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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8 | 조회수 : 26084

제목 : 2012년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합격수기 (영어학 김OO) 글쓴이 : 영어통번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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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소개

일단 저에 대해서 소개하자면저는 한국에서만 공부한 국내파입니다해외유학 경험이 전무한 다른 국내파와 차이점이 있다면, 2년간 카투사 부대에서 미국들과 함께 군 복무를 했다는 것 정도입니다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온 것도 있지만 군대에 있었던 2년간 거의 영어로만 사무를 보았기 때문에 영어로 생활을 하거나 사무를 보는 것은 불편하지 않습니다저는 한국외대에서 영어학을 전공하였으며통역 공부는 2010년에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원래 일반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으나 2009년에 지인으로부터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권유 받아 2010년부터 통역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그 당시 아는 동생이 통번역대학원 준비는 2년은 해야 한다는 말을 하길래 무슨 대학원 준비를 2년을 해?”라며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던 것이 생각납니다재수 끝에 합격을 한 지금그 때의 저를 되돌아 보면 통번역대학원 입시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것과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너무 자만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입시 준비에 임하는 자세

통번역대학원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이 영어에 있어서 만큼은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다른 수험생 분들 또한 그렇다는 것입니다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하실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겸손함인 것 같습니다통역을 할 때는 자신감 있게 하되항상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번역대학원에 어떻게든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다소 안일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들어가서 졸업을 하기까지 쟁쟁한 동기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고 합격 이후의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3. 스터디 파트너/크리틱/스터디에 임하는 자세

개인적으로 통역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스터디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맞는 분들은 억지로 스터디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자신의 통역 퍼포먼스를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신에게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스터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서로의 실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절대적 실력보다는 본인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대인지 여부라고 생각합니다누구나 서로 잘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서로의 강점이 모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장기간 스터디의 효율성 측면에서 아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서로가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스터디를 할 때 불편함이 없으면서 동시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바로 그런 분이 최적의 스터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통역 스터디를 해오면서 느낀 몇 가지에 대해 좀 더 덧붙이겠습니다먼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악의 크리틱은 무성의한 크리틱이라고 생각합니다상대방이 통역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데 크리틱을 위한 노트도 하지 않고 건성으로 듣다가 잘하셨어요.”라고 하는 건 아무 의미 없는 크리틱이며서로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상대방의 퍼포먼스가 좋았다면 이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못한 것에 대해서도 거짓 칭찬만 늘어놓는 것은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물론 통역 스터디를 하다 보면 서로의 크리틱에 기분이 상하는 일도 발생합니다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말투로 크리틱을 하고 있는 지를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서로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가르치는 듯한 말투로 크리틱을 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잘못한 것이나 부족했던 점들에 대해서 짚어줄 때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 하면서 크리틱을 해준다면 서로의 기분이 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스터디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스터디 상대를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대학원에 들어가야 할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어떤 날은 스터디 파트너가 더 잘할 수도 있는 것이고또 어떤 날은 본인이 더 잘 할 수도 있는 것인데이것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대방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인해 자신의 퍼포먼스가 나빠져선 안 될 것입니다사실 저도 이것이 참 어려웠습니다스터디 파트너가 너무 잘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자꾸 나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내가 지금 슬럼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이러한 생각에 많이 시달린 후에야 이런 고민들은 결국 제 자신의 통역 퍼포먼스에 방해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중요한 것은 스터디 파트너만큼 하는 것이 아니라객관적으로 봤을 때 본인이 부족한 점을 자각하고 이를 보완하는 것입니다스터디 상대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시험장 문을 닫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고 하고서로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스터디에 임한다면 스터디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다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4. 스터디 진행

