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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9 | 조회수 : 589

제목 : 《6,15》[ 한반도포커스] 한반도식 ‘뉴 노멀’을 경계한다 - 국민일보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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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New Normal)이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 상황이 일상이 된 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저성장과 고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화폐 남발을 통해서라도 자국 경제만은 살려야겠다는 경제정책의 님비(NIMBY) 현상을 수반했다. 올 상반기 세계경제 성장엔진 중국의 월간 수출은 연속 3개월 감소했고, 수입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씩 줄었다. 한국 상황도 유사하다. 세계화 흐름 속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을 견인했던 신흥국 경제가 짐으로 전락할 위기다. 역사적으로 그랬듯 세계적 수요 부진은 군비 경쟁으로 연결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갈등과 전쟁의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은 군비 증강에 나섰다. 25년간 군비 지출을 제한해 온 독일마저 향후 5년간 국방예산을 6% 더 늘릴 예정이다. 불행하게도 주요 군비 증강국은 모두 한반도 주변국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에 자리 잡은 ‘비정상적 상황의 일상화’가 우려된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이런 저런 핑계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계륵이 됐고, 한반도의 적당한 군사 긴장과 상호 불신이 남북한의 내부 정치 관리와 중·미 간 군비 경쟁에 이용되는 현상이 그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 논의가 실종됐다. 대신 성급하게 들이민 통일 기대감을 북한 지도부의 권력 갈등 관련 가십으로 채운다. 북한도 그와 같은 행위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줄 알면서도 한·미에 대해 ‘일상적 비난’과 군사 위협을 일삼는다.

주변 상황도 열악하다. 중국은 성장의 부작용인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 캠페인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지도부 전체의 타락으로 비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지한 중국은 국가주의를 내세운 공격적 대외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중국해의 인공섬 건설이나 미국과의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대립각 세우기가 그것이다. 한반도 역시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이 시현하는 무대다. 미국은 아시아로 회귀해서, 미국의 ‘태평양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논리로서 중국의 위협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내세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한국 배치 검토를 포함한 역내 동맹국과의 군사관계 강화나 일본과의 ‘신방위지침’ 합의도 그 일환이다. 뉴 노멀 시대의 군비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꽃피우는 느낌이다.

더욱 경계해야 할 점은 ‘한반도식 뉴 노멀’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순응과 국익에 대한 전략 부재다. 한국전쟁 후 65년이 지나서도 북한의 위협에 짓눌린 강박증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의 일상이 어느 모로 봐도 정상은 아니다. 그동안 독일과 베트남은 통일을, 중국은 천지개벽의 경제 성장을 일궜고, 러시아는 사회주의를 버렸다. 이제 강대국은 뉴 노멀 시대에 대응한 갈등과 협력이라는 양날의 칼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와중에 중국의 고위 권력자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줄서서 면담을 경쟁하는 한국 정치인과 기업인의 의식이 한국판 ‘뉴 노멀’이 됐다. 국익 확보에 도움이 되는 행태는 아닐 것이다. 또 북한 위협의 근거로서 미국이 ‘정보공유’ 명분으로,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위성사진 따위에 휘둘리는 우리의 국방정책도 한반도의 ‘새로운 일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남북한은 아직 기술적으로는 전쟁상태인 정전체제에 놓여 있는데 북한이 손들어 항복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다. 열악하고 비정상적인 북한 체제를 끌어가는 사람들이 ‘고슴도치 의식’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하다. 이제 우리가 이뤘던 한국의 발전과 성숙함이 남북한 관계와 주변국 외교에 그 빛을 발할 때다. 한반도의 ‘뉴 노멀’을 벗어나자.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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