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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6.02 | 조회수 : 1420
제목 : 20년 1학기 남아공대학교 7+1 교환학생 후기 - 이은빈 학우 | 글쓴이 : 아프리카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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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에서2020년 1학기 7+1을 다녀온 17학번 이은빈입니다. 남아프리카 지역을 전문 전공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만큼 교환학생 경험은 저에게 꼭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밌었고 지금도 남아공 다시 가고 싶어서 답답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 달 일찍 귀국해야 해서 참 아쉬웠지만, 준비과정부터 전세기 타고 돌아온 귀국날까지 소중한 추억과 값진 경험이 되었어요. 조금이라도 생각 있으신 후배님들께 꼭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 A. 남아공에 가기 위한 준비
1. 남아공 대학교 선택 남아공은 지역마다 문화, 인종 분포도, 영어의 구사성격, 심지어 교육 시스템까지 다릅니다. 그래서 대학마다 특징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교환학생을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 대학을 정하시는 게 좋아요. 저희 학부 선배님들이 많이 가는 대학은 론드보시(Rondebosh)와 케이프타운 대학(University of Cape Town) 둘 중 하나입니다. 론드보시 대학교는 케이프타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인종이 백인인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UCT는 반대로 정말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케이프타운 중심가에 위치한 대학입니다. 다양한 인종, 문화가 공존해 있는 만큼 여러 면에서 더욱 개방적이기도 하고요. 학생들에게 무거운 과제량을 주고 패스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시험을 보게 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저는 론드보시와 UCT 둘 다 지원했는데, 론드보시는 저를 쉽게 합격시켜준 반면 UCT는 정말 많은 서류를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UCT가 토플 성적을 요구해서 급하게 날짜를 잡아 일주일만에 급하게 토플 시험을 봐야 했던 반면에, 론드보시는 영어를 잘한다고 저희 학교 국제교류실에서 확인 사인만 받으면 되었거든요. 심지어 론드보시는 서류 다섯 개 이메일로 발송하고 이틀만에 합격 통지 왔었던 반면 UCT는 저를 한 달 이상 심사했습니다. 새로운 경험보다는 아프리카 정치학 공부를 현지 친구들과 집중적으로 하기를 원했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기도 해서 두 가지 다 잡으러 결국 UCT를 선택했어요.
2. 남아공대학교 입학 허가서 (토플, 재학증명서 등) : 남아공 대학교들은 교환학생을 신청하는 모든 외국인들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외국 학생만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놓기도 했으니 활용하시면 됩니다. 학교 측에서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재학증명서, 성적증명서 등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서류는 토플, 개인정보동의서 등이 있습니다. 학생의 전공 성적이 낮다고 판단되면 UCT가 해당 교수의 추천서나 관련 대외활동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복잡할 수 있으니 신청 마감일 한 달 전에는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남아공 대학은 토플 성적을 요구합니다(론드보시 등 몇몇 대학 제외). 토익과 토플은 미리 취득해두시면 좋습니다. 120점 만점에 78점만 넘으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년도마다 기준이 바뀌니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저는100점으로 지원했습니다. 다른 대학은 어떨지 몰라도 UCT 학교 행정부는 일처리가 느립니다. 같은 내용의 메일 수 십번 발송해도 괜찮으니 조금이라도 처리가 늦어진다면 이메일 연속 재발송을 추천 드려요.
3. 예방접종 노란색 황열병 카드가 필요합니다. 한 번 받으면10년 유효하다고 하는데, 저는 몇 년 전 접종을 받아서 따로 받을 필요는 없었어요. 다만 노란색 카드를 잃어버려서 인천공항까지 가서 카드를 재발급 받았습니다. 재발급은 인터넷으로 불가능하니 꼭 염두하시고, 카드 소중히 간직해주세요. 말라리아약은 따로 안 가져 가셔도 됩니다. 남아공은 지역마다 말라리아 위험성이 다른데, 케이프타운은 정말 걱정 안하고 다녀왔습니다. 다른 지역 여행시 말라리아가 걱정된다면 현지에서 사서 드시면 됩니다. 그게 훨씬 안전해요. 국내의 말라리아 약과 현지 말라리아 약 중 현지 것이 낫습니다.