2010년 첫 입시의 실패 이후, 2011년 1월부터 3월 이전까지는 (신동표 어학원입시반 수업을 들으면서 입시반 자료를 가지고 혼자서 공부를 했습니다그러다가 3월부터 다시 2인 스터디를 시작하였습니다스터디 자료는 신선생님의 입시반 자료를 복습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수업 때 다루지 않았던 기사들을 가지고 파트너와 번갈아 가면서 영한/한영순차 연습을 했고다음날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에 그 전 날에 다뤘던 입시반 자료에 대한 표현 및 배경지식 정리 자료를 서로 분담해서 만들어 와서 이에 대해 서로 구두로 퀴즈를 보고 자료를 교환한 뒤 그 날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하루 치 입시반 자료로 꼼꼼히 스터디를 하다 보면 오전 10시쯤 시작을 해도 오후 4, 5시가 넘어서 스터디가 끝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이렇게 입시반 자료만 보더라도 공부할 것이 아주 많기 때문에여러 자료를 보기 보다는 입시반 자료를 완벽히 커버하는 것을 중요히 여겼습니다.

일주일에 총 4일의 입시반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하루치씩 스터디를 통해 입시반 자료를 검토해 나가다 보면 하루가 비어서그 하루는 파트너와 격주로 추가자료를 만들어서 스터디를 했습니다이 때 사용한 스터디 자료 출처는 주로 NPR이나 Korea JoongAng Daily, TED.com 등이었습니다한영은 주로 입트영을 가지고 연습했습니다입시반 자료가 워낙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추가자료를 다룰 때에는 어려운 것과 쉬운 것들을 섞어가면서 다양한 성격의 2차 인터뷰 text에 대비했습니다.

단어 스터디를 따로 하기도 했는데단어집은 워드스마트 1,2권 합본만 계속 돌려 봤습니다여러 단어집을 이것 저것 보는 것 보다는 하나를 보더라도 완벽하게 보자는 취지에서 연초부터 10월에 있었던 1차 직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5월부터는 새롭게 바뀐 주관식 1차에 대비하기 위해서 1차 스터디를 시작하였습니다처음에는 주중반 수업을 듣다가 주말반이 개설되고 나서부터는 주말반을 수강하였는데매주 토요일 주말 입시반이 끝나고 나면 학원에 남아서 1차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매주 스터디 파트너와 요약/확장 연습에 사용할 영어자료한글자료를 각각 번갈아 가며 준비했습니다영어 요약/확장 연습자료는 TED.com에 올라온 자료들을 많이 사용했고한글자료는 시사뉴스나 시사저널의 기사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7월말부터는 2차 대비 4인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2인 체제로 스터디를 오래 진행하면서 스터디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새로운 2명의 스터디원과 함께 4인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2인 스터디를 계속 평소대로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4인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이 때에도 역시 추가 자료를 따로 준비하여 스터디를 했습니다확실히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다 보니 전에는 몰랐던 부족한 점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통역 발표를 하면서 담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1차 시험이 있었던 10월부터는 1차 대비 스터디도 2인 체제와 4인 체제를 병행해서 진행했습니다스터디에 참여한 나머지 3명의 요약/확장 결과물을 모두 검토하고 크리틱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시간적체력적 부담이 컸지만그만큼 여러 사람이 자신이 쓴 요약/확장 결과물을 검토해준다는 장점도 동시에 있었습니다.

 

5. 주관식 1차 대비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1차가 주관식으로 변경되기 이전에 입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일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그래서 가장 고민이 되실 부분이 새롭게 바뀐 1차에 대한 대비일 것입니다저 같은 경우에도 기출문제 하나 없는 상황에서 1차를 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특히 note taking을 하면 그냥 들을 때보다 청해도가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평소에 note taking과 청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매일매일 3분짜리 자료라도 들으면서 note taking 연습을 꾸준히 하시면 note taking과 청해를 동시에 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해지실 겁니다실제 시험에서는 답안지에 15-16줄 정도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길이를 정해놓고 길이 제한을 넘지 않도록 간결하게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저도 10월달이 되기 이전까지 길이 제한을 자꾸 넘겨서 고민이 많았는데아예 연습지의 15번째 줄에 표시를 해 놓고 이를 넘기지 않는 연습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길이 제한을 넘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평소 자신이 가진 필력을 과시하기 보다는 정말 필요한 내용만 간략하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 1차 합격의 관건인 것 같습니다.

