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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6.25 | 조회수 : 7

제목 : <사설> 이집트는 가자 지구의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2024.6.25)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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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따르면, 기근이 임박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유엔은 필수적인 의료 및 민간 시설뿐만 아니라 지역 내 모든 주택의 60% 이상이 손상 및 파괴되었다고 추정한다. 총 약 1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국내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도의 전쟁에 왜 난민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질문의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가자 지구에서 온 난민은 어디에 있는가? 간단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은 봉쇄된 국경으로 인해 가자 지구에 갇혀 있다. 국제 여권이나 특별한 인맥이 있는 사람만이 그곳을 벗어날 수 있다.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약 4,000명이 치료를 위해 가족과 함께 이집트로 대피했으며, 추가로 67,000명의 외국인 및 이중 국적자도 가자 지구를 떠나 이집트로 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난민이 아니며, 대부분의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는 이집트에 도착한 후 다른 국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의무는 인간이 어디서 도망쳐왔든 어디로 도망을 가든, 전쟁, 고문 또는 박해의 위험에 처한 사람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이 보편적 의무에는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하는 것, 위협이 지속되는 동안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 가능하다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어떤 인권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법적 현실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지만,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이를 이행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집트가 자국과 가자 지구 사이의 국경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국제 인도법과 국제 난민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로 안보 문제를 꼽는다. 특히 가자 지구 출신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민간인과 함께 이집트에 도착하면 시나이반도의 무장 세력 문제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지만, 국제적 법체계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으며, 무장 세력이 민간인과 함께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철저한 선별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갈등 초기 사메 슈크리(Sameh Shoukry) 이집트 외무장관은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이미 9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들을 사회에 통합하는 과정은 자국의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집트가 가자 지구의 난민을 추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으며 그들을 감당할 여력도 없음을 강조했다.

최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통계에 따르면, 그가 언급한 수치는 상당히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UNHCR에 따르면 이집트는 현재 61개국에서 온 57만 5천 명의 난민 및 망명 신청자를 수용하고 있으며, 약 25만 명의 난민은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게다가 등록된 이들 중 과반이 수단 출신이며, 시리아 출신이 그 뒤를 잇는다. 이집트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공식 통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사메 슈크리가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책임을 단독으로 져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옳다. 다른 국가와 국제기구도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가자 지구 및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한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따르면, 해당 지역들 밖에서는 UNHCR이 책임을 진다. 즉, 이집트에 도착한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모든 책임은 UNHCR에 있는 것이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국제 협력이 기본 원칙임을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가 가자 지구의 최남단 도시인 라파(Rafah)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생할 경우, 난민들이 몰려올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경 근처의 토지를 개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 사회와 유엔이 휴전과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평화를 달성하고 나면 파괴된 것들을 복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가자 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법에 따라, 피신하거나 망명을 신청할 권리는 개인의 권리로 남아 있다. 팔레스타인인과 그 가족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여 이와 같은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담당 지역 내에서의 UNRWA이든 이집트와 그 외 지역에서의 UNHCR이든, 유엔은 팔레스타인의 민간인을 지원해야 한다.

이집트와 다른 난민 수용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단기적 계획에는 긴급 의료 후송, 가족 재결합, 제3국으로의 임시 보호 이전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조건이 충족되는 한 빨리 가자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사회가 유사한 포괄적 전략을 시행한 전례가 다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능력이 전혀 없다. 굶주림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죽음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도, 자신들이 도망치고 싶은지 아닌지를 선택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출처:Egypt Is Obliged to Let Gaza Refugees In”, Foreign Policy, Apr 30,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4.30 (검색일: 202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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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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