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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8 | 조회수 : 46621

제목 : 연합뉴스 합격수기(01 박OO) 글쓴이 : 영어통번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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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합격수기(01 박OO)

 

언론사 입사전형은 크게 너덧 단계로 구성됩니다. 서류-필기-실무-최종면접의 과정입니다. (실무를 두 차례 치르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단계별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드리는 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Ⅰ. 서류전형

1. 학점, 어학성적

객관적인 수치입니다. 일반 기업체는 위 두 가지가 높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언론사에서는 합격선 정도로 쓰이는 듯합니다. 학점은 3.5 이상, 어학성적은 토익 870 이상 정도면 손해를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않는 것 같습니다.

KBS나 EBS 등 일부 언론사는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은 기출문제를 풀면서 준비했습니다. 2급 정도 획득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2. 국외연수 경험, 인턴십 등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단, 요새 언론사에서 공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인턴기자 제도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대학생 인턴기자는 방학 중 5주에서 길게는 8주까지 현직 기자들을 따라다니며 편집국 부서에 배치돼 실무를 배웁니다. 수습기자 공채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대학생 인턴기자는 서류-필기-면접의 과정을 거쳐 선발합니다. 인턴기자를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사회부를 지원해 경험하기 바랍니다. 사회부의 하루 일과가 공채 전형에서의 실무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 자기소개서

언론사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소위 '스펙'이 뒤진다 하더라도 자기소개서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습니다.

 

(KBS,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사는 학점이나 영어성적만으로 1차 합격자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최종면접까지 가면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결정하게 되니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① 형식

질문이 정해져 있으면 그에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자유 형식일 경우 소제목을 써서 대여섯 항목으로 나눠 쓰는 게 보기 좋습니다. 첫 문단을 들여 쓰는 것은 작은 부분이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② 내용

형식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언론사 입사에는 수천 명의 지원자가 몰립니다. 자기소개서도 한 편의 글이라 일단은 읽혀야 합니다. 재미없는 문장으로 읽히지도 못하는 서류가 대부분입니다.

 

채점자들은 첫 세 문장 정도가 재미없으면 성의없이 읽거나 아예 읽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저는 '뒤가 재미없어도 앞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한 언론사 자기소개서 항목 중 '지원동기'가 있었는데 저는 그 항목의 제목을 '퇴사동기'라고 적었습니다. 그 회사에 들어가고자 제가 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썼습니다. 도전, 패기, 열정 등의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소설책을 읽는 듯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훨씬 매력 있게 다가갈 겁니다.

 

※내용과 관련해 저는 많은 경험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몇몇 후배들의 지원서를 읽어보면 대학시절 경험이 스터디와 공모전, 인턴십, 교환학생 등에 한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적어도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저도 인턴십을 했었고, 모의유엔총회에서 상을 받아 케냐에서 열리는 회의에도 다녀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면접관들에게 이런 경험이 어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에 대해 단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대학교 때 축구 소모임을 하면서 팀을 우승시킨 경험이나 등록금을 벌려고 막노동이나 돌잔치 서빙을 했던 경력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대충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가 어떤 스타일인지 감을 잡을 줄로 믿습니다.

 

Ⅱ. 필기시험

1. 논술

언론사 입사시험의 논술은 대학입시형이 아닌 프랑스 바칼로레아 식입니다. 제시문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자기가 아는 내용을 '썰'로 풀어야 합니다.

 

① 두괄식으로 써야 한다.

첫 문장으로 내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논하시오'라는 문제에는 '삼성은 잘 하고도 욕 먹는다'라고 첫 문장을 썼습니다.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에 대해 논하라'는 질문에는 '포퓰리즘은 판도라의 상자다'라고 썼습니다. 그에 대한 논거가 뒤에 나오면 되겠죠.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배경지식을 늘어놓으며 도입부를 쓰는 것은 대학입시 논술에서나 유효할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언론사에서 쓰는 글을 역삼각형 구조라고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게 위에 나오고 뒤로 갈수록 비중이 덜하는 내용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대입 논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겁니다.

 

② 단문으로 써야 한다.

문장이 짧아야 합니다. 길면 지루합니다. 단문을 잘 쓰는 작가로 국내에서는 김훈, 외국에서는 헤밍웨이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둘다 기자 출신입니다. 김훈의 작품을 보면 한 줄에 세 문장씩 들어간 부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참고할 만합니다.

