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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964

제목 : '신촌 3개大 학점교류제' 학부서도 3백여명 활용 인기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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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3개大 학점교류제' 학부서도 3백여명 활용 인기
"이대서 여친과 수업 같이들어 행복"

이현승(전자공학과 4학년)씨는 소위 '이중학적자'다. 그에겐 학생증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모교'인 서강대, 또 하나는 연세대 학생증이다. 그러나 이씨는 법적.도덕적으로 깨끗( )하다. 올 3월부터 시행된 '신촌 3개 대학 학점교류제'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이씨는 화요일마다 신촌 로타리 지하도를 숨가쁘게 건너다녔다. 오전 9시 30분. 그는 전공과목인 '디지털 신호처리'를 들으러 서강대로 등교한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친구들과 점심을 먹은 후 학교를 빠져나와 연세대로 향한다. 오후 1시에 시작되는 교양과목 '자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듣기 위해서다. 이어 오후 3시 '중국문화와 예술'이란 교양과목을 마저 들은 후 이씨는 연세대 학생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서강대행. 전공 공부를 위해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다.

"4학년이 되니까 슬슬 학교가 지겨워지더군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그리고 다른 학교 교수님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습니다."

대학 학부 간 학점 교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부터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 간, 98년에 연세대와 고려대, 그리고 지난해 8월에 서울대와 고려대 등 여러 대학에서 이미 학점교류를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각 대학들 간 거리 문제 등 때문에 교류 학생은 많지 않은 편. 연세대-고려대의 경우 매 학기 10명 남짓이다.

이른바 '신촌리그' 3개대 간의 교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런 실질적인 측면 때문이다. 신촌 지역의 명문 사립대학이란 공통점을 바탕으로 이들 3개 대학은 이미 1972년부터 대학원간 학점교류를 성공적으로 시행해왔다.

현재 200여개의 수업 중 최대 12학점까지 다른 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데, 한 학기당 평균 5백명 이상의 대학원생들이 타학교를 오간다. 서강대 대학원 교학과 권영일 과장은"모두 전공과목인데다 세미나 위주의 수업이 보편화돼 있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학부 교류도 비교적 양호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당국자들의 기대엔 못 미치지만 시행 첫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총 3백여명의 학생(수강신청자 수로 계산한 것이므로 한 학생이 여러 과목을 신청한 경우 실제 이용 학생 수는 좀더 적을 수 있음)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 '나홀로족' 수강생 보다 주로 타학교 친구나 이성 친구와 함께 듣는 학생들이다. 이화여대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는 한 남학생은 "전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의 경우 연세대가 46강좌, 서강대 30강좌, 이화여대가 34강좌를 개방했다. 상대 학교에는 없는 교양강좌 중심이지만 전공과목도 일부 포함됐다. 한 학기 최고 6학점, 졸업이수 학점의 1/4 까지 타학교 과목 수강이 가능하다.

학점 교류제에 대해 이용자들은 "'타지 생활'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현승씨는 "'중국문화와 예술'과목의 경우 교수님이 '손님 대접은 확실히 해야 한다'며 아예 강의실 앞줄에 지정 좌석을 만들어 주시는 바람에 수업을 좀더 열심히 듣게 된 것 같다"면서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 간에 자연스레 경쟁심이 생겨서인지 수업시간에 졸거나 떠드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황희정(철학과 4학년)씨도 "실력있는 다른 학교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흥미롭고, 무엇보다 세 학교 간 거리가 가까워서 좋다"고 말했다. 서강대 영문과 유지애 교수 역시 "수준이 비슷한 다른 학교 학생들을 모아놓으면 서로 경쟁도 되고 교수 입장에서도 더 의욕적으로 수업준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인 만큼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타학교생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연세대생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연세대 정윤이(경제학과 3학년)씨는 "의도는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강의실이 좁다는 등 학생들의 불편함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학생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 같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학점교류 협약에 있었던 셔틀버스 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학생들의 불만 요인이었다.

이에 대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연세대 류갑호 수업과장은 "초기에는 한 학교에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시행되다보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평가가 이뤄져서 각 학교마다 비교우위 과목이 생기게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과장은 또 "각 학교간 수업료 차이 등의 문제는 내년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셔틀버스는 아직 교류 학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장 운영하긴 힘들지만 교류 학생들이 많아지면 구체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서강대 교무과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각 학교의 인기 과목부터 전공과목까지 교류를 차차 넓혀 나갈 방침이며 그 외 공동 연구 활동이나 교수 풀(Pool) 제도도 검토 중"이라며 '신촌리그'의 장미빛 전망을 밝혔다.

김정수 기자.김범석 대학생기자

<중앙일보 3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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