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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9 | 조회수 : 672

제목 : 《8. 10》[ 한반도포커스 ] 환태평양동반자구상 대비해야 -국민일보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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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열렸던 환태평양동반자구상(TPP) 12개국 각료회의가 ‘상당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이 아니라 의외로 협상을 주도했던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 간의 이견에 발목을 잡혔다는 소식이다. 협상 타결 실패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앤드루 롭 장관은 회의 후 “98%의 안건을 마무리했다”고 해서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은 TPP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말을 아끼고, 의회는 행정부의 협상권 강화를 위한 무역신속협상권(TPA)을 결국 통과시키면서도 마치 제동을 걸듯 말로만 엄포를 놓았다. 한국은 2013년 11월 사실상 가입 의향이 있음을 밝혔지만 협상을 둘러싼 갈지(之)자 상황 전개에 입장이 모호하다.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입 대지 말고, 확정되면 그대로 받으라’는 것이 미국의 배부른 메시지다. 겉보기엔 혼선의 연속이다.

TPP 명칭을 직역하면 ‘환태평양동반자구상’이다. 경제 협정이 핵심 사안인 것은 맞지만 ‘동반자 구상’의 최종 목표는 매우 포괄적이어서 굳이 ‘경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 체제 보장을 위한 법 제도 구축과 당사국 간의 긴밀한 안보 및 외교 협력관계를 필요로 한다. 경제적으로는 농업, 공기업, 국가 간의 전자상거래 및 통신, 의료와 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의 제도와 정책,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및 시장진입 관련 법제에 관한 구체적이며 광범위한 내용을 담을 새로운 국제경제 규범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참여국 기업들이 TPP 지역 어디에서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선진국에 유리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는 관세 및 비관세 무역·투자장벽 해소라는 다소 소극적 접근을 통해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추구한다. 이에 비해 TPP는 참여국의 제도를 통일시켜 기업 경영의 국경을 없애자는 취지의 새로운 개념을 담고 있다. TPP 자체가 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 경영 패턴이나 수출입 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선진국 서민층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캐나다와 미국 정부나 의회가 서민층 유권자 눈치를 보며 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는 이유다.

이 와중에 한국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현 정부는 2017년까지 성장률 4%, 고용률 70%,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2%선이고,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1인당 소득은 10년째 3만 달러를 못 넘었다. 지난 70, 80년대에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유치산업에 대한 전략적 보호와 수출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인의 높은 교육 수준, 시민사회의 감독 기능, 효율적 행정체제, 냉전시대 서방 경제의 관대한 시장개방 등의 요인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제 한국경제의 활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제 영역은 물론 정치 및 안보의 협력 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동반자 세계’를 앞두고 있다. TPP에 대비한 전략을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 세대 전의 한국이 선견지명으로 유치산업을 보호 육성할 수 있었듯 TPP 대상인 고부가가치 영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인적 자원과 관련 산업 기반을 키워야 한다. TPP에 대한 적극적 대비를 통해 한국경제를 해양과 대륙 경제권을 연결하는 ‘플랫폼 경제’로 재정비하는 새로운 전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해야 할 것은 사고방식과 경제 구조의 혁신이며, 끌려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 생산이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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