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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9 | 조회수 : 505

제목 : 《5.18》[ 한반도포커스] 상상 속 통일보다 평화체제 시급-국민일보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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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의 외교 행보는 현란하다.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유일한 강대국 수반인 시진핑은 푸틴과 전방위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반대하고,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두둑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푸짐한 상업차관도 제공했다.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중국의 자존심이자 시진핑의 고향인 시안을 기점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중·인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내친김에 시진핑은 9월에 미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모습에 자극받은 미국은 융숭한 대접을 베풀면서도 견제의 칼날을 내비칠 것이다. 남북관계의 답답함과 달리 주변 환경은 너무 빠르게 우리를 스쳐 지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환경 빠르게 바뀌고 있어 

한반도는 중·러와 미·일 간 신냉전 구도의 접점이 돼가고 있다. 서태평양 지역 제해권과 제공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태평양동반자(TPP) 틀을 정착시키려는 미·일과 이를 견제하고 지역패권을 추구하는 중·러의 힘이 한반도와 남중국해에서 부딪히는 것이다. 특히 중·미 관계는 전략적 협력과 견제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불행하게도 현상유지 틀 속에서의 남북한 분단 관리는 양국 모두에 유용한 전략적 지렛대다. 이 와중에 연일 북한 고위층의 유혈낭자한 숙청 소식이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은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그런가하면 침략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일본은 미국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합작전을 펼 수 있게 됐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북한정세 불안과 위협을 빌미로 한 한반도 유사시 개입도 꿈꿀 만하다.

권력자가 ‘졸아서’ 고사포로 처형됐다는 첩보를 ‘믿거나 말거나’ 수준으로 정치권에서 흘리고 매체가 전하는 것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병적 징후다.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북한의 혼란이 고작 ‘몬도가네’ 식 흥밋거리인가. 정보기관은 어찌 그리 입이 가벼운가. 발사된 곳이 바지선이냐 잠수함이냐 헛갈리고, 사출 실험 사거리가 수백m에 그친 소위 SLBM 실험에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그 호들갑은 또 무엇인가. 우리가 언제 그리 편안한 절대적 안보 우위에서 북한을 내려다봤던 적이 있었던가. 북한 정세가 그리도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조용히 만에 하나에 대응하면서, 언제라도 다시 열전(熱戰)화할 수 있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 권력층 내홍에 과잉반응 자제해야 

북한 정세의 불안과 위협 부각은 일본의 한반도 유사시 개입 명분을 키워줄 수 있다. 1954년의 일본 자위대 창설은 한국전쟁을 빌미로 우리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비무장을 전제로 한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서 경제발전을 일궜다. 일본이 아시아 대륙을 재침략할 수 없도록 한 안전장치로서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주변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침략전쟁 ‘전범국’인 일본을 지킨 것이다. 이제 일본은 미·일동맹 명분으로 이 안전장치를 풀려고 한다. 일본의 평화헌법이 사라진다면,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일제의 침략 대상이 됐던 주변국은 유사시에 일본을 ‘응징’할 수도 있다. 이를 지적하지 않고, 단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면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대응은 너무 초라하다.

동아시아의 신냉전과 일본의 군사 개입에서 우리를 지키고 유라시아 대륙의 새로운 경제협력 분위기를 활용하려면 한반도 평화체제 확보가 급선무다. 북한 권력층의 내홍(內訌)이나 일거수일투족에 과잉반응해 안 그래도 취약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선 핵문제 해결, 후 평화체제’ 식의 비현실적 접근과 상상 속의 통일 논의보다는 평화체제와 북한 핵을 동시에 다루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주변 환경 변화를 직시하자.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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