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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1 | 조회수 : 672

제목 : [09.02.11]국내 대학들의 부끄러운 '막장교육'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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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내 대학들의 부끄러운 '막장교육'

(서울=연합뉴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올해 서울대 정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강에서 서울대가 '막장교육'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명문대라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만 다를 뿐 내용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의 세계적인 학자는 거의 없다"며 "이는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차이 때문인데 아직도 우리는 그것을 반성하지 않고 '막장교육'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분도 곧 '족보'를 구할 것이고 어느 선생님은 족보를 기초해 시험을 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바보가 된다. 서울대생의 70-80%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학점이 나빠도 좋으니 진취적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가 이처럼 통렬하게 대학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대학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갈데까지 다 갔다는 의미의 '막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겠는가. 이는 서울대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우수한 학생들이 주입식 암기식 공부에만 열을 올려 학점 따는데만 급급하다면 학문의 창의적인 발전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창의력이 떨어지니 국제적으로 경쟁력도 떨어진다. 영국 '더 타임스'가 실시한 2007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는 51위에 그쳤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겨우 132위를 차지했다. 세계 200대 대학에 고작 두 대학만 포함된 것이니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내세울 처지가 못된다.

가뜩이나 초중등 교육이 입시 위주로 흘러 창의성을 기르는데 저해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까지 입시 교육과 다를 바 없다면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시험 예상 문제를 정리한 '족보'가 학생들 사이에 돌아다니고 많은 학생들이 평소에는 놀다가 시험때가 되면 '족보'를 달달 외워 학점만 잘 딴다면 대학 공부가 고등학교까지의 공부 보다 나을 것이 없는 것이다. 대학사회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데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 몇년째 매 학기 똑같은 강의 노트로 수업을 하고 비슷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하는 게으른 교수들이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성의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로서의 직무유기이다. 교수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학생지도에 임했는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는데 기여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최근들어 여러 대학이 교수들의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재임용 절차를 강화하고 고속승진제를 실시하는 등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선생님들에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문했다. 입학 첫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으로 '궁극적 목적을 향해서 가는 법을 배우는 것'을 꼽았다. 신입생들을 포함해 대학생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책벌레 친구는 술 먹은 친구의 등 두드려주는 법도 잘 모른다"며 "서로 교류하고 협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참다운 우정이 뭔지를 깨닫고 인생을 풍부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생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스펙'(학력, 외국어, 학점 등 취업에 필요한 요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현실이 그러하니 학생들만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다. 대학이 사회적으로 담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학점 따기, 취업 준비에만 골몰한다면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올 봄 희망에 가득차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은 이 교수의 조언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인생에 한 번뿐인 대학시절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연합뉴스. 2009/02/11 11: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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