4. 항공권 결제 항공권을 결제해야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입학허가서에 기재된 학기 날짜에 맞춰 결제하세요. 남아공 대사관에서는 학생 비자를 받을 때 조건은 종강 날짜 이후 즉시 귀국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왕복 항공권 결제를 하는 후배님들은 종강 날짜에 맞춰 사시면 됩니다. 저는 당시 한아프리카재단 1기 최우수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에티오피아와 케냐를 1월 말에 방문할 기회를 얻었고,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오는 대신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를 재단에서 구입해줬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모르나, 찾아보니 왕복행이 8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남아공으로 바로 가는 직행은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공항 혹은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환승하여 가야합니다. 귀국 비행기편은 미리 사지 않다가 코로나 때문에 남아공의 한국 대사관에서 준비한 비행기 타고 한 달 일찍 귀국했습니다. 비행기들 모두 에티오피아였습니다. 에티오피아 항공이 수하물 개수 많고 저렴합니다.
5. 유학생 보험 (현지) 비자를 받으려면 필요한 준비물 중 하나입니다. 남아공 대학은 국제학생들에게 특정 현지 보험을 들도록 요구합니다. 두 세 개 정도를 추천하여 이메일로 직접 넣어주니 그 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다만 남아공 화폐(랜드)로 직접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저는 남아공에 사는 현지 친구에게 부탁해서 넣었습니다.
6. 비자발급 남아공 대사관은 비자를 쉽게 내어주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네 번 정도 거절당하고 받기까지 3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심지어 출국 전날에 여권 돌려받았고요.아무리 서류를 잘 준비해도 대사관에서 계속 거절할 수 있으니,인내심을 가지고 거절당할 준비와 함께 방문하시기를 바랍니다. 또 대사관 사이트에서 미리 신청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합니다. 항상 당일 여는 시간을 확인하고 맞춰서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시는 걸 추천 드려요.
7. 짐 싸기 남아공의 기후는 1년 내내 따뜻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름 시기가 남아공에서는 겨울이라 조금 추울 수 있지만, 햇빛이 드는 곳은 지중해성 기후처럼 따뜻해요. 제가 갔던 1학기(2월~6월)은 정말 덥기도, 선선하기도 한 화창한 날씨였어요. 그래서 옷은 여름 옷과 간편한 자켓 몇 벌 챙겨가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현지 길거리에도 싸게 파는 옷들이 많아서 현지에서 구입해도 괜찮습니다. 대형마트에서도 옷을 팔지만, 케이프타운 근처를 걷다 보면 컬러드(Colored) 인종의 마을 사람들이 옷을 무더기로 쌓아 놓고 판매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거기서 한국에 없는 특이한 문양,스타일, 재질의 옷이 많아서 자주 구매했어요. 김치나 라면도 챙겨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케이프타운 한인마트가 중심지 근처에 두 곳이 있습니다. 다만 비쌉니다. 차라리 라면 가루를 한 봉지 챙겨가는 걸 추천 드려요. 참기름, 간장 등은 남아공에서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저는 참았습니다. 대신 중국, 베트남, 인도, 태국 등 다른 동남아시아 음식점은 참 많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아시아 음식을 먹으며 만족했습니다. 입학을 위한 서류, 비행기 서류, 비자 서류 등등은 항상 사본을 몇 장씩 챙겨 가지고 다니도록 하는 걸 추천합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터넷이 빠르더라도 한국만큼은 아닙니다. 따라서 대학 행정부에서도 인터넷이 아니라 학생이 들고 온 사본 서류를 보고 학생의 신분을 파악합니다. 저는 매일 학교에 갈 때마다 혹시 몰라 사본을 들고 다녔습니다. 심지어 놀러갈 때도 가지고 다녔는데, 한 번은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새벽에 근처 경찰서를 들려 사본을 제출하여 대학생 신분을 확인시킨 경우도 있었어요.
