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62306567

작성일 : 11.06.02 | 조회수 : 1182

제목 : '도전과 성취' 개발도상국은 꿈꾸는 자의 땅 글쓴이 : 발전협력팀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합작회사 통역사로…우즈베키스탄의 김지훈씨
[G20세대가 G20세대에게 묻다] ⑨

요즘 G20세대의 글로벌 무대 진출은 선진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기회를 찾아 떠난 친구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한국·우즈베키스탄 합작회사에서 일하는 김지훈씨. 이름 때문에 남자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분명 여자인 그는 통역사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며 더 큰 내일을 꿈꾸고 있다.

 “크지 않은 회사지만 이곳 사무실에서도 자주 글로벌 세계와 접하곤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의 수출상대인 중국, 일본 등과 연락할 일이 있거든요.” 한국·우즈베키스탄 합작회사인 ‘네오플란트(Neoplant)’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김지훈(29)씨. 서울 출신인 그는 2010년 5월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일하고 있다. 네오플란트는 2007년 한국 기업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와의 합작으로 세워진 중소기업. 우즈베키스탄 광산에서 규석을 채굴하고, 이를 반도체와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중간재인 메탈 실리콘으로 가공해 수출하는 회사다.

지훈씨는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2005년)와 중앙대 통·번역대학원 한노과(2009년)를 졸업했다. 남자 같은 이름 때문인지 항상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는 도전과 성취로 가득 찬 그곳 생활이 매일 새롭고 즐겁다고 했다.

“요즘은 개발도상국이 기회가 더 많아요. 이곳에서는 통역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네오플란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한국 기업 최초로 우즈베키스탄 광산 채굴권을 따낸 회사예요. 현재는 중국이 메탈 실리콘을 가공해 한국에 공급하고 있고, 우리 회사도 아직은 광산 개발 단계에 있지만 향후 광산사업을 확대하고,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가공한 메탈 실리콘을 한국 이외에 일본 및 유럽 국가들로도 수출할 계획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우리측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측이 빈번히 갖는 회의와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우즈베키스탄 공무원들 앞에서 발표나 브리핑을 하기도 하죠. 또 우즈베키스탄 직원들과 한국 직원들이 회의할 때 통역을 하거나 계약서, 기타 문서 번역을 하기도 해요.”

통역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지.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어요. 본격적으로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벨라루스 민스크의 외국어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였어요. 러시아어를 잘 몰라 빵이라도 사 먹으려면 절박하게 공부를 해야 했어요. 초기 6개월 동안에는 하루 16시간씩 러시아어를 공부했죠. 한국으로 돌아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통·번역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어요.”

통역사가 되기까지 힘들지 않았나요.

“대학원 재학 시절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계속되는 실습과 과제 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동기들도 하나둘씩 생겨났어요. 1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생활에 적응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 좋은 약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통역 경험을 꼽는다면.

“2009년 있었던 한 키르기스스탄 남성의 성폭행 사건 재판 통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사건은 공교롭게도 외국인 최초 국민참여재판이었어요. 결국 무죄선고를 받았는데 무고한 외국인을 도왔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어요. 이 밖에 아지모프 우즈베키스탄 제1부총리 통역(2009년 7월), 이브라기모프 우즈베키스탄 부총리 통역(2009년 12월),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러시아 사하공화국 대통령 사절단 만찬 통역(2007년 10월),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타라코프 카자흐스탄 <프라브다> 신문사 사장 통역(2009년 3월) 등의 경험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산업지대인 나보이에 회의 참석차 들렀다 만난 인근 마을 아이들과 김지훈씨(맨 오른쪽 끝). 아이들 눈에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해요. 서로 다른 문화와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마음가짐은 개도국일수록 중요해요. 기업인들 중에 개도국으로 출장을 가거나 파견되는 경우 교만 또는 자만심을 가지고 개도국 파트너를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대우해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업무에 있어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요. 또 외국어 능력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라면 당연히 중요하죠. 여기에 더해 문화적·상황적 이해와 판단 역시 중요합니다.”

해외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에 경험담을 들려준다면.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은,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대기업과 달리 예기치 못한 자금 소실로 회사가 타격을 입는 일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특히 진출 대상국가의 법과 제도에 대한 조사가 중요합니다.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구 소련 국가는 법과 제도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로워요. 우리 회사의 경우도 채굴권 획득에 2년이 걸렸는데, 법과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겪은 시행착오 때문이었어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같은 신뢰할 만한 기관의 자료를 최대한 이용하고, 현지에 설립된 컨설팅 회사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우리 회사는 현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한 덕분에 큰 차질 없이 진행된 편이에요. 국가적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유망한 국가 이외에도 유망 후보 국가들의 시장 및 제도에 대한 확장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까지 파악한다면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의 비용과 시간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처럼 제가 하는 일,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최대한 몰두하려고 해요. 네오플란트가 지금은 직원 50명 가량의 중소기업이지만 곧 1백명으로, 좀 더 있으면 수백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회사와 같이 크는 것이 제 목표예요.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하다 보면 제가 지사장이 될지 누가 알겠어요?”

글ㆍ민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