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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8 | 조회수 : 7190

제목 : 201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06 오OO) 글쓴이 : 영어통번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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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통번역대학원 합격 수기

영어통번역학과 06학번 오OO

casiojandi@naver.com

간단한 소개 및 지원 동기

저는 한국외대 영어 통번역학과 06학번 오잔디입니다외대 학부생으로 입학한 지가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졸업을 하고 동대학원인 외대 통번역대학원에 재학 중입니다.

대학원 입시는 3학년부터 총 2년간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에 돌입한 것은 4학년 때였습니다당시 통대 입시를 갈망했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고수익 전문직종이다’, ‘화려한 커리어 우먼을 꿈꾼다’, ‘국제 무대에서 회의 통역을 하고 싶다, ‘통대 간판을 달고 스타 강사가 되고 싶다’ 등등 저마다 통대 입시에 대한 동기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통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영어 표현력의 끝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영어 전문가라면 말하고 쓰는 능력이 출중해야하는데 이에 통역 및 번역만큼 도움이 되는 훈련이 없습니다.

또한 통대에 가야만 했던 이유는 국내파가 영어 전문가로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통번역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해외파가 영어가 강점이라면 국내파는 한국어가 강점입니다통번역 시장은 이중 언어 사용자(bilinguals)를 필요하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만큼은 국내파와 해외파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입시 준비

Step 1: 공부에 앞서 - 너 자신을 알라 (Know Yourself)

사실 입시생의 현재 수준즉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만병통치약(a cure-all)을 처방해드릴 순 없습니다제대로 된 진단도 없는 처방약(prescription without diagnosis)은 안 먹는만 못하죠입시생들의 목표는 한 큐에 통대 입학!”으로 모두 동일합니다하지만 각자의 수준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빠른 자가 진단과 딱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저는 미국땅 한번 안 밟아본 전라도 토박이였고 영어는 여전히 외국어(L2)였습니다한국어는 주제의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나름 어른스럽게 나오는 편이었지만 영어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처럼 나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게다가 언어를 떠나서 1~2분 정도의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다시 이야기해준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디테일을 버리고 논리를 잡기도 벅찼습니다.

그래서 영한 통역 자료는 논리 구조가 복잡하고 표현이 어려운 글을 자주 골랐고 한영 통역의 경우 어려운 문어체의 글이 아니라 쉬운 구어체의 텍스트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Step 2: 스터디 자료 선정 - Not too Difficult. Not too Easy. Just Right!

남들은 신동표다 청문어학원이다 하며 강남으로 우루루 몰려갈 때 저는 그냥 이문동에 있었습니다왔다 갔다2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내 책상에서 그리고 맘에 맞는 스터디원과 밀도있게 공부를 하는게 더 현명해보였습니다학원가에서는 NY times Economist와 같은 어렵디 어려운 자료로 통역을 시킨다는 이야기에 많은 입시생들이 위축된 분위기였습니다하지만 전 reader’s digest, dear Abby, helpothers.org, 각종 영어 블로그의 이야기 등 정말 정말 쉬운 텍스트만 골라서 통역했습니다대신에 쉬운 내용이니까 길게 읽었습니다하지만 이렇게도 쉬운 내용도 길게 읽으면 통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하물며 뉴욕타임즈와 같은  2~3분 듣고 좌절하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요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은즉 내 수준에 딱 맞는 자료가 최고의 자료입니다학원 자료 너무 어렵습니다어려운 텍스트를 충분히 소화를 하는 수준이시라면 제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그게 아니라면 걷기도 전에 뛰는’ 우를 범하시 않길 바랍니다.

그래도 어려운 자료가 필요하시다면 60 minutes이나 NPR과 같이 구어체를 주로 쓰는 방송을 추천합니다시사성도 있고 어려운 내용을 유용한 구어체 표현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줍니다결국 입에 붙는 표현을 쓰는 내용을 들어야 나중에 통역할 때도 자기 말로 응용이 됩니다.

또한 NY times가 되었든 60 minutes가 되었든 자료의 출처보다는 텍스트의 유형도 매우 중요합니다. 2차 시험에 사용된 텍스트의 공통점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흐름이 있는 글이라는 점입니다예를 들어, ‘귀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가 있다면 찬성하는 입장 à 반대하는 입장 à 입장을 떠나서 객관적인 과학 조사 à 전체를 아우르는 결론’ 이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기출 텍스트는 곽중철 교수님의 통역 강의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어쨌든 스터디 자료를 고르실 때 이리저리 중구난방으로 내용이 튀는’ 글보다는 하나의 화제에 대해 기승전결원인과 결과과거-현재-미래처음-중간-끝 등등의 흐름이 있는 글을 선정하시길 바랍니다.

Step 3: 병렬 텍스트로 표현력 강화하기

난 왜 이런 말을 하고 싶으면 이 한 가지 표현밖에 못쓸까?’라는 고민이 드신다면 병렬 텍스트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병렬 텍스트란 쉽게 말하자면 주제는 같은데 다른 사람이 쓴 글입니다예를 들어, “총기 난사가 주제라면 구글에서 ‘shooting incident’ 혹은 ‘deadly shooting’과 같은 키워드로 여러 가지 병렬 텍스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특히 조승희 사건과 같이 유명한 사건은 같은 사건을 놓고 수많은 기자가 달려들어 글을 써놓기 때문에 구글에서 ‘Virginia tech Shooting’만 치면 엄청난 수의 병렬 텍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병렬 텍스트의 장점은 같은 개념에 대해서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paraphrasing skill을 갈고 닦기에 좋은 텍스트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시다가 더 알고 싶은 주제를 발견하면 키워드 검색을 통해 병렬 텍스트를 모아 공부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차와 2차 시험 모두 근본적으로는 요약 시험이기 때문에 paraphrasing skill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무기가 될 것입니다.