8. 케이프타운 교환학생 픽업서비스 UCT가 공항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저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메일로 일정을 조율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나와있지 않다면 나중에 학교 행정부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증명서류(영수증)을 보여주며 발생한 비용에 대한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 아무도 없다면 공항 앞에서 Uber 택시를 잡아주시는 백인 할아버지들이 계세요. 공항 정식 직원 분들이시니 그분들께 도와달라고 부탁하시면 됩니다.
B. 남아공에 도착한 후
1. 오리엔테이션 및 수강신청 남아공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은 3일 동안 지속됩니다. 첫날은 대강당에서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학교 내 동아리나 건물 등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하며, 둘째날과 셋째날은 케이프타운 도시 전체를 대학 버스로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이메일을 받고 대학교 대강당에 도착하니 저와 같이 교환학생 신분으로 온 국제학생들100명이 앉아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아프리카 정치학을 공부하러 온 미국 학생들이었는데, 이 친구들과 함께 그룹을 짜고 돌아다니며 대학 탐방을 했습니다. 케이프타운 대학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넓은 대학 중 한 곳입니다. 각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첫날 탐방 때 미리 숙지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셋째날은 케이프타운의 자연경치를 탐방하고 식사는 모두 대학 측이 내줍니다. 예쁜 경치를 감상하며 공짜 스테이크를 먹으며 미국 학생들과 통성명하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 대학교 1, 2학년 학생들이었으며 정치학을 공부하러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미국 내에도 인종의 차이에 의한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많아, 남아공의 인종 정책을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얻고자 온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수강신청은 2월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날에 합니다. 교환학생들을 위해 대강당을 비워주는데, 선착순으로 가장 빨리 줄을 선 친구들이 빠르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줄을 서는 사이에 다른 전공의 교수들 서른 명이 책상에 한 명씩 앉아 학생들을 한 명씩 심사합니다. 미리 어떤 수업을 듣고 싶은 지 리스트를 작성하여 보여주면 학생이 그걸 들을 자격이 되는지 심사하는 교수가 알려줍니다. 저의 경우 아프리카 전공생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운 남아공 정치학을 선택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해당 학과 교수 사무실로 찾아가 교수를 설득하고 허가서를 받아야 합니다. 저도 정치학 부서 건물로 찾아가 교수에게 제 입장을 설명하고 외대 전 학기 재학증명서를 드려야 했어요. 다행히 영어로 된 정치학 수업을 모두 들었었고, 높은 학점을 받은 사실이 기재되어 있어서 허가서를 받았습니다. 곧바로 대강당으로 돌아와 저를 심사하던 분께 허가서를 드렸고요. 그렇게 학생증까지 받았습니다. 각 수업이 어느 건물의 어느 교실에서 열리는 지 케이프타운 이클래스(?) 사이트에 잘 나와있습니다. 다만 위치가 제대로 나와있지 않아 저는 현지 친구들과 함께 다니거나,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물어보면서 건물 위치를 익혔습니다. 첫날 건물을 찾지 못해(대학 정말 넓습니다) 수업에 조금 늦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수업에는 한 교수가 학생 40명, 많게는 80명 대상으로 수업을 합니다. 그래서 교수가 누가 출석하는 지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맨 앞줄에 앉아 매일 출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질문 많이 하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나라 막론하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클래스 사이트에 나온 교실 위치를 잘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어떤 주는 교실 위치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있으니, 사이트를 항상 수업 전에 확인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2. 수업과 시험 UCT 과제량은 엄청납니다. 우선 한 과목 당 수업 시간은 1주일에 네 시간이고, 추가로 학생들이 교수와 모여서 토론하는 ‘방과 후’ 시간 한 시간이 추가되어 다섯 시간입니다. 