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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01 | 조회수 : 673

제목 : [한반도포커스] 中, 북한 품은 이유는- 서울신문 글쓴이 : paxsi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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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중국은 다시 한 번 북한을 품었다. 4시간 가까운 열병식 동안 김정은과 시진핑 특사인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화기애애하게 말을 나눴고, 급기야 서로 손을 잡고 들어 올려 환호했다. 류윈산은 중국 권력서열 5위이자 사상 및 선전 부문과 중앙당교 교장을 맡고 있어 북한과의 사회주의식 전략 유대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적임자다. 시진핑은 친서를 통해 ‘전략적으로, 장기적 각도’에서 북·중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 구성은 중국공산당 대외관계 책임자로서 그동안 북한 문제를 총괄해 온 왕자루이를 포함해 경제와 군사 부문 실무 책임자를 망라했다. 김정은·류윈산 면담 전인 지난 9일 오후 북한 실세 최룡해는 중국 대표단이 도착하자마자 만수대의사당에서 회견을 갖고 북한은 남북관계 긴장완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 측을 안심시켰다. 또 김정은은 열병식 육성연설에서 그동안 강조했던 ‘경제·핵 무력 병진노선’을 ‘경제·국방 병진노선’으로 에둘러 표현해 중국의 관계개선 신호에 화답했다. 북한은 사전에 중국의 전략적 의중을 읽고 중국이 북·중 관계개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무엇이 중국을 움직여 다시 북한에 손을 내밀게 했을까. 그동안 미국이 취했던 ‘재균형’과 ‘아시아 회귀’ 전략의 압박감에 더해 지난 9월 22∼28일 시진핑의 방미 결과는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수단으로서 북한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번 시진핑 방미 기간 중국은 보잉여객기를 300대나 구매하고, 탄소배출 감축 합의 및 이란 핵협상 타결을 위한 중·미 간 공동노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환심을 사려했다. 그러나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은 ‘서로 대항이나 충돌 없이(without confrontation, without conflict)’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자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에 미국의 호응을 원했으나,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방식에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시사했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또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남북한 긴장관계도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 군사력 증강과 ‘중국 포위 전략’에 이용한다고 본다. 남중국해 분쟁의 경우 당사자인 중국이 직접 나설 수 있지만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 한·미동맹 강화는 어찌해 볼 도리 없는 ‘속앓이’다.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는 미국의 동북아 지역 군사력 강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나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중국의 순수한 ‘헌신’이 아니라 북·중 관계 냉각을 틈 탄 미국의 거침없는 강공책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고육지책일 뿐이다. 

중국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이 극단적인 군사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던 상황이나 밀어붙이기식 통일 논의 확산, 북한의 변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끌고 가는 5·24조치와 금강산 사업, 불투명한 ‘사드 논란’ 등이 그것이다. 이달에 있을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행여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수용할까봐 중국은 전전긍긍이다. 비록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나 핵문제 우회 화법이 중국의 경제지원을 겨냥한 가식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실천으로 유도해야 한다. 행여 우리 정부의 경직된 ‘원칙과 소신’이 남북관계 긴장이나 핵문제는 그대로인 채 북·중 협력 강화와 미국의 전략적 ‘어부지리’에 따른 신냉전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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