6. 1/2차 시험 경험

그러면 이제부터 제가 봤던 통번역대학원 입학 시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저는 2010년에 있었던 통번역대학원 입시 1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그 당시 저는 1차에 대비하기 위해서 따로 GRE LSAT 문제집을 구해서 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당시 학원에서 매달 치러진 객관식 유형 1차 대비 모의고사가 있을 때마다 모의고사에서 틀린 문제를 리뷰하는 것 정도가 제가 했던 1차 공부였습니다. 1차 시험 있었던 201010월달에 마지막으로 학원에서 보았던 1차 모의고사 석차가 전체 입시반 수강생 중 10등이었던 터라 1차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편한 마음으로 평소처럼 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2차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1차 시험 당일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한국어 시험을 마쳤습니다오후에 영어 시험이 있었는데 듣기를 하던 도중 실수로 한 문제를 놓치고 말았습니다그 때 그 한 문제를 가지고 왜 그렇게 당황을 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다음 문제도그 다음 문제도 놓쳐 버렸습니다그렇게 총 5문제를 문제도 듣지 못하고 놓치자 말 그대로 PANIC 상태에 빠지더군요자연히 R.C. 파트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를 안은 채고 시험을 겨우 마쳤습니다심지어 모자라지 않던 시간까지 모자라 나오면서 불합격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설마 정말 1차에서 떨어질까 반신반의하고 있던 중에 불합격 통지를 받게 됐습니다그 때 당시 참 허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한 해 동안 학교 공부와 입시 준비를 병행하며 열심히 준비한 2차까지는 가보지도 못했는데 허무하게 끝이 나버린 상황이 분하기도 하고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억울한 심정도 들었습니다그러나 이미 시험 결과는 나온 후였고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다시 마음을 바로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부족하니까 떨어진 것이다,’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연말에 약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서 1월부터 다시 입시반에 등록했습니다.

2011년학년도 입시 1차 시험에서 큰 코를 다친 경험이 있었던 지라 2012학년도 통번역대학원 입시 1차 시험은 더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1차 시험 당일 바로 전날까지 스터디 파트너와 요약/확장 연습을 반복하면서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나름의 준비를 장기간 해왔기 때문에 심적으로 크게 불안하진 않았습니다. 1차 시험 당일시험이 시작됐고시험에 대한 안내가 원어민 성우에 의해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시험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하다가 그 성우가 갑자기 1차 시험문제를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공인영어시험을 치를 때 원어민의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됐던 탓인지 갑자기 읽어주는 문제에 처음엔 약간 당황했지만 곧 차분히 문제를 받아 적었습니다그리고 나서 방송에서 1-1번과 1-2번 영-영 요약/확장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영어지문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주제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sign이었습니다지문의 난이도는 아주 평이했습니다표현이 어렵다든지 기타 이유로 못 알아들을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들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문제였던 1-1번은 대부분의 수험생 분들이 무난하게 해결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저에게 까다로웠던 문제는 확장을 해야 하는 1-2번이었는데영어 속담을 사용하여 지금까지 들은 영어 지문의 결론을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1차 대비 연습을 할 때 주로 주어진 지문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개진하는 연습이라든지 아니면 지문의 결론부분을 만드는 연습 정도만을 해왔었기 때문에 이렇게 예상 밖에영어 속담을 사용하여라는 조건이 붙어서 문제가 나오니 적잖이 당황이 됐습니다국내파인 저로서는 그 긴장된 상황에서 이 글에 딱 맞는 영어 속담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떠올리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Brainstorming을 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이러다가 또 다시 허무하게 1차에서 무너지는 것인가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연습시보다 시간을 훨씬 더 소비한 상황이었고 점점 더 압박감에 시달리던 차에 “The walls have ears.”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거짓말을 한 사람이 숨기려는 진실에 대해서 누군가는 들었을 테니 그 사람의 주변인들을 위주로 탐문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며주변 사람들을 탐문할 때도 지문에서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sign들을 살펴 증언을 하는 그 주변인들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 여부도 함께 확인한다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을 적으며 결론 부분을 완성했습니다한글 기사를 요약/확장 해야 했던 2-1번과 2-2번은 상대적으로 더 수월했습니다내용은 젊은 세대들이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빠르게 개요를 짠 뒤 무난하게 글을 써 내려가 제한시간 내에 시험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시험장에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스터디 파트너와 핸드폰으로 1-2번에 적었던 속담을 구글링 했는데다행이 틀리지 않고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0 1차 시험 직후의 불안감과는 대조적으로, 2011 1차 시험을 보고 나올 때는 조심스레 1차 합격을 기대해 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차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는 신동표 선생님의 2차 대비반이 진행 중이던 때였습니다쉬는 시간이었는데원생 분들이 술렁이면서 1차 합격자 발표가 났다고 말하였습니다떨리는 손으로 합격자 발표 창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했고 1차에 합격을 했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1차에서 한 번 실패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1차 합격 소식이 더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1차 합격/불합격 여부에 대해서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2차 준비에 매진했습니다.

