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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5.28 | 조회수 : 34

제목 : <사설> 튀르키예 국민인가 원주민인가? (2024.5.28)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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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튀르키예 재무부 장관 메흐메트 쉼쉑(Mehmet Şimşek)이 미국 방문 중 ‘튀르키예 국민’이 아닌 ‘원주민(Yerel Halk)’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큰 주목을 받았다. 쉼쉑 장관의 ‘원주민’ 발언은 튀르키예 국민으로 하여금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어 튀르키예 여론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 에르도안 정부의 인사뿐만이 아니라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인사들도 원주민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카타리나 럼프(Katharina Lumpp)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튀르키예 대표와 2019년 7월 만수르 야바쉬(Mansur Yavaş) 앙카라 시장 사이 회동에서도 원주민 표현이 등장했다. 럼프 대표가 “난민과 튀르키예 국민 사이 통합을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라고 말하자 야바쉬 시장은 “튀르키예 내에서 난민과 원주민 사이 논쟁과 폭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라고 답변하며 튀르키예 국민 대신 원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21년 에크렘 이맘오을루(Ekrem İmamoğlu) 이스탄불 시장도 UNHCR과의 회동에서 ”UNHCR의 지원을 통해 이주민, 난민 그리고 원주민이 모두 함께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다.”라고 발언했고, 어김없이 원주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튀르키예 국민’ 대신에 ‘원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은 정치권을 넘어 학계에도 만연한 상황이다. 이스탄불 대학교(İstanbul University) 포함 15개의 대학에서 ‘시리아인의 튀르키예 사회 통합 연구’를 진행하였고, 여기에서도 ‘튀르키예 국민’ 대신 ‘원주민’을 사용했다. 놀랄만한 점은 시리아인 송환에 대한 연구는 단 한 건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진행하고 있는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 프로젝트에서는 ‘튀르키예 국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튀르키예 정치권과 학계가 ‘원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오히려 국제기구가 ‘튀르키예 국민’을 사용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튀르키예에서는 국제기구들의 지원과 함께 시리아 난민 수용을 위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의 상황이 안정되어 가는 지금 시리아 난민에게 왜 고국에 돌아가지 않는지를 묻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1923년 건국된 튀르키예 공화국은 ‘튀르크’라는 민족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로 탄생했다. 튀르키예 공화국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는 ‘튀르크’의 정의를 튀르키예의 언어를 알고 문화를 받아들인 자로 정의한 바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튀르키예 내에서 일부 인사들은 아타튀르크의 ‘튀르크’ 정의 대신 튀르키예 영토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튀르키예 국민’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서 미국인의 개념이 ‘백인, 흑인, 아시아인, 아랍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을 모두 포함하듯 ‘새로운 튀르키예 국민’ 담론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아타튀르크가 정의한 ‘튀르크’ 정의를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최근 두드러지는 ‘원주민’ 표현을 ‘새로운 튀르키예 국민 담론’의 시발점으로 인지해 반발하는 상황이다.

 

출처:Suriyeliler ve yerel halk söylemi!”, Yeniçağ Gazetesi, Apr 22,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4.22 (검색일: 202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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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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