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사람의 땅, 중남미/저자 추종연
<본문중에서>
중남미에서는 스킨십 인사가 보편화되어 있다. 서로 만나면 정감 있게 포옹을 하고 볼 키스(beso)를 나눈다. 인간의 냄새가 듬뿍 묻어난다. 비록 외국인일지라도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남녀를 불문하고 보통 수다쟁이들이 아니다. 콜롬비아에서는 보통 볼 키스를 한번 한다. 아주 친한 사이거나 연인 등 특별한 사이면 두 번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보통 한번 또는 두 번하며 친한 경우에는 세 번까지도 한다. 남자끼리는 서로 포옹을 하면서 등을 두드린다. 남자끼리도 볼 키스를 한다. 중남미 여성들은 남성들이 볼 키스를 해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매우 이상하게 여긴다. 남성이 여성에 대해 볼 키스를 요청하는 것은 그 여성에 대한 존중의 표시가 담겨있다. 중남미에서 그렇게 볼 키스와 포옹을 한다고 해도 서로가 신뢰감을 갖는 관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그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중남미에서 스킨십 인사는 밥을 먹거나 숨 쉬는 것 과 같은 자연스러운 행위다. 가까운 사이에서 주고받는 편지나 메시지의 끝말도 운 베소(Un beso)(한 번의 볼 키스)나 도스 베소스(Dos besos)(두 번의 볼 키스)를 흔히 쓰며, 연인같이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밀 베소스(Mil besos)(천 번의볼 키스)도 쓴다.
그렇게 정감 넘치는 사회이지만 쉽게 넘지 못하는 벽도 존재한다. 중남미에서는 어느 국가에서든지 백인이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 이들이 정치, 행정, 경제 및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수의 백인 패밀리가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권력과 부는 세습된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배타적인 개인클럽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정보를 교환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결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