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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8 | 조회수 : 4580

제목 :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번역전공 합격수기 (07 이OO) 글쓴이 : 영어통번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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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대학원 합격 수기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33기, 번역 전공 과정으로 입학한 이OO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글을 써보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처음 합격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동네를 몇 바퀴나 뱅뱅 돈 것이 어제만 같은데 벌써 입학한지 한 달이 지났네요. 그 동안 통번역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시는 몇 몇 분들로부터 문의 메일을 받기도 했고, 그 중 한 두 분 정도는 직접 뵙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제가 받은 질문 세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어떻게, 얼마나 준비했나요?

 

상투적인 모범 답안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학과 공부에 충실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할 때는 말입니다. 저의 불성실함을 포착하셨을지 모르는 교수님들께서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실까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용기 있게 말해 봅니다. 저는 한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영어토론, 통번역입문, 문장 구역, 순차 통역, 미디어 번역, 정치 경제 번역...몇 과목만 보아도 통번역 대학원의 커리큘럼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대학원 진학을 마음먹은 것은 작년 7월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준비 기간이 4개월 정도라 생각하시고 빠른 합격 비결을 물으시곤 합니다. 그 분들께 매번 조금은 실망스러울지 모르는 대답을 드리곤 합니다. 4개월이 아니라 4년이었다고요. 대학원 진학 결심을 굳힌 것은 지난 7월이 맞지만 준비는 그 이전부터 해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학부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대학원 준비 과정이었으니까요. 실제로 번역 2차 시험에서 나온 ‘폴크루그먼’ 교수의 경우는 학부 ‘정치경제 번역’ 수업에서 수도 없이 들은 이름이라 시험지에서 보고 마치 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듯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긴장이 풀리고 나니 글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해져 20여분이나 남기고 답안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학부 커리큘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신설된 번역 전공의 시험 유형은 어떠했나요?

 

1차는 영한의 경우 영어 지문을 읽고 한국어로 요약하기, 한영의 경우 한국어 지문을 읽고 영어로 요약하기였습니다. 저는 번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1시간 안에 번역을 할 수 없는 양이고, ‘요약하시오’에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한 후에 중요한 부분만 집어서 정리하고, 요약 번역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개요 작성에 초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차의 경우 지문을 읽고 ‘논하시오’ 입니다. 1차 번역 시험에서는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주제였다면, 2차 논술에서는 두 지문 모두 시사였다는 점이 특이할 만 했습니다. 영한에서는 시험보기 일주일 전쯤의 최신뉴스 관련주제가 출제되었고, 한영에서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시험 직전의 시사상식을 요하는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시험장을 나오며 모든 분야를 골고루,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 보았을 때, 평소에 꾸준히 독서를 하고 매일 주요 뉴스를 체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통번역 대학원 생활은 어떤가요, 기대했던 것과 같나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벅차지만 재미있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저의 유일한 관심사라고도 할 수 있는 ‘언어’를 매일 다루다 보니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고, 조금 벅차다고 표현한 이유는 학과의 특성상 매 수업마다 번역과제가 제시되어 일주일에 일곱 개의 번역을 소화하려다 보니 그것이 절대 쉽게는 느껴지지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제 엄살일 수 있습니다. 학생이라는 위치에 있다 보니 객관적인 과제 양과 상관없이 항상 그 이상으로 많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 생활과 관련해 ‘번역 전공’과 ‘통역 전공’의 차이를 물으시는 분도 있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제가 감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적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지는 시간적 여유가 다른 만큼 통역과 번역의 성격에도 분명 다른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저는 그 선택 과정에서 적성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며칠 째 번역과제에 매달려 지치고 우울하다가도 고민하던 문장의 정확한 번역이 완성되면 저는 뛸 듯이 기쁘답니다. 그럴 때 , ‘아 내가 이 일을 참 좋아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여 번역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번역과제를 받으면 막막하고 버겁습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번역의 어려움은 제 부족한 실력의 반증이므로 저는 더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삶에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전부 꺼내 쓸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과 노력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번역대학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긴장감의 연속이지만 그 긴장감이 제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변화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가속도를 지닌다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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