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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2.27 | 조회수 : 80

제목 : <사설> 이스라엘의 양두구육, 갈 곳 없는 팔레스타인 난민 (2024.2.2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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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크바(Nakba)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한다. 1948년 5월 시온주의자들은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을 공격하여 수천 명을 살해했고, 500여 개의 마을을 파괴하였으며, 약 75만 명을 실향민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놓고 간 재산은 1950년 이스라엘이 제정한 ‘부재자 재산법’과 ‘귀환법’으로 인해 몰수당했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이웃을 잃고, 재산마저 잃었다. 76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생존자들에게 그날의 기억은 대재앙으로 남아있다.

팔레스타인 젊은 세대는 나크바를 그저 역사적 사건의 하나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공격으로 또 한 번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개전 이후 사망자는 3만 명에 육박한다. 또 한 번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었다. 물과 연료도 바닥났으며, GDP는 거의 5분의 1토막이 났다. 가자 남부 도시 라파(Rafah)에 몰린 사람들은 또 한 번 실향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젊은이들은 이제 나크바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양두구육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이전인 2월 11일 일요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라파 공격 시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서방의 경고를 언급하며, “우리는 민간인이 탈출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면서 이번 작전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난민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질문에는 “이미 라파 북쪽에 이스라엘이 정리해 놓은 구역이 많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아직 계획 중이다.”라고 답했다. 확신이 없는 말투였다.

에일론 레비(Eylon Levy)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피난민이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질문에 그는 가자지구에 개활지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개활지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대답하지 못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지만 속이 변변치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피난민 관련 계획이 그러하다. 겉으로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나, 실상은 변변치 않다. 위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레비 대변인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이스라엘은 가자 난민을 보호할 생각이 없다. 라파 공격이 시작되면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난민의 추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은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퍼뜨려왔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난민들을 위한 ‘안전 통로’를 이스라엘 군이 만들고 있다는 정보였다. 이스라엘은 난민들이 안전 통로를 통해 피난을 가는 중에도 민간인에 총격과 폭격을 가했다. 칸 유니스(Khan Younis)를 폭격할 당시에도 이스라엘은 난민들에게 병원과 대피소에 머무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저격수들은 병원과 대피소로 향하는 난민을 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지속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문으로 대피방송을 했다. 이를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자신들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만일 이스라엘이 안전지대에 있는 난민을 보호할 의도가 있었다면,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가자지구에 이러한 방법으로 대피방송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이 전자지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민간인 대피 통로’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실용성이 없으며, 오히려 거짓 정보를 퍼뜨려 난민들에게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가자지구에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결국 난민들은 마땅한 곳으로 피난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라파에 몰려 또 다른 폭격을 목도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가자 난민

가자 난민에게 희망이란 있을까? 라파와 인접한 이집트는 지난 10월 연설에서 요르단과 함께 가자 난민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집트는 라파 공격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말 팔레스타인 세력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가자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즉 이집트는 가자 난민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로 인해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모습이지만, 이스라엘은 요르단의 중요한 물과 천연가스 공급처이다. 요르단에 있어 이스라엘의 대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요르단은 이미 팔레스타인 난민 최대 수용국이다. 현재 인구의 20%인 230만 명이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난민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요르단에는 국가적인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따라서 요르단이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결국 팔레스타인의 주도권을 하마스에 빼앗긴 상황이기 때문에 난민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결국 현 상황에서 가자 난민은 갈 곳이 없다.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PA 등은 가자 난민에게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Fact or fiction? Israel’s evacuation plan for the Palestinians in Rafah”, Al Jazeera, Feb 13,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2.13 (검색일: 202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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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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