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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3 | 조회수 : 146

제목 : <사회>초등학교 입학 1년 전부터 전쟁…‘란카쓰 열풍’의 불편한 진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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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든 위크’ 연휴였던 지난 3일 도쿄 아다치(足立)구의 한 점포 앞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역 특산품이나 ‘폭탄세일’ 상품을 사려는 게 아니다. 이들이 서 있는 곳은 수제(手製) 란도셀(일본 초등학생용 책가방·사진) 가운데서도 인기가 높은 나카무라(中村)가방제작소 매장이다. 최고 8만8000엔(약 86만원)이나 하는 란도셀을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년 4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란도셀을 구입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란카쓰’의 일환이다.

란카쓰는 란도셀의 ‘란’과 활동을 뜻하는 ‘카쓰’(活)를 합한 용어다. 슈카쓰(就活·취업 활동), 호카쓰(保活·보육원 찾기 활동) 등에 이어 최근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구매 행위를 란카쓰로 부르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란카쓰 시기가 매년 빨라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아이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가 유치원 넨초(年長·졸업반)가 되자마자 란카쓰가 시작됐다”는 비명들이 나오고 있다. 나카무라제작소 측은 “2016년에는 제품이 7월 말에 품절됐지만, 지난해에는 7월2일로 빨라졌다”면서 “올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과열 배경에는 저출산이 놓여 있다. 자녀나 손주 수가 감소하면서 아이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 아이에게 드는 돈이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 총 6명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식스 포켓(Six Pockets)’화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의 인생에서 처음 맞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식스 포켓’의 대형 이벤트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손주에게 최고의 란도셀을 사주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1년 전부터 란카쓰를 하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지방 란도셀 공방의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앞당겨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유명 수제 란도셀은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고급 브랜드의 경우 예약 개시일부터 주문이 쇄도해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거나 전시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경우가 흔하다. 

2018-05-23 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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