼 영화 지킴이 외에도 안 동문은 유네스코 홍보대사로서 기부나 자선,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동문은“생각을 먼저 하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화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며“앞으로도 영화인으로서의 삶과 함께 계속될 자신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곳이 영화계
‘좋은 시나리오를 보면 가슴에서 뭔가 끓어오른다’는 안 동문. “시나리오를 보면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잊어먹어요. 또 촬영하다보면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라며 후회도 하죠. 그런데 또 시나리오를 보면 끓거든요. 작품에 캐릭터가 잘 표현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하게 되죠.”
그러면서 안 동문은 영화 분야에서 일하길 원하는 후배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영화계가 사람이 다양하고 엉뚱하게 모이는 곳이에요. 하지만 공통점은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너무나 이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은 모이라는거죠. 일반적인 사회의 잣대를 대고 그러면 이쪽은 힘들어요.”
그는 지인의 경조사나 모임, 행사에 참석하면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렇기에 개교 50주년 행사라든지, 신년회, 문화예술인 동문 모임 등 학교와 동문회가 주관하는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해 동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를 자주 볼 수 있다.
배우에게 가장 바쁜 연초에 그를 <동문회보>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인간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국민배우라는 별명 외에 혹시 희망하는 타이틀이 있느냐는 물음에“그냥 배우가 좋다”는 심심한 답변을 내놓은 안성기 동문.
주연과 조연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맡은 역할에 몰입한 그를 영화에서 만나는 일은 우리 시대가 만난 흔치않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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