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189527847
작성일 : 24.09.26 | 조회수 : 240
제목 : [교수신문] 극우파와 극좌파 사이, 마크롱의 전략적 선택 | 글쓴이 : EU연구소 |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 |
[글로컬 오디세이] 극우파와 극좌파 사이, 마크롱의 전략적 선택 글로컬 오디세이_강유덕 한국외대 EU연구소장
지난 7월 초, 파리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었지만, 프랑스 국민의 관심은 올림픽보다 국내 의회 선거에 쏠려 있었다. 올림픽 기간에는 파리의 아름다운 미관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국내에서는 새롭게 구성될 정부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을 해산하며 치러진 갑작스러운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해 정치적 실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진보와 개혁을 주장하며 새로운 정치운동을 일으켰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신생정당 앙마르셰(En Marche)를 창설해 의회의 과반을 획득했다.
미테랑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을 배출했던 전통의 사회당과 공화국연합은 신생정당에 참패했다. 그는 39세의 최연소 대통령이었지만, 유럽 지도자 중 가장 공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정당명을 르네상스로 바꿔 치른 의회 선거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소수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노동과 연금 문제에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친기업적 조치를 도입했지만, 사회적 반발이 컸고, 의회를 무시하거나 권위주의적 태도라는 비판도 받았다. 여당 르네상스의 지지율은 작년부터 급격히 하락해 2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프랑스 정치에서는 지난 10년간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점차 세력을 확장했다. 1970년대 장 마리 르펜이 창설한 국민전선은 이민 억제와 EU 체제 반대를 주장하며 정치의 이단아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딸 마린 르펜은 당을 개혁해 기성 정당으로 자리매김했고, 당명을 국민연합으로 변경했다. 27세의 조르당 바르델라가 당대표에 취임하면서 국민연합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고, 지지율은 30%를 넘기며 르네상스를 크게 앞섰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사상 최대의 승리를 거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기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해 의회를 해산했고, 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선거를 시행했다.
국민연합은 1차 투표에서 대승을 거뒀다. 좌파 정당들의 연합체인 신인민전선이 2위, 르네상스는 3위에 그쳤다. 국민연합은 집권 준비를 강조했고, 외신들은 프랑스 최초의 극우정당 출신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신인민전선과 르네상스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결선투표 결과, 신인민전선이 1위, 르네상스가 2위를 차지했고, 국민연합은 3위로 밀려났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는 간신히 체면만 차릴 정도의 결과를 낳았다.
결국 어느 정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신인민전선이 좌파정부 구성을 주장하고, 경제관료 출신인 뤼시 카스테(Lucie Castets)를 추천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 정부’의 등장에 반대해 이를 거부하며 버텼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른 정당이 지명한 총리를 인준함으로써 사실상 동거정부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총선 두 달 만인 9월 5일에 우파 출신의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를 총리로 임명했다.
올해 73세인 바르니에 총리는 과거 공화국연합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과 외무장관,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공화국연합 대선 경선에도 나선 바 있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 브렉시트 협상 대표를 지낸 화려한 이력의 정치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극우인 국민연합이 바르니에 총리의 임명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우파 출신인 바르니에 총리는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국민연합의 입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신인민전선은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달 전 총선 결과는 극우의 득세를 막기 위해 중도와 좌파가 힘을 합치는 ‘공화국 전선’이 작동한 결과였다. 반면에 이번 총리 임명은 총선을 통한 민주주의 결정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적 결정을 통해 등장한 바르니에 정부는 국내 정치에 있어 많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대외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프랑스는 전방위적 군사 능력을 갖춘 유일한 EU 회원국이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애타게 바라보는 유럽의 현실 속에서 프랑스 정치 상황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6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