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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6.09 | 조회수 : 680

제목 : [에너지경제] [이슈&인사이트]新 보호무역주의 대비해야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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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최근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통상문제가 기술, 환경, 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국내에서의 여러 제도와 활동이 국제사회와 연결되기도 하고, 외국에서의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제사회와 교류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며 동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국가들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집행과 관할권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졌는데, 특히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복잡한 이슈로 등장했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이란, 외국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자국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자국 국내법을 적용하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내법은 국가 영역 내에 소재하는 자 또는 그 영역 내에서 발생한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근 국제적 활동이 많아지며 국내외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국내법이 자국의 범위가 아닌 역외에 적용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국가의 관할권은 국가의 주권이 발현되는 것인데, 국내법의 역외적용으로 역외관할권이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2개 이상의 국가의 관할권이 경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영역에서 원래 관할권을 행사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주권의 훼손이나 침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비춰