 

③ 아는 게 많아야 한다.

논거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나 봅니다. 저는 아는 게 부족해서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왕도가 없습니다. 신문을 읽든 책을 읽든 틈나는 대로 정리했다가 써먹기 바랍니다.

 

2. 작문

논술이 논리적인 사고와 지식의 깊이를 보는 것이라면 작문은 한 마디로 글솜씨를 보는 겁니다. 논술보다 가볍고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형식이 없다 해서 시조를 쓴다거나 하면 곤란합니다.

 

①상상력을 발휘하라.

작문은 아이디어 싸움입니다. '차'라는 제시어를 받았을 때 여러분은 뭘 쓰시겠습니까. 타는 차, 마시는 차. 평범한 아이디어라면 그 정도겠죠. 이 제시어로 작문에서 최고점을 받은 사람은 장기판 위의 車를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지난 해 한 신문사 작문 주제가 '다문화'였습니다. 저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 사용된 공인구인 '트리콜로'를 화자로 삼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주민의 후예도 국가대표로 받아들인 프랑스가 세계최강 브라질을 꺾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상심'을 예로 들어볼까요. 많은 사람이 극한 상황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쓸 겁니다. 저는 평상심 같은 건 없다고 썼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는 게 평상심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분노하거나 크게 기뻐할 줄 알고 빨리 마음의 평정을 찾는 걸 평상심으로 정의하고 썼습니다. 파격의 미덕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②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논술과 달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작문의 소재입니다. 부모님의 말 한마디, 길가다 눈에 보이는 이색 간판 따위도 기가 막힌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제시어를 받았을 때 저는 눈보라 치는 날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갔던 저의 팔순 할머니 얘기를 소설처럼 썼습니다. 뭘 보든 어떻게 작문의 소재로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보십시오.

 

3. 상식

공부하는 방법은 다를 게 없습니다. 뉴스 빼놓지 말고 보고, 하루에 두 개 정도는 신문을 정독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걸 공책 같은 곳에 나름대로 정리하는 게 좋겠죠.

 

언론사별로 상식시험이 다르게 나오므로 그에 대한 준비는 달라야 합니다. 답에 대한 설명을 써놓고 단답형으로 쓰라는 식의 문제에 대비하는 방법과 제시어를 주고 대여섯 문장 정도로 약술하라는 식의 문제에 대비하는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출문제를 자주 봐야겠죠.

 

Ⅲ. 실무평가

※대개 3차에 치르는 실무평가를 3차와 4차로 나누어 치르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이 경우 3차는 대개 면접전형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뒤에 나오는 최종면접 대비와 관련된 내용을 참고하는 게 좋겠네요.

 

1. 기사작성

 

자료를 주고 기사를 쓰게 하거나 현장에 나가서 특정한 주제를 정해주고 기사를 쓰게 합니다. 신문사들이 보통 후자의 방법으로 실무평가를 봅니다. '공항', '남대문시장', '인사동' 등의 주제를 정해주면 정해진 시간 안에 그곳에 가서 취재한 뒤 본사로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런 형태의 시험을 치른 적이 없어서 관련 조언을 드리는 게 맞지 않는 듯합니다.

 

연합뉴스는 두 건의 보도자료와 인물 인터뷰를 진행해서 총 세 개의 기사를 쓰게 돼 있습니다. 두 건의 보도자료는 보통 한 건의 통계자료와 한 건의 사건 관련 자료입니다. 통계자료는 월간 수출입동향이나 고용동향, 물가동향 등이 주를 이룹니다. 이런 자료들은 정부기관 홈페이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사건·사고 보도자료 역시 경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간 기사들과 이 보도자료를 비교해 보면 준비가 수월할 겁니다.

 

인터뷰 기사는 회사별로 다르게 진행됩니다. 연합뉴스는 화제의 인물 한 명을 실무평가 현장으로 초대해, 그와 관련된 프로필을 나눠줍니다. 프로필을 보고 나서 초대된 인물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적어서 냅니다. 그리고 30분가량 수험생들에게 실제로 질문할 기회를 줍니다. (손을 들어서 선택되면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략 대여섯 명이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까지 끝나면 질의응답 내용을 토대로 기사(문답식이 아닌 재구성식)를 작성합니다. 정리하자면 질문과 인터뷰기사 내용을 모두 평가받는 겁니다.