어느덧 2차 시험 하루 전날이 왔습니다스터디 파트너도 저도 하루 전날은 일찍 스터디를 마치고 컨디션 조절을 하며 각자 마무리를 하자는 데에 동의했습니다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외대 통번역대학원 건물에 직접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사실 외대가 모교인지라 이문동 캠퍼스는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히 잘 알고 있지만통대 건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직접 통대 건물에 가서 그 곳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통대 건물 2층 애경홀 앞에 있던 까페에서 영한/한영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2차가 하루 남았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됐고평소만큼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까페에 앉아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후에는 전년도그 이전 년도 합격수기를 차근차근 읽어가며 실제로 시험을 보고 나온 선배들의 글을 통해 시험장 분위기를 예상해보았습니다통대 건물을 찾아가기 전에 통대 교수님들의 사진과 성함을 워드파일로 정리하여 이를 출력해서 갔었는데합격수기에 나온 교수님들의 성함을 보고 얼굴을 매치해가며 제가 실제로 인터뷰에 임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았습니다.괜히 불안한 마음에 작년에 시험장으로 쓰였다는 강의실을 기웃거리기도 하다가 집으로 일찍 귀가해서 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컨디션을 고려하여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그 날 따라 잠을 아무리 청해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었습니다저는 수원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문동까지 오려면 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발을 했어야 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질 않으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잠이 오지 않았던 그 긴 밤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교수님들과 면접을 보는 상상을 하며 icebreaking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예상해보고이렇게 물어오시면 어떻게 대답할 지 등을 생각했습니다새벽 4시가 넘도록 잠자리에 누워서 잠은 자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면접에 임하는 상황을 수십 번도 넘게 상상하고 연습해보았습니다.

드디어 2차 시험이 있던 날늦지 않게 외대에 도착하여 스터디 파트너를 만났습니다스터디 파트너도 저도 면접이 오전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각자 차분히 인터뷰에 대비하여 간단한 영한/한영순차 자료로 워밍업을 하며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렸습니다마침내 제 면접 순서가 찾아 왔고국제관 1층에 있는 강의실로 내려가 그 앞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앞서 들어간 수험생 분의 면접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기다리는 동안 정말 입이 바싹 마르더군요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왼쪽부터 Mueller 교수님이창수 교수님정철자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제가 원서를 쓸 때 통역 경력에 대해 KOTESOL conference에서 VIP 연사를 수행 통역을 한 경력을 적었었는데 때문에 당연히 그것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icebreaking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그런데 이창수 교수님께서 영어로 외대에서 영어학을 공부했네요서울 캠퍼스인가요?”라고 물으셔서 당황을 했습니다.평소에 영어로 말하는 것에 불편을 느꼈던 것도 아니고자신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밤새 뒤척이며 반복해서 상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자 허를 찔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긴장이 되면서 평소처럼 잘 말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며 icebreaking을 꾸역꾸역 끝냈습니다그러다가 영한지문을 Mueller 교수님께서 읽어 주셨는데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text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The US Supreme Court rejected the California’s law that would have banned selling violent video games to minors. According to the law, stores that sell violent video games to those aged under 18 will face $1,000 fine…Video games that show killing, maiming, dismembering, or sexually assaulting an image of a human being can have negative political, social consequences. The major issues here are whether the law violates the freedom of speech and whether the government is overstepping its authority…

