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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21 | 조회수 : 909

제목 : [09.09.07]지식 기부·강의력 제고 효과 … “홍보영상 될까 우려돼”...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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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기부·강의력 제고 효과 … “홍보영상 될까 우려돼”
온라인 공개 강의의 빛과 그림자


최근 대학가는 속살 드러내기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은 캠퍼스 안팎에서 '드러내기'로 교수들간 교육력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안으로는 이-러닝 강의의 폭을 넓히고, 밖으로는 묻어뒀던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다며 '공개 선언'하고 있다. 급기야 개방과 소통이라는 웹2.0시대를 반영하듯 강의현장을 고스란히 전국에 전송하는 데 이르렀다.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하 M.I.T)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로 퍼지고 있는 대학 강의 동영상은 지식기부 혹은 지식공유라는 이름으로 순항하고 있다. 실제로 M.I.T가 강의 자료와 강의를 공개하고부터 홈페이지를 다녀간 사람만 200개국에서 7천700만명이다. 매달 방문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도쿄대 등 22개 대학과 공공연구소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15만건 이상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하버드대 강의를 듣고 학점까지 인정받는다면 굳이 모교의 강의를 듣겠느냐.” 서울대 공과대학의 ㅇ 교수의 말은 한국 대학의 위기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학 강의의 온-오프라인 활성화 소식에 국내 대학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서울대는 다음 달부터 인문·사회과학·의학·예술 등 6개 영역에서 19개 온라인 강좌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학기부터 강의를 공개한 울산대는 홈페이지에 5개의 교양 강의를 올려 놓고 있다. 재작년 고려대와 서울대 공과대학 등에서 강의 자료를 공개하자는 '오픈코스웨어 운동'이 지난해 4월 KOCW(Korea Open CourseWare) 컨소시엄을 출범시켰고, 13개 회원대학은 온라인 공개 강의로 확대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교수들은 이-러닝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개 강의는 몇 배의 수업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학기부터 '한국 건축사'를 공개 강의하는 강영환 울산대 교수(건축학과)는 시각적인 부분을 보강하는 등 기존 교안을 다듬는 데 3개월이 걸렸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교육력 제고에서 나타날 상승효과는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막상 교수들의 속내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무래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영상 강의가 보다 수준 높은 강의이고, 학생에게 더 애정이 있다는 대학의 인식 탓이다. 교수가 화면을 의식하는 것도 장벽이다.


강의는 ‘주고 받는 것’이라는 조환규 부산대 교수(정보컴퓨터공학부)는 “강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질문이다. 이게 ‘대화’인데, 나중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질문을 하면 이미 타이밍을 잃어 교육 효과가 반감된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공개 수업은 학생을 중심에 놓으면서 일반인들을 강의 참관자로 자리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건축학과 전공 필수 과목을 강의하는 강 교수도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일반인들이 못 알아 들을까봐 풀어서 얘기한다. 아무래도 의식을 안 할 수 없다”며 “강의의 심도가 낮아질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공개 강의가 유행처럼 번질 조짐에서 안경봉 국민대 교수(법학)의 지적은 곱씹어볼만하다. “대학이 대외평판을 의식해 온라인 공개 강의를 홍보수단으로 여겨, 교수들이 학생보다 카메라에 집중하게 만들면 공개 강의는 홍보영상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제 강의실도 온-오프라인 분화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자신의 수업이 어떤 강의실에서 빛을 발할지 교수들의 고민도 깊어간다.


<교수신문 / 최성욱 기자 / 2009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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