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28542

작성일 : 10.01.28 | 조회수 : 949

제목 : [10.01.15]대학 강의 공개와 대학의 경쟁력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대학 강의 공개와 대학의 경쟁력

조순영(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술연구정보센터 소장)

2008년 UN 미래포럼에서 예측한 미래의 모습 중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대학의 변화다. 대학의 울타리가 없어지고, 사이버 강좌가 늘어나고, 명문대학의 졸업장보다는 어떤 강의를 들었는가가 더 중요한 사회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더 이상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가장 멀리 있는 곳이 대학이지만 디지털 세대가 교육의 대상이 되면서 교수학습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MIT가 2002년 OCW(Open Course Ware)를 시작할 때 대외적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의 지식 나눔을 표방했다. 그러나 2009년 현재 78%의 교수가 참여, 1900여 개 강좌를 공개하면서 OCW는 원래 목적 그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자체 조사에 의하면 신입생의 35%가 OCW를 보고 MIT를 선택했고, 94%의 학생이 입학 전에 OCW를 알고 있었다. 교수들은 공개 강의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교수법을 배우고, OCW 자료를 자신들의 강의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국내에는 MIT OCW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퍼드 등 대부분 상위권 대학에서도 유튜브 EDU나 아카데믹어스(academicearth.org) 등을 통해 이미 강의를 공개하고 있고, 그 외 대학들도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제 OCW는 더 이상 MIT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유네스코서 2002년 OER(Open Educational Resource) 운동을 선언하면서 이제 교육정보의 공개는 전 세계적 흐름으로 굳어졌다. 공개는 공유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특히 지식은 나눌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KOCW(kocw.net)에서 교과부가 지원하는 WCU사업, 광역경제권선도산업인재양성사업 등에서 수행하는 강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 개인의 자발적인 강의 공개는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조사에 의하면 그 원인으로 연구업적 중심의 대학평가 체제, 사이버 공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교육용 자료 활용에 대한 저작권 문제, 공개 및 공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미비 등을 들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OCW에 참여하지 않는 MIT 교수 대부분이 "자료가 아직 정제되지 않았고, 자료 공개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은 참여하지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결과와 상이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울산대와 같이 일부 대학이 앞장서서 100강좌 이상을 공개하고, 앞으로 대학정보공시제에서 대학의 강의 공개 항목이 추가되면서 점차적으로도 공개 문화는 확산될 전망이다.

MIT의 강좌는 전 세계 220개국의 미러사이트에서 791개 강좌가 번역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한국에서 접속하는 통계가 월평균 6만 건으로 미국·중국·인도 다음으로 접속량이 많다는 점이다. 인구 수나 언어 문제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연구 논문들이 SCI 등재 저널 같은 해외 학술지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대학의 교육용 콘텐츠마저도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IMD의 대학교육 경쟁력 평가에서 대학에서 얻은 지식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우리는 몇 년간 거의 꼴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학당국이 교수들의 강의를 적극적으로 공개, 공유함으로써 강의의 내용과 질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2010-01-15 오후 3:52:00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Copyright (C) 2008 (주)한국대학신문. All Right Reserved.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