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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3.03 | 조회수 : 708

제목 : [08.03.03]노트는 생각담는 그릇이다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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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는 단순한 글씨연습장이 아니다. 궁금증과 문제 해결 과정을 기록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주의 교육테마 /

“어! 이거 분명 본건데, 뭐였지 ”

“내가 아는건데, 왜 틀렸지 ”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바르게 ‘출력’되지 않으면 늘 억울한 공부만 하게 된다. 100을 공부하면 100만큼 성적이 나와야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60정도 밖에 출력해 내지 못한다. 왜 그럴까  머릿속의 지식이 관리되지 못하고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 노트정리가 왜 중요한가

요즘 학생들은 힘들여 필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컴퓨터 자판의 편리함과 속도감에 익숙해져 글씨 쓰는 게 영 친숙하지 않다. 교사들도 칠판에 쓰는 것보다 프린트물을 선호한다. 우리의 영리한 학생들은 칠판을 폰카로 찍기도 한다. 친구가 필기하는 걸 봤다면 마음 놓고 복사할 궁리만 한다. 열심히 쓰는 친구에게 ‘나한테도 보내줘’라는 문자 한번이면 된다. 이렇게 편리한 방법을 두고 촌스럽게 노트정리를 꼭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모든 공부는 ‘외부의 것’(판서내용, 수업 내용 등)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를 외워야 할 때도 있고,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기도 하며, 복잡한 식이 공식 하나로 풀어지는 원칙도 알아야 한다. 배우려는 것이 무엇이든 나의 생각을 통해 해결된 산물들이 바로 ‘지식’이다. ‘나의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그냥 외우거나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는 공부를 한다면 ‘이거 어디서 본 건데…’라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노트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나의 사고과정을 기록하는 도구다. 그 사고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각자에게 가장 유리한 학습이 되는데, 노트는 그 물증이 된다.

수업내용 깔끔한 정리에 만족해선 안돼
이해돕는 예시나 문제 해결과정 기록을

‘노트검사’는 학생들이 노트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갖도록 만든 관행이다. 빠짐없이 수업의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면 좋은 점수를 받곤 했던 것이 학생들에게는 ‘노트에는 선생님이 적으라는 것만 적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적어 주시는 것, 해오라는 숙제 이외에 자신의 궁금함이나 견해 등을 적을 시도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담기지 않는 노트 정리는 ‘글씨연습’에 불과하다. 공책에 도장 받으려고 힘들여 정리하면 안 된다. 더구나 학습효율을 높이려는 학생이라면 노트에 무엇을 적을지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자기주도적인 노트 활용이다.

노트는 ‘성실함’의 평가수단이 아니다. 글씨가 예쁘다거나 수업내용을 충실히 담았다는 기준으로 ‘노트의 수준’을 평가하면 안 된다. 노트에는 사고의 흐름을 비롯해 새로 배운 내용에 대한 이해방법, 관련 지식의 내용 추가 방법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궁금증과 해결과정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험때만 되면 친구 노트를 복사하는 학생들이 많다. 착하고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은 여러명에게 복사를 해 주는 ‘번거로움’을 피하려 시험 범위를 스켄해서 여러명에게 메일을 보내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내가 직접 수업을 들으며 필기한 것을 보면 무엇을 썼는지 모두 읽지 않더라도 어떤 내용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노트의 흔적을 보며 그때의 사고과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트는 이렇게 ‘힌트’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적힌 내용은 큰 의미가 없다. 친구의 노트를 빌리면 어떨까. 수업 내용이 빠짐없이 정리돼 있더라도 그것은 친구의 사고과정을 바탕으로 기록된 것이라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한계가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 길들여진 ‘시험범위 완전 암기’식의 공부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통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생각하며 내 손으로 기록한 노트로 공부하는 것도 ‘습관’이다. 내 노트에 애정을 가지고 나의 생각을 담아 지식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 새학기 노트 어떻게 준비할까

“이건 국사랑 잘 어울리겠다”

“난 빅뱅 사진 들어가 있는 걸로 할래”

“동생이랑 같이 써야 하니까 저 묶음으로 된거 두 개 사자”

대형 문구점이나 서점에 가보면 신학기에 쓸 노트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표지 디자인을 보고 고르고, 조금 섬세한 학생들은 종이 질감, 두께 등도 본다. ‘자신의 사고과정을 담는 그릇’인 노트는 어떻게 준비하는 게 효과적일까.

