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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연구의 난장(亂場)이 되겠습니다.

 

1974년에 세워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도 어느덧 장년의 나이를 맞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에 대한민국의 표밭으로만 간주되었던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인식도

그간 많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배낭을 메고 살사와 탱고를 배우러 떠나고,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진 리얼리스트가 되기 위해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여정을 쫓아가 보기도 합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은 동네 슈퍼마켓에 가도 칠레의 포도주를 구입할 수 있고,
거리에 나서면 어딘가 친연성이 있는 라틴아메리카 노동자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낯선 미지의 땅. 무지의 땅. 라틴아메리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그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낯선 미지의, 아니 무지의 땅입니다.

그 땅은 우리에게 항상 이벤트의 대륙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울지 말라” 는 에비타 페론의 신화, 권총 찬 피델 카스트로의 희화화된 언행, 국내에 고약한 좌파로

착색된 차베스의 반미 선동, 경제위기만 닥치면 상습적으로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떠드는 이들의 왜곡

된 인식 등은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와 마찬가지로 상품화된 라틴아메리카의 파편적 이벤트일 뿐입니다. 70년 전

앙드레 브레통은 라틴아메리카가 그 자체로 초현실주의적인 땅이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그 땅의 민중들에게 다가오는 삶은 예나 지금이나 생존을 건 치열한 투쟁의 장입니다. 그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섞이며 인종과 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나 그렇다고 라틴아메리카는 메스티소만의 땅이 아니라

백인, 흑인, 아시아인, 물라토, 삼보 그리고 단순 환원될 수 없는 개개인의 터전이었습니다.

그 땅은 프랑스 화가가 감상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초현실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입니다.

 

 

중남미연구소는 라틴아메리카를 우리의 언어와 시각을 통해 새롭게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유럽인들이 도래한 이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닥친 가장 큰 비극은 더 이상 자신의 언어로 자기 스스로를 규정할

없게 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탈구축 비평가인 가야트리 스피박은 이렇게 자신의 언어와 시각으로 자기규정을 할

수 없는 존재를 “하위 주체”라 규정하면서 “하위 주체는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묻습니다.

 

중남미연구소는 라틴아메리카를 우리의 언어와 시각으로 보면서 새롭게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이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대신해 그 세계를 규정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아니며, 그 대륙의 막대한 자원에만 눈이 먼 제국주의적

상술도 아닙니다. 칸, 뉴욕, 마드리드를 거쳐 투영되었던 라틴아메리카에 보다 정직하게 접근해 보겠다는 다짐이며,

근대성의 하차장인 한반도에 자기준거들을 세워보고 싶다는 소망의 간접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를 빼앗긴 채 “500년간의 고독”을 감내해 온 아메리카인들의 형안과 관용성을 나눠 본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신인문주의(neo-humanism)정신을 기반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중남미연구소로 거듭나면서 라틴아메리카를 사랑하는 분들을 잇는 가교가 되겠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촌의 선비들이 모여 자유롭게 떠들면서 새로운 담론을 벼리어 내는 창조적이고 국제적인 난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따뜻한 애정과 기꺼운 동참을 당부 드립니다.

 

 

중남미연구소장 정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