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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4.09 | 조회수 : 46

제목 : <사설> 레바논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 행렬 (2024.4.9)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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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는 최근 레바논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의 대규모 '이주' 행렬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언론 매체에서도 불법적인 루트로 시리아인 수천 명이 레바논으로 건너온다는 이야기가 화젯거리이다. 특히나 시리아 정부군 장악 지역에서 레바논으로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망명을 다루는 언론의 어조에는 시리아 난민이 레바논의 존립과 국가 체계에 위협이 된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레바논의 지도부와 고위 공무원, 정치인 등은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 증가가 국가와 정부의 존립, 그리고 국가 체계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실제로 레바논의 존립, 정부, 체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본인들이 펼치는 정책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러한 정책으로 레바논은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퇴보하고 있다.

도대체 왜 오늘날 시리아인들은 조국에서 고통받고 있을까? 안보, 군사 정책에 기반한 지난 수십 년의 정치 후 시리아인들은 존엄성과 자유, 생계를 지키기 위하여 혁명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 혁명은 지금은 아랍의 봄의 상징이 되었으나 시리아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지도자는 영원히 자리를 지키고자 하였고 그 지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나라마저 불태웠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시리아인들은 파괴되고 불타버린 나라, 그 어떠한 풍족한 것도 없는 나라에서, 생계 수단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해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였다. 자식들에게 밥을 지어줄 가스도,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한 연료도 없었다. 잃어버린 안전을 찾아서, 날마다 아이들과 노인들을 덮쳐오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리아인들은 이주 행렬에 동참해야만 했다.

어쩌면 시리아인들은 안전하고 따듯한 곳에서 괜찮은 삶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극은 이들과 함께하길 원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시리아인들 앞에 국경을 폐쇄하였다. 단, 그 고통을 자국민이 겪고 있는 레바논은 예외였다. 그럼에도 희망은 익사를 택하려는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레바논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나 굶주림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시리아인들은 레바논에서 그 지푸라기조차 찾지 못하였다. 추위를 막아줄 따뜻한 안식처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피난처도 없었다. 일말의 희망과는 달리, 비극은 계속되었다. 자신들이 ‘실존’에 위협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비극이 어찌 되었든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는 요구도 있었다. 심지어는 인도적인 처우에 반대하며 일부 난민촌의 전기를 끊거나, 아이와 여성, 노인이 무슨 일을 당하든 추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편에서는 배를 타고 유럽이나 아무도 모르는 지역으로, 일부는 익사, 이주, 가족의 해체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곳으로 추방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시리아를 곤경에 빠뜨린 안보, 군사 정책이 낳은 인도적인 비극의 진짜 원인은 외면하였다.

레바논의 난민 문제 대응에서 가장 추악한 점은 바로 인간적, 윤리적인 가치를 모두 무시하고 정치와 이익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레바논과 난민 사이의 공통 분모가 되는 고통 때문이라도 레바논은 더 포용적인 태도로 난민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이해해야 하며, 더욱더 협력적이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이 비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리아 난민 또는 다른 누군가를 더 가혹히 차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원인을 외면하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 또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레바논에 합리적인 정책 체계의 부재야말로 시리아인이 아무도 모르는 땅으로 강제이주 당하도록 외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 거만한 태도 또한 결국 레바논의 정책 체계가 만들어 내는 패착일 뿐이다.

레바논은 이주민 증가를 비롯한 ‘결과’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다. 2023년 10월 6일 레바논 내무부는 레바논 내 중범죄의 30%가 시리아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등록된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 수만 80만 명이 넘고, 실제로 시리아의 인접국인 레바논에서 수용한 시리아 난민 수는 상당하다. 하지만 실제 범죄가 발생하고 사회에 혼란이 빚어지는 주된 이유는 난민이 아니다.

레바논은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와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등 여러 위기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었다. 대통령 공석 사태와 국가 체계의 붕괴 등 정치 문제도 이어져 왔다. 시리아와의 국경 개방을 위하여 난민 위기 발발 후에도 무정책을 정책으로 삼았던 레바논은 불법 시리아 난민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면서도 ‘불법’ 시리아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통해 인도적인 측면에서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다른 국가가 최소한의 인도적인 조치로 제한이 아닌 규제를 택한 반면, 레바논은 체계적인 규제 확립을 위한 노력이나 형제국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 도출을 위한 중재자의 역할 없이 단호하게 난민 제한을 택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하는 것은 규제가 필요함에도 규제를 취하지 않는 정책 방향이다. 레바논의 난민 강제이주 정책으로 시리아인의 값싼 노동이 줄어들면 결국 사회적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고 레바논 경제는 더 나락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출처:سورية... موسم الهجرة نحو لبنان!”, Al ʿAraby, Oct 6,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10.6 (검색일: 2024.4.1)

 

출처:وزير الداخلية اللبناني يعلن عن إجراءات جديدة للحد من تواجد المهاجرين السوريين في لبنان”, InfoMigrants, Oct 6,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10.6 (검색일: 2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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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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