간단한 메모와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으나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지문의길이는 평소에 연습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평소 2분에서 3분짜리 지문을 가지고 연습을 했었는데이 보다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영한순차를 시작할 때 긴장을 많이 했던 탓인지 대법원이 캘리포니아의법을 “reject”했다는 부분을 통역하면서 대법원이 캘리포니아의법을 거절했다.”라고 말해버렸습니다다른 좋은 표현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때 왜 하필 거절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제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창수 교수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셔서 더욱 더 긴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초반부가 지나고 나서는 긴장이 다소 풀려서 평소처럼 차분하게 통역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기억나는 대로 바로 영한지문의 내용을 구글링 해보았으나 똑같은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하지만 이 이슈가 여러 잡지기사신문기사 등을 통해 다뤄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여러 기사를 조금씩 편집하여 출제를 하신 듯 합니다평소 다양한 뉴스 기사를 접하고 시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한영순차 지문은 한국의 전력량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역시 간단한 메모와 기억에 의존해 대략적인 내용을 적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이 다른 선진국인 일본영국프랑스보다 훨씬 높다또한 전력 소비량 증가도 매우 빠른 추세이다이러한 현상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한국이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있겠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전기세가 너무 싸다는 것이다지난 9월 전력 부족현상이 일어난 바가 있는데이 때 2일간 전기 사용량이 폭등했다그 이후 한국 정부가 각 산업 전력 소비량을 10%로 줄이는 것을 의무화 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질적인 해결책은 현실적 가격 조정을 단기 목표로 세우고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예상보다 무거운 주제의 지문이 나와서 놀라긴 했지만 pause 없이 flow를 유지하면서 들은 내용을 영어로 말하였습니다한영을 하면서 제가 범한 가장 큰 실수였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중간에 없던 내용을 삽입했다는 것입니다순환 정전(rolling blackout)이라는 얘기가 지문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알던 배경지식을 더하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 버렸습니다순환 정전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 순간 아차 싶었지만 당황한 내색을 하지 않고 다시 들은 내용으로 돌아가 통역을 마무리 했습니다내용을 덧붙였던 실수가 내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말하는 속도도 빨랐고 pause backtracking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평소 파트너와 공부를 할 때 제가 계속 못 했던 것이 eye contact였습니다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 집중이 안 되고 오히려 내용을 기억하는데 방해가 되어서 눈을 감고 text를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그러나 정작 2차 면접 날에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영한통역을 할 때와 한영통역을 할 때 모두 세 교수님과 번갈아 가며 eye contact을 유지하면서 통역을 했습니다기억을 하기 위해서 눈동자를 굴린다든지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져도 당황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썼고처음부터 끝까지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면접에 임했습니다아마도 이러한 태도를 교수님들께서 좋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차 면접까지 모두 마치고 나오면서 면접 중의 실수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느껴졌지만그래도 다시 해도 더 잘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나름대로 만족스러웠습니다제 평소 최고 컨디션일 때의 퍼포먼스를100점이라고 했을 때 2차 면접에 스스로 점수를 주자면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실제 입시 면접이 주는 그 긴장감이란 상상 그 이상이기 때문에 평소 실력의 100%를 발휘하는 수험생 분들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따라서 평소에 성실하게 내공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2차 면접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은 가벼운 주제와 무거운 주제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사실 제가 읽었던 통대 선배들의 합격수기에 올라온 기출 지문들로 연습을 할 때는 너무 쉬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입시반에서 다룬 어려운 지문들에 단련된 것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절대적으로 봐도 전혀 어렵지 않은쉽고 가벼운 주제의 지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물론 이번 입시에서도 제가 제시 받았던 지문보다 좀 더 가벼운 주제의 지문을 가지고 면접을 보았던 분들도 계셨습니다하지만 제게 주어진 text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운 주제의 지문이었기 때문에 처음 몇 단어를 들었을 때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었습니다수험생 분들께서는 이렇게 어려운 것들을 굳이 해야 하나?’라고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가벼운 주제무거운 주제를 모두 골고루 학습하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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