한 주마다 과제를 주는데 대부분 짧은 주제로 500자~1500자 에세이를 쓰는 것입니다. 각 에세이는 수업의 조교가 채점하며 논리적으로 써야 점수가 잘 나옵니다. UCT에서는 90점 이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점수를 짜게 주며, 70점 이상만 나와도 ‘잘했다’고 교수에게 칭찬을 듣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 외대 행정부에서 취득한 최종 점수에 대한 서류를 제출할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학점 환산 계산을 해야 하는데, 시험 때 최종적으로 얻은 제 학점이 높다는 것을80점대로 증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어쨌든80점 이상을 받으면 ‘Distinguished’라고, ‘특출나게 잘했다’는 평을 교수에게 듣습니다. 과제가 너무 많아서 매주 과제를 잘 끝내는 학생들은 많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UCT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합격률이 낮아집니다. 입학은 쉽고 졸업이 어려운 대학인 이유입니다. 수업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녹음을 현장에서 녹화해서 이클래스에 올려줍니다. 이를 활용하여 요약해 정리하고 이클래스 ‘토론’ 채팅룸에 올려야 합니다. 여기서 교수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다른 학생의 의견에 코멘트를 달 수도 있습니다. 남아공 학생들은 자기 의견 표현을 잘하고 수업 때 토론에 능합니다. 의견의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의견이 수렴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니, 기본적인 질문도 그냥 하셔도 됩니다. 남아공은 여러 언어가 있는 나라이기에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뛰어나게 잘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이 간혹 있을 수 있기에, 이런 학생을 배려하여 현장에서 녹화된 영상에 자막을 달거나 스크립트까지 제공하는 교수님들도 계셨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배려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제학생은 최대 4 과목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적다 생각했는데, 나중에는4 과목을 수강 신청한 것이 큰 실수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과제량이 너무 많았거든요. 다행히 UCT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밤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서관과 다른 건물들을24시간 개방합니다. 저도 이틀 동안 도서관에서 밤을 샌 적이 있습니다. 이불을 따로 들고 가 공부하다 보면 책상을 같이 사용하자면서 말을 걸어오는 현지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같이 공부하다가 친해진 친구들이 많았어요. 서로 다른 전공 얘기도 하고, 한국 얘기도 해주고, 남아공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재밌는 추억이네요. 프린트를 하려면 대학 행정부에서 발급받은 학생증이 필요합니다. 학생증은 정말 큰 목걸이처럼 발급되는데 이게 있어야 모든 건물, 특히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학생증은 없으니 참고하세요. 학생증 안에 돈을 넣어야 프린트 기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학생들 편의상 프린트 비용을 지급해줄 수도 있어요. 혹시 모르니 지급이 가능한지 물어봐도 전혀 예의상 어긋나지 않으니, 꼭 수업 때 각 교수에게 물어보세요. 시험을 보는 곳은 이클래스에 공지되거나, 교수가 직접 이야기해줍니다. 시험의 주제와 준비할 범위도 미리 말해줍니다. 시험 전 언어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된다면 교수에게 미리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영어 문법이 에세이를 적을 때 틀릴 수도 있다고 얘기해도 좋습니다. 그 점이 시험 점수 채점 때 고려될 수 있도록 미리 얘기해줘야 교수가 인정하고 ‘문법’이 아닌 에세이 ‘내용’ 위주로 채점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남아공에서 터지고 국경봉쇄령이 떨어진 이후,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 때는 녹음된 강의 위주로 공부했고, 한국에 한 달 일찍 귀국한 이후로도 온라인 기말시험을 봤습니다. 시험과 과제는 대부분 에세이 위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C. 남아공에서의 일상 생활 1. 영어 남아공 사람들은 영어를 정말 잘합니다.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런지 모두 아름다운 영국 발음의 영어를 구사합니다. 