결론적으로 수업을 들어본 뒤 마련하는 게 좋다. 노트야 두고두고 언제라도 쓸 수 있으니 상관없겠지만, 노트에 과목명이나 이름을 먼저 써두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어떤 과목은 노트필기 대신 프린트물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해서, 프린트에 추가필기며 설명을 기록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그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기록해야 하며, 노트 대신 프린트를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파일을 준비해야 한다. 프린트를 받을 때마다 교과서의 앞 뒤에 뚱뚱하게 넣고 다니다가는 잃어버리기도 쉽고 잘 보게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노트 없이 교과서에 직접 필기하는 것이 효과적인 과목도 있고, 노트검사를 수행평가 점수에 넣어 반드시 노트를 준비해야 하는 과목도 있다. 수업 시간에는 노트를 쓰지 않더라도 내가 적고 싶은 게 있다면 자율적으로 그 과목의 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노트정리의 시작은 노트를 사용할지의 여부에서부터 시작된다.


 

≫ ① 칼선이 있는 스프링 노트. 학교에 한 권만 들고 다니며 연습장과 겸해 쓰기 좋다.
②필기와 프린트물을 함께 바인더에 끼워두면 수업의 흐름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좋다.
③ 하나의 바인더에 여러 가지 과목을 한꺼번에 넣어도 좋다. 시험 기간에는 각 과목별 시험 범위의 노트만 추려내어 하나의 바인더에 꼽으면 유용하다.

 

한 학기 쓰고 버리는 노트로는 지식관리를 할 수 없다. 지난 학기에 쓰던 노트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생각해 보자. 버리기 아까워 책꽂이 한 켠에 잘 모셔 두었거나, 쓴 부분만 남기고 남은 종이는 연습장으로 쓰려고 모아둔 알뜰족도 있을 것이다. 지난 노트들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폐품이 된다. 왜 그럴까. 왜 다시 보게 되지 않고 다시 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내 생각이 담기지 않은 수동적인 기록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트들은 ‘외부의 정보’들만 가득 담고 있어서 내 지식이 되기 위한 사고와 연동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것 추가하고 프린터물 관리 편한
바인터노트 도움…쓴뒤엔 과목별 정리

노트는 학습에 효율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대학입시에서 평가하는 것은 딸랑 고3 때 배운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작년에 배운 공식이 필요할 때도 있고, 초등학교 때 배운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이 때에 거침 없이 내 공부의 흔적인 노트가 등장해야 한다. 이미 배운 것을 까먹는 건 당연하다. 그것을 내가 공부했던 노트와 책으로 기억을 되살린다면 훨씬 빨리, 그것을 공부할 때의 분위기와 관련 지식까지 한꺼번에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참고서 한 쪽에 적힌 설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그 내용을 본다면, 반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는 것이다.

노트 내용은 수업시간의 필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궁금증, 이해를 돕기 위한 예화, 문제집을 풀며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 관련 신문기사 등 그 지식과 관련된 것은 모두 한 데 모아져야 한다. 학생들이 많이 쓰는 노트는 제본이 되어 있어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할 수가 없다.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을 노트의 중간에 끼워 넣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페이지를 삭제할 때에도 불편하다.

자유로운 노트 활용에 좋은 것이 바인더노트다. 왼쪽에 세 개의 구멍이 있는 바인더노트는 낱장의 종이를 링 바인더에 끼워 관리할 수 있어 아주 좋다. 프린트물을 받으면 역시 구멍을 내 필기의 다음에 끼워넣으면 그만이다. 필기를 마친 뒤 설명이 길어지는 수업의 경우 제본노트라면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여백에 깨알같은 추가필기를 해야 하지만 바인더노트는 중간에 낱장을 추가해 여유있게 필기할 수 있다.

왼쪽에 구멍이 난 노트에 링 바인더를 사서 자유롭게 활용하면 좋은데, 보통 문구점에 3개의 구멍이 나 있고 바인더도 그 구멍 간격에 맞게 3개의 링으로 나와 있다. 제본노트처럼 생겼으나 낱장으로 잘 뜯어지도록 제작된 것들이 있고, 연습장처럼 스프링으로 되어 있으면서 구멍 뒤에 칼선이 있어 깔끔하게 찢기도록 만들어진 것도 있다. 제본이든 스프링이든 한 권만 가지고 다니며 자유롭게 필기하다가 바인더에 끼울 때에만 과목 분류를 하면 된다. 표지와 제본 없이 낱장만 묶음으로 팔기도 한다. 바인더는 한 권만 준비해서 포스트잇으로 과목을 구별해 쓰다가 분량이 많아지는 과목을 별도의 바인더에 구분하는 게 좋다.

[한겨례신문]이지은/<노트 한권으로 대학가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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