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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1.06 | 조회수 : 1390

제목 : [08.11.24][나의 강의시간]수업방법보다 마음이 먼저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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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수업방법보다 마음이 먼저  - 이 준 한국외대·교직과정

대학원생 시절 박사과정 세미나 시간에 교수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교육학, 특히 교수방법을 전공한 교수님들의 수업방법을 사례 조사해 보면 어떨까요 ” 교수방법을 연구한 교수님들이라면 그들의 수업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을 주셨다. “참 좋은 주제인데, 매우 위험한 연구가 될 수 있어. 자칫 우리 대부분이 위선자라는 걸 증명하는 연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야.” 여러 해가 지난 일이지만 그 때의 대화는 내 가슴에 남아있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강의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잘 하는 게 당연하다는 점 때문에 강의는 나에게 항상 부담이 된다. 더욱이 수강 학생 대부분이 사범대, 교육대학원의 예비교원들이므로 앞으로 교단에 설 그들에게 모델이 되지 못할지언정 본인의 수업에도 적용하지 못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강의가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강의의 문제가 교육학 이론서들에서 제안된 수업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들을 적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은 더한 것 같다.


이러한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짧은 교수생활을 통해 좋은 강의는 수업방법에 앞서 학생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겸손과 열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에 강의 준비와 운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 5년차 교수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 강의에서 적용하고 있는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 주에 ‘수강요구조사’를 실시한다. ‘수강요구조사’는 해당 강좌를 수강하는 이유, 과거에 수강했던 관련 교과목명, 원하는 수업방법, 수업에 기대하는 바 등을 간단한 설문지를 통해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선행지식 등 참조해야 할 사항들에 관한 정보를 확보한다. 특히,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매 수업 시작 첫 5분 정도는 가급적 해당 수업시간에 다룰 내용의 전체 개요를 알려 주려고 한다. 수업의 개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급적이면 수업내용과 관련된 최근의 사회적 이슈나 뉴스 혹은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 거리 등을 말해 주어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수업내용 전반에 관한 큰 그림을 사전에 제시해 주려고 한다.


수업시간 중에는 수업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 동영상, 웹사이트 등을 보여주고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학습동기 유발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가급적 현장(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준비한다. 교재와 강의실의 논의 속에 갇힌 지식이 안 되려면 수업시간에 배우는 지식이 교육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적용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는 교육경험이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과 관련되는 사항은 충분한 사전, 사후 정보를 제공한다. 발표, 시험, 보고서 모두 3주전에 온라인 수업 커뮤니티에 범위와 평가 기준 등을 상세하게 게시한다. 발표는 이론적인 지식을 교육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되 창의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중간고사와 보고서의 경우 시험 2주 후 채점을 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평가 결과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은 질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강의의 질은 수업방법 보다는 교수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학생들의 반응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업시간에 강의평가 등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곧장 강의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교수직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감당해 나가고 싶다.

이 준 한국외대·교직과정


<2008년 11월 24일 (월) 11:44:58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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