다만 컬러드(Colored) 인종의 발음은 살짝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영어는 미국 영어와 단어를 쓰는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보다’가 ‘Take an exam’이라고 우리가 배웠다면, 남아공은 ‘Write an exam’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소소한 차이가 참 재밌었습니다. 강한 영국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 수업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몇 달 만에 영어는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것이, 현지인들이 미국 발음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편지지를 사서 문구점을 들려 ‘Letter’를 찾는다고 했는데 어리둥절 하시던 직원 분께서 종이에 써 달라고 하셔서, ‘t’ 발음을 내어 다시 발음했더니 알아들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2. 장보기 한국에서 비싼 모든 음식이 남아공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쌉니다. 치즈, 요거트, 아보카도, 망고, 파파야, 빵, 오렌지, 와인, 맥주 등, 특히 과일이 굉장히 쌉니다. 심지어 고기도 양고기를 제외하고는 한국 고기의 반값이라 요리를 정말 많이 해먹었습니다. 오렌지 50개를 5천원에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싼 것이 남아공에서는 비쌉니다. 쌀, 참기름, 간장, 라면이 그 예입니다. 저는 요리를 좋아해서 남아공 현지 요리책을 구매해 하나씩 해먹었습니다. 남아공의 인종이 다양한 만큼 해먹는 요리도 다양합니다. 저는 네덜란드계열의 아프리카나 백인들이 자주 해먹는 요리가 참 맛있었어요. 인종에 따라 즐겨먹는 음식이 다르다 보니 특정 인종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료 또한 다릅니다. 장볼 때는 Pick n pay 애용하세요. 체인점이며, 싼 값에 많은 음식을 팝니다.
3. 숙소, Residential house 저는 부엌과 화장실은 공용이며 제 방이 따로 있는 Residential house에서 살았습니다. 다른 여덟 명의 학생들은 모두 국적이 달랐습니다. 남아공 세 명, 캐나다인 한 명, 독일인 한 명, 앙골라, 모잠비크 한 명씩이었습니다. 저 혼자 집 안에서 여학생이었지만 다들 친오빠들처럼 정말 잘 챙겨줬습니다. 지금도 Whatsupp으로 자주 연락할 정도로 참 보고 싶은 분들입니다. Residential house 특성상 일주일에 한 명씩 청소부 아주머니가 오십니다. 일반적인 남아공 집이라면 청소부가 한 명씩 있거든요. 그것도 신기했습니다.
4. 여행 남아공은 여행할 수 있는 곳,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열리는 신비로운 국가입니다. 특히 케이프타운이 그렇습니다. 학교생활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주말에 시간을 내어 정말 많은 곳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외교부 해외 서포터즈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재밌는 곳,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케이프타운의 재즈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작은 술집에서 여는 공연을 보러 갔던 겁니다. 미국 교환학생 몇 명과, 현지 대학생들과 가서 음악을 듣다가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피아노 치며 춤췄었거든요. 케이프타운의 밤은 뜨겁습니다. 어디를 가든 학생들이 시간을 내어 놀거든요. 한국 학생들과 다르게 쉽게 말을 잘 걸어서 친구 만들기가 쉽습니다. 한 명의 친구를 만들면 그 친구가 열 명의 친구를 소개해주고, 열 명의 친구가 다른 서른 명의 친구를 소개해줍니다. 그렇게 인맥을 넓히다 보면 케이프타운의 주요 인싸들은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정말 다른 배경, 인종, 문화, 재능의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계속 열리는 겁니다. 그렇게 수업 시간이 끝나고 어떤 식당, 술집, 클럽(?)을 가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친구들과 연락처를 교환하다가 여행 계획을 짜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남아공의 경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케이프타운 도시 어디를 가든 커다란 산 네 개를 볼 수 있는데, Lion’s head, Table Mountain 등의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산들입니다. 이 산 모두 성인이라면 등산이 가능합니다. 사실 등산이기보다는 암벽 등반 수준의 산이라서 혼자 오르기에는 위험합니다. 저는 8명의 친구들과 그룹으로 네 개의 산 모두 도전해봤는데, 정상까지 성공적으로 올라갔을 때의 쾌감이 굉장했습니다. 케이프타운 도시를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봤을 때 그 아름다운 경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살짝 심한 부상이 있었고 다음 날 걸을 수 없었지만 정말 후회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꼭 도전해보세요.
