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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21 | 조회수 : 350

제목 : <국제> “공립 보육소 85만명 대기” 日 엄마들 머리띠 맸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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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노인 표만 의식… 보육소 외면하자 집단행동

일본 도쿄(東京)의 한 물류회사에서 일했던 이세키 이쿠코(井關郁子·31) 씨는 지난해 첫아이를 출산한 뒤 직장을 포기했다. 임신 직후부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가 보육소를 10곳 이상 찾았으나 “빈자리가 없다”는 답만 들었다. 보육소마다 대기 아동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었다. 육아휴직을 2개월 연장했던 그는 끝내 보육소를 찾지 못했다.

일본에 보육소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인 유권자만 의식한 정부와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뒷짐을 지자 화난 엄마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도쿄 스기나미(杉竝) 구의 엄마 60명은 지난달 구에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자 구청장이 보육소 정원을 연간 400명 늘린다는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오타(大田) 구, 시부야(澁谷) 구 등 도쿄 도내 다른 구에도 집단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엄마들의 집단행동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 경기침체로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났지만 공립 보육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인가 사립 보육소는 비싸고 시설 수준도 나쁘다. 이마저도 자리가 부족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 보육소 대기 아동은 약 2만5000명. 하지만 포기한 사람이나 사설 보육소 대기 아동 등을 합치면 실제 85만 명에 이른다는 것.

일부 엄마는 대기 아동이 적은 지역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보육소 빈자리 찾기를 빗댄 ‘호카쓰(保活)’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격심한 취업활동인 ‘슈카쓰(就活)’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일본은 복지비의 70%를 표가 있는 노인에게 쓰지만 아이들에게는 4%도 안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언론은 출산 기피의 장기화가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출처: 동아일보>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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