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183777870

작성일 : 24.04.09 | 조회수 : 58

제목 : <사설> 가자 난민들을 위한 차악의 선택 (2024.4.9) 글쓴이 : 중동연구소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보복 작전을 시작한 이후 가자 지구 인구의 80%인 18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건물 60% 이상이 파괴되었고, 북부 지역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이스라엘이 남쪽으로 공격을 확장하며 이미 북부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다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나이 사막에 임시 난민 캠프를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만약 가자인들이 이집트나 타국에서 난민이 된다면, 그들은 현재 75년 이상 지속된 팔레스타인 난민 위기를 가중시킬 뿐이며 전 세계에 영구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 잃을 것이 많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 지구에서 강제로 이주시킨다면, 팔레스타인 영토를 합병하려는 이스라엘의 장기 계획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이는 중동에서 이스라엘, 나아가 미국에 대한 반발심을 야기할 것이며 중동지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정상화 합의를 비롯하여, 이웃 국가들과의 평화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전망도 어두워질 것이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가자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평균적으로 분쟁이 종식된 후 10년이 지나야 난민의 30%만이 자국으로 돌아온다.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불안정한 경우 그 비율은 더 낮아진다.

만약 시나이 지역에 난민 캠프가 세워지게 된다면, 가자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그들의 자녀도 마찬가지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이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분단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1967년 '6일 전쟁'이 끝난 후부터 현재까지 잇따른 전쟁 속에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에 있는 58개 난민 캠프에서 살고 있다.

시나이 지역 캠프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집트는 이미 시나이에서 이슬람 국가와 대립하고 있고, 하마스는 이집트가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의 일부이다. 과거의 일부 난민들은 급진화되었는데, 1970년대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요르단의 내전과 레바논 남부의 반란에 기여했다.

이러한 역사를 분명히 알고 있는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대통령은 10월 초 가자 국경에 탱크를 배치했고 심지어 치료를 받기 위해 국경을 건너는 것도 제한해 왔다. 이집트는 이미 전쟁으로 피폐해진 수단, 시리아, 예멘, 그리고 리비아로부터 9백만 명의 이주민을 수용하고 있다. 230만 명에 이르는 이주민에 대한 추가 지원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또한 시시는 가자를 떠나 이주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국가건국이라는 희망의 종지부가 될 것이며, 이는 전 세계 난민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분쟁 사태로 인하여 피난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하여 1억 840만 명(난민, 국내 실향민 등 포함)이 되었다. 그들 중 약 700만 명이 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2014년 유엔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난민 캠프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12년 요르단에 설립된 시리아 난민을 위한 자타리 캠프는 오늘날 82,000명을 수용하며 요르단의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난민 캠프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수백만 명을 투옥하는 비참한 장소이다. 난민으로 등록된 대부분은 불법 노동과 인도주의적인 원조에 의존하며 비참한 가난 속에 살고 있다. 전 세계 난민 어린이 중 절반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난민들은 은행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돈을 저축해 나가거나 전자거래를 할 수 없다. 많은 중동 정부들은 유엔이 후원하는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들에게 합법적으로 취업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집트는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거의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시나이에 수용된 난민들은 일할 기회를 얻기 힘들다. 결국 캠프는 고립되고, 끔찍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이 중 어떤 것도 가자지구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이 참담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북부에서 탈출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3분의 2가량은 유엔 시설, 병원, 교회, 학교 및 그 밖의 공공 건물들에 거주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반 가정에서 함께 살고 있다. 휴전과 인질 교환이 시작된 이후 인도적 지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겨울이 다가오면서 식량과 거처, 의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민간인들을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될 것이다. 불발탄을 제거하는 작업과 전기, 수도, 하수, 학교, 병원 등의 사회기반시설 재건도 필요할 것이다. 이 작업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최악의 선택지 중에서 차악은 무엇일까? 그들이 있는 곳에 보호와 인도적인 도움을 제공하면서 가자 난민들이 계속 가자지구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 그들이 고국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높여 가자를 재건하는 데 기여하고 팔레스타인 재건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난민 캠프는 괜찮은 단기 해결책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타국에 있는 가자 난민 캠프는 세대에 걸친 오랜 비극을 심화할 뿐이다.

현재까지도 이스라엘은 강경하게 군사작전을 펼치며 이러한 난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국제 여론을 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강경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경정책이 지속되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 문제는 주변국들의 갈등을 심화할 것이고 난민들의 고통이 나날이 극심해질 것이다.

 

출처:Gazans have no good options. Here’s the least bad of the bad”, Los Angeles Times, Dec 4,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12.4 (검색일: 2024.4.3)

-------------------------------------------------

권순욱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