5. 빈부격차와 범죄, 치안 남아공은 빈부격차가 다양해서 잘사는 마을과 빈민가가 눈으로 보기에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케이프타운에 흔히 ‘부자동네’라고 불리는 곳은 우리가 아는 유럽의 풍경과 비슷할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조금만 나오면 빈민가가 도시 곳곳에 흩뿌려진 듯 퍼져 있습니다. 남아공의 현지인들, 특히 백인들은 빈민가를 절대 가지 않습니다. 많은 백인 친구들도 저에게 빈민가만큼은 절대 들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들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실제로 케이프타운에 다니는 흑인 학생들 중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며 빈민가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빈민가를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가는 걸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면 케이프타운 대학 ‘자원봉사단 모집공고’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자원봉사 동아리에 신청하면 안전하게 학교 버스로 직원들과 그나마 안전한 빈민가 구역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빈민가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빈부격차가 심각한 남아공은 치안도 좋지 않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현지인들은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에, 현지 친구들과 되도록 함께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현지 친구들은 어떤 길이, 어떤 지하 터널이, 어느 구역에서 강도, 살인 등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 교환학생들은 이걸 몰라서 사고를 많이 당합니다. 심지어 저와 오리엔테이션을 같이 들었던,덩치 큰 미국 남학생들 몇 명도 위험한 거리에서 휴대폰과 지갑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다가 강도들의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습니다. ‘조금의 조심’만 한다면 괜찮으니 안심하세요. 저 또한 외국인이라 몰라서 한 실수가 한 가지 있습니다. 케이프타운에는 대학생들에게 유명한 Long street이라는 클럽거리가 있습니다. 저와 정말 친했던 덩치 큰 외국인 친구 두 명과 새벽 세 시에 집으로 가는 택시를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저에게 구걸하던 노숙자 소년이 제 목에 걸려있던 작은 금목걸이를 낚아채 도망갔습니다. 소년은 경찰에게 붙잡혔지만 저는 금목걸이를 다시는 찾을 수 없었어요. 금목걸이를 도망치는 중에 길가에 떨어뜨려 다른 이가 줍도록 한 것 같습니다. 밤에 노숙자들은 서로 연결망이 있는 조직처럼 계획적으로 움직입니다. 노숙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거리로 일반인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경찰서에서 보낸 새벽은 참 힘들었습니다.
D. 7+1남아공 교환학생 후기 아는 후배님의 부탁을 받고 급하게 적은 글이라 모든 정보를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아프리카를 공부할수록 제가 아는 세계가 참 편협했다는 생각이 매일 듭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화, 가치관이 존재하는데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는 제가 아는 사고방식과 전혀 달라 ‘이런 생각도 논리적일 수 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습니다. 학부에서 공부할 때도 충격이었지만 현지에서 경험한 아프리카는 제가 속한 세계의 사고가 그나마 옳다는 생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전공으로 공부했고, 애착이 심한 만큼 매일 뉴스도 챙겨보고 공부하지만, 알면 알수록 모자라다고 생각될 정도로 모든 것이 다양한 대륙입니다. 참 매력적인 전공을 택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 케이프타운에서 아프리카 정치학 수업을 들은 것은 제 학부 생활 중 최고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들었던 수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같은 주제로 현지 교수와 토론하며 생각의 깊이를 넓혀가고, 외국인의 관점에서 본 제 생각을 현지인들과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주말마다 여행하며 보냈던 나날들이 그립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반드시 돌아가고 싶어요.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외국계 IT 기업에서 조기취업을 하여 다른 분야의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아프리카와의 끈을 계속 연결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에 [3분으로 끝내는 아프리카] 유투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가 적은 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습니다. 두 국가를 오고 간 경험이 있는 저에게는 서로의 정책, 교육시스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아프리카와의 교류를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가서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아프리카를 배웠으면 합니다. 후배님들께서 조금이라도 교환학생 생각이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녀오시라고, 정말 값지고 소중한 추억을 쌓고 오실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옳은 선택일 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