 

Step 4: Mindset - Communicate, Communicate and Communicate!

여러분통역은 소통하는 일이지 방송이 아닙니다스터디를 하다보면 뻣뻣한 표정으로 눈도 안 마주치고 예쁜 아나운서가 홀로 카메라에 대고 방송하듯이 통역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그게 본인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눈을 마주치고 얘기를 털어놓듯이’ 통역하는 태도게다가 멋있어 보이는 어렵고 수려한 표현이 아니라 오해의 여지가 전혀없는 내 말로 통역하는 태도그거만 잡아도 벌써 50%는 성공입니다실제 통대 2차 시험 때도 한국 교수님께서 한국어 텍스트를 읽어주시면 여러분은 그걸 잘 듣고 옆에 계시는 외국인 교수님을 보고 이야기를 전달해주듯이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영한도 마찬가지로 방금 들은 영어 이야기를 한국어로 한국 교수님께 다시 설명해드리듯이 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통역은 커뮤니케이션이니까요.

분명 누군가 “It’s easier said than done”이라고 투덜되는 소리가 들립니다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소통하는 통역일까요?

1.     암기보다는 해설저는 우선 통역보다는 해설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이야기를 들을때 이 표현을 기억해두자가 아니라 이 말을 나중에 어떻게 설명해주는게 좋을까?’, ‘다른 건 다 놓치더라도 이것만큼은 살려줘야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라는 사고방식으로 제 정신세계를 개조했습니다뜬 구름잡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서도 이러한 태도로 통역을 하면 논리가 살고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이야기꾼(eloquent storyteller)이 되어 있을 겁니다저는 이 방법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현재 통대 입시는 기계적인 통역보다는 조리있는 요약 능력에 더 큰 점수를 주는 시험이니깐요.

2.     문장은 SVO와 말투는 구어체번역은 문체가 중요하지만 통역은 말투와 문장 구성이 중요합니다글을 읽는 사람처럼 번역하는 사람처럼 딱딱하고 함축된 표현을 쓰지 마세요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처럼 말하는데는 문장을 잘라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저는 왠만하면 “which / that, while / wheares, ~ing, etc”와 같이 문장을 길어지게 하는 것은 통역 때 다 뺐습니다. ‘수동태를 쓰면 망한다는 마음으로 아예 의도적으로 주어+동사+목적어(S+V+O)” 형태로 말했습니다그래야 문장 구성하는데 따로 힘을 안 빼고 메시지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Step 5: 1차의 중요성 – 글쓰기는 중요하지 않다?

1차에 못 붙으면 2차는 아예 볼 수도 없습니다작년 선배 중 말 잘하고 통역 정말 잘하는 선배들 1차에서 다 떨어졌습니다영어를 듣던 한글 지문을 읽던 이해한 내용을 빠른 시간 내에 영어로 요약하는 글쓰기 능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1차 시험이 정확히 그 능력을 평가합니다 1차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는 1차와 2차 준비에 시간을 투자한 비율이 7:3 내지는 6:4였습니다매일 매일 스터디원과 TED 강의 7~9분짜리를 듣고 곧바로 요약하고 첨삭하고, A4 한장짜리 한글 사설을 읽고 또 요약하고 첨삭했습니다. ‘통역을 더 해야하지 않을까?’할 정도로 글쓰기와 요약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결론은 아무리 통대라도 글쓰기 능력은 중요하다입니다.

끝맺음 : Yes, You Can!

여러분 할 수 있습니다버터가 아닌 된장내나는 전라도 토박이 국내파인 저도 했습니다맹목적인 긍정을 하란 건 아니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번 믿어보시길 바랍니다스터디때 사용한 자료를 일회용 젓가락처럼 한번 쓰고 버리지 마세요묵혀뒀다가 다시 통역해보면 분명 논리력구성력, paraphrasing skill이 좋아집니다메모리 스팬 확장은 두뇌 자극을 통한 암기력 향상이 아니라 내용을 진정성있게 받아들이는 이해력에서 출발합니다마음을 먹고 연습에 매진하면 이해하지 못할 텍스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언어의 결정적 시기 따위는 무시하세요발음과 억양은 노력으로 극복됩니다혀를 얼마나 굴리냐가 아니라 의미 단위를 얼마나 적절히 끊어주면서 말하느냐 관건인 겁니다결국 여러분이 공부하실 텍스트는 모두 사람이 사람보고 읽으라고 쓴 글이고 들으라고 만든 이야기입니다머리가 나쁜게 아니라 쉽게 포기하는 태도가 나쁜겁니다중간 기말 시험 보듯이 몰빵해서 통역 연습하시지 마시고 매일 꾸준히 담금질하듯이 연습을 하시길 바랍니다여러분이 노력하며 흘린 땀방울이 합격 소식에 기뻐서 흘린 눈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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