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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4.08 | 조회수 : 1105

제목 : [08.04.08] 홍콩에 명문대(大)가 많은 이유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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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인구 대비당 명문 대학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인구 700만명 남짓한 홍콩이다. 매년 글로벌 교육 전문 기관이 평가하는 세계 최우수 대학 랭킹에는 홍콩대학과 중문대, 홍콩과기대 등 3개가 상위 50위권 안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고위 간부급 경영자를 양성하는 경영대학원(EMBA)의 경우, 지난해 홍콩과기대가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홍콩이 싱가포르와 쌍벽을 이루는 아시아의 교육 최강국(强國)으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홍콩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오히려 초·중·고 단계부터 교사와 학교, 학부모 등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땀방울과 노력이 원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년 넘게 영어 교사로 봉직한 천융콴(52)씨. 그는 교사 재임 중 3년마다 LPTA(language proficiency assessment for teachers)라는 시험을 치렀다. 영어 교사로서 적절한 수준을 갖추고 있는지 듣기·말하기·쓰기·읽기 평가는 기본이고, 전문 교육기관에 들어가 '교실에서 1시간 동안 100% 영어 수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다각도로 측정받았다.

"불합격한 사람은 두 달 동안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받고 다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퇴출 당해야 했어요." 3년여 전까지 LPTA는 합격률이 30~40%에 그쳐 '공포의 관문'으로 불렸다.

그는 "매주 20시간의 수업과 잡무 이외에 교재개발, 교수법 향상, 영어 실력 향상 등을 위해 10여 개의 잡지와 전문지를 정기구독하며 공부를 했다"고 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는 3년마다 관리 조직, 교수 및 학습, 학생의 학업성취도 등 네 개 항목에 따라 교육부의 평가를 받는다. '성적표'는 교육부와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유리알처럼 공개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지원금이 줄고 최악의 경우 폐교 당하는 만큼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홍콩 56개 국제학교들은 연중 신문·TV광고로 자신을 홍보하며 치열한 생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한 국제학교 교사의 증언.

"교사들은 이 학교에서 실력을 인정 받으면 다른 학교로 이적료를 받으며 옮기는 '프로'예요. 연봉도 전년도 실적에 따라 다르고, 해고나 퇴직은 두 달 전 상대방에게 통보하면 됩니다."

당연히 대우도 천차만별이다. 최고 명문으로 통하는 홍콩인터내셔널스쿨(HKIS)의 최우수 교사들은 고급 주택과 함께 최소 10만 홍콩달러(약 1220만원)가 넘는 월급을 받는다. 반면 중·하급 국제학교 교사들의 급여는 월 3만 홍콩달러 수준이다.

학부모협의회(PTA)가 교장을 퇴출시키거나 문제 교사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국제학교들은 학기 교과 과정 개편 때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정부도 '교육 최우선주의'를 앞장서 실천 중이다. 단적으로 홍콩 정부의 지난해 교육예산은 570억 홍콩달러(약 6조8000억원)로 총 예산의 23%를 차지, 단일 부문으로 가장 많았다.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수반은 "교육이 오늘의 홍콩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경쟁과 자율을 보장하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는 홍콩 교육 시스템은, 전 국민이 수십 년째 '교육 대란'의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가 꿈꾸기에는 너무 먼 나라 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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