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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7.13 | 조회수 : 115

제목 : 한국외대 女축구 동아리 'FC홀릭스'의 아름다운 도전 글쓴이 :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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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머리를 길렀다. 파머한 선수도, 염색한 선수도 있다. 색조 화장도 물론 했다. 땀이 흘러 화장이 지워질까봐 헤어밴드도 했다. 영락없는 평범한 여대생들이 눈이 퍼붓는 축구장에서 공을 찼다. 모두 밝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달 경기 가평에서 열린 제8회 K리그컵 여자대학클럽 축구대회에 나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여자축구 동아리 ‘FC홀릭스’ 선수들 모습이다.

FC홀릭스는 2008년 국제스포츠레저학과 동아리로 시작됐다. 그게 2014년 중앙동아리로 바뀌었다. 선수들은 현재 25명이다. 체육전공자는 아무도 없이 모두 일반학생들로 구성됐다. 회비도 학기당 2만원씩 낸다.

FC홀릭스는 주당 두 번 훈련한다. 장소는 용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다. 주장 강신애씨(국제스포츠레저학교 2년)는 “서울 캠퍼스 학생들도 용인으로 간다”며 “매번 12~16명이 모인다”고 말했다.

FC홀릭스에는 외모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머리카락을 귀 아래 10㎝ 이상으로 길러야한다는 것이다. 화장과 액세서리도 환영이다. 강씨는 “나도 어릴 때부터 ‘여자가 무슨 축구을 하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 말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소녀들도 봤다”며 “지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조선시대에서 왔느냐’고 따지면 아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FC홀릭스 사령탑은 일본에서 21세까지 선수로 뛴 정나하 감독(29)이다. 정 감독은 “나도 어릴 때 피아노,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부모를 설득했다”며 “지금 부모님은 내가 축구를 일찍 그만둔 걸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모에 신경 쓰는 선수들에 대해 “운동해도 여자는 여자만의 특수성을 살려야한다”며 “외모도 예쁘고 축구도 잘하니 너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FC홀릭스에서 활동하는 대학원생 김규원씨는 “후배들에게 ‘우리는 외대의 얼굴이다. 공도 잘 차고 외모도 예쁘게 보여주자’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축구를 배운 김예섬씨(영미문학문화학과 1년)도 FC홀릭스 소속이다. 그는 귀국해 다시 축구를 하면서 상처를 받았다. 훈련 날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본 남학생들로부터 “좀 여자답게 꾸며라” “그러니까 남친이 없는 거다”라고 말을 들은 것이다. 김씨는 “그런 말을 자주 들으니까 기분이 상해서 이제는 아예 상대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에서는 모든 여자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가 섹시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가 흰 여자만 예쁘고 블라우스, 치마, 구두를 착용하지 않으면 여자답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적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원본 기사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122008021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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