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ㆍ일 간에 합의된 오키나와현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내각과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가 오키나와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의 이전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다.
오나가 지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기지 이전을 위해 진행 중인 헤노코 연안 매립 공사를 공식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전 지사가 내린 매립 공사 승인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헤노코에 새 기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선거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공유수면매립법은 정부가 바다 등을 매립할 때는 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회견에 앞서 방위성 오키나와 방위국에 매립 승인 취소 통지문을 전달했다. 통지문은 헤노코가 이전지가 될 필요성이 부족하고 오키나와에 집중된 미군 기지부담이 고정화되며 주변 자연환경에 영향이 있다는 점을 승인 취소 이유로 들었다.
아베 내각은 즉각 매립 공사를 계속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매립 공사) 승인에 법적인 결함이 없었다“며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무시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방위상은 행정불복심사 청구와 효력 정지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매립을 관할하는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이 효력 정지를 인정하면 오키나와 방위국은 심사 청구기간에도 기지 이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행정불복 심사는 수개월, 효력 정지 결론은 2~3주가 걸릴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올 가을부터 활주로를 비롯한 본공사를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다만 정부가 공사를 재개해도 오키나와 현측이 다시 공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지 공사를 놓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에 이례적인 법정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오키나와현 간부는 요미우리 신문에 ”최종적으로는 소송의 장(場)에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나하(那覇)시장을 14년간 지낸 오나가는 지난해 11월 헤노코 미군 기지 건설 반대를 내걸고 지사에 당선된 뒤 전문가 등으로 제 3자위원회를 구성해 전임 지사의 매립 승인을 검증했다. 오키나와는 일본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 시설의 73.8%가 몰려 있다.
2015-10-13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