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동맹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오는 9월 중 시작한다.

산업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4차 태평양동맹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양측은 오는 9월 협상의 첫 번째 단계로 협상세칙(ToR)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태평양동맹은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 4개국이 2012년 결성한 지역경제연합이다. 2017년 준회원국 지위를 창설했으며 준회원국 가입은 태평양동맹 회원국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의미한다.

그동안 태평양동맹은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캐나다와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추진해왔다. 한국과의 협상은 이들 4개국과의 협상이 종료된 후 개시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과 태평양동맹 간 협상은 기존 4개국 협상 진행 경과와는 무관하게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 후보국 지위가 선언된 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속한 협상 개시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해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4월 한·칠레 정상회담, 지난 5월 국무총리·콜롬비아 대통령 회담 등 정상 차원의 설득을 한 것이 태평양동맹의 공감대를 얻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태평양동맹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약 2조달러, 인구 2억3천만명 규모로 중남미에서 가장 개방적이며 한국과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한국의 10대 수출국이자 중남미 1위 교역국임에도 아직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국 기업은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번에 준회원국 가입 협상이 체결된다면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부는 태평양동맹 협상 개시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 협상 등도 조속히 추진해 북미-중미-남미로 이어지는 미주 대륙을 연결하는 자유무역협정 연결망을 구축함으로써 수출선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태평양동맹 협상을 통해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 태평양동맹 3개국과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도 개선할 계획이다.

태평양동맹 국가들은 각종 다자 ·양자 통상 협상에서 전자상거래, 환경 등 최신 글로벌 통상규범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온 국가들이어서 이들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 자유무역협정과 통상규범을 선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여한구 통상교섭실장은 태평양동맹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태평양동맹 및 참관국(옵서버 국가) 장관회의에 참석해 무역 원활화,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등을 통한 한국과 태평양동맹 국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여 실장은 무역과 통관절차 관련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싱글 윈도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물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온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며 태평양동맹 국가들이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인프라와 제도 측면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의 양자회담에서는 태평양동맹 협상과 함께 양국 간 무역·투자 확대 및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태평양동맹 시장 접근성 개선을 추구하는 동시에 국내산업 이해관계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협상 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의 혜택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