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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23 | 조회수 : 265

제목 : 주지사 '막말 채팅'에 폭발한 푸에르토리코…대규모 퇴진 시위(종합2보) 글쓴이 : 중남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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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시위대 거리로 나와 로세요 주지사 사임 요구
허리케인 대처 미흡·관리 부패에 동요하던 민심에 불 붙여
수도 산후안의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채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한 푸에르토리코 시위대
수도 산후안의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채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한 푸에르토리코 시위대[A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주지사의 '막말 채팅'이 폭로된 이후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대형 재해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재정 위기, 관료들의 부패로 인해 동요하던 민심에 막말 채팅이 불을 붙였다.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서는 22일(현지시간)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현지 일간 엘누에보디아와 미국 CNN 등이 보도했다.

산후안의 라스아메리카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흔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때로 흥겹게 춤을 추기도 하면서 한목소리로 주지사 퇴진을 외쳤다.

가수 리키 마틴과 대디 양키, 배드 버니, 올가 타뇬 등 푸에르토리코 출신 스타도 시위에 동참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난 13일 여성과 동성애 혐오 내용 등을 담은 로세요 주지사의 사적인 채팅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연일 주지사 사퇴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열흘째인 이날 시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주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시위대
주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시위대[AP=연합뉴스]

앞서 지난 13일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는 로세요 주지사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로세요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기도 했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3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전직 주지사의 아들이자 어린 두 아이의 아빠인 로세요 주지사가 쌓아 올린 40세의 젊고 건실한 정치인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른바 '챗게이트'로 불린 채팅 스캔들에 분노한 시민들은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막말 채팅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주정부에 대해 쌓여가던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파산 보호 신청으로까지 이어진 재정 위기와 허리케인 마리아의 상흔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허리케인에 대한 부실 대응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채팅이 공개되기 전날에는 전직 교육장관 등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로세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채팅 내용이 공개된 이후 주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나 사퇴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는 21일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재선에 나서지 않고 새진보당 당수 자리에서도 물러난다고 말했지만 끝내 주지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아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다.

이날 푸에르토리코 최대 일간 엘누에보디아는 사설에서 주지사를 향해 "이제 국민의 말을 들을 때다. 사퇴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로세요 주지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채팅 내용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도 "푸에르토리코 취약층을 돕기 위한 중요한 정책들을 시행해왔다"며 자신을 변호했다.

시위대는 주지사가 사임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는 각오다.

시위에 나선 아나 카라스키요(26)는 AP통신에 "오늘 시위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부패를 견뎌왔다"고 말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300만 명가량의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주로, 정부 수반인 주지사는 4년마다 선거로 뽑힌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로세요 주지사가 사임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형편없는" 주지사이며, 미국이 보낸 허리케인 구호기금이 "낭비되고 도난당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주지사 사퇴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시위대
주지사 사퇴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시위대[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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