 

2. 토론

대개 하나의 주제를 주고 찬반 입장을 정해 진행됩니다. 토론은 강의 중에도 여러 번 경험했으므로 크게 생소하지는 않을 줄로 압니다. 연합뉴스는 재작년까지 토론면접이 있었으나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며칠씩 시험을 보는 신문사들은 토론면접을 유지하고 있으니 강의나 스터디를 통해서 틈틈이 준비하는 게 좋겠네요.

 

이때도 역시 중언부언하지 말고 결론부터 말하고 근거를 대면서 1분 안쪽으로 간결하게 말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절을 지키는 건 기본이겠죠.

 

3. 리포팅

방송사 시험은 카메라 앞에 서서 리포팅을 하게 돼 있습니다. 세 문장 정도로 된 스트레이트 기사를 주고 카메라 앞에서 읽어보게 하는 겁니다. 여성분들은 메이크업을 하므로 따로 말씀드릴 게 없지만 남성분들은 머리 모양 좀 잘 만지고 비비크림만 발라도 화면에 나오는 게 크게 달라집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하게 돼 있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TV에 나오는 방송기자들을 흉내 낸다는 기분으로 평소에 연습하세요. 몇 번 더듬어도 괜찮습니다.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Ⅳ. 면접

합격한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면접을 소개팅에 비유하더군요. 어차피 사람들끼리 만나는 자리라 호감 가는 사람을 뽑는 게 당연합니다. 실무전형까지 끝나면 대개 합격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이 자리는 사장이 얼굴 한 번 보고 최종 재가를 받는 자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이 최종면접에서 당락이 뒤바뀐 경우가 적잖이 있었다고 합니다.

질문의 내용은 자기소개서를 위주로 한 신상과 관련된 내용도 있고, 사회현안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1. 자기소개서 내용은 줄줄 꿰고 있어야

질문 대부분은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나옵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성실히 작성해야 합니다. 같은 내용을 질문했는데 자기소개서의 내용과 다르게 답변한다면 신뢰를 줄 수 없겠죠.

 

2. 대답하는 요령

논술에서 두괄식 문장을 쓰라고 했는데 면접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답변은 1분 넘지 않게 하십쇼.

 

최종합격했던 회사에 응시했을 때의 면접을 생각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을 주고받듯 대화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심사위원들 처지에서는 뽑고 싶은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겠죠. 고도의 요령이 필요하겠지만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대답하는 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겠죠.

 

3. 호감을 주는 방법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어두운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이 좋겠죠. 저는 속으로 '미쳤다 생각하고 웃자'하고 면접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몇 가지 압박용 질문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때도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면접위원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자가 되기 전 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교직원 최종면접 때 면접위원에 포함됐던 총장의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었습니다. 자기소개를 해보라기에 저를 '쌀'에 비유해서 표현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희망연봉이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은 액수를 '낮게' 말하면서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저는 "미니멈 3천입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면접위원들이 '그놈 참'이라는 표정으로 웃더군요. 합격했습니다. 상대를 미리 알면 그만큼 자신감도 생기겠죠.

 

4. 민감한 질문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언론사라 더욱 그런 듯합니다.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주 강정마을 사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등등. 저는 한미 FTA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의 대답은 "필요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국익을 생각하는 견해에서 손해 보는 것 같다면 굳이 할 필요 없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식의 근거만으로는 부족하다"였습니다.

 

제 생각을 솔직히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성향이 맞는 사람이 회사 쪽에서는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논리가 탄탄하고, 그런 갈등을 필요 없게 만들 정도로 능력과 매력이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보수적인 이미지의 언론사 최종면접에서 '소신' 답변을 하고 합격한 친구도 있습니다. 슬기롭게 대처하리라 믿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자신 있게 준비하시고 시험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학점, 공모전, 스터디, 인턴이 전부가 아닙니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축구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드세요. 언론인, 특히 기자는 그냥 '월급쟁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점이 많은 직업입니다. 개성도 강하죠. 수습기자 생활 시작과 동시에 석 달 동안 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잔 채 거칠기 그지없는 형사들과 씨름하고 범인들도 심심찮게 만납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유족들에게 고인이 왜 돌아가셨는지 물으려면 멱살 잡히는 일도 각오해야 합니다. 소위 백면서생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요즘 언론사 상황이 말이 아닙니다.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준비해서 더 많은 후배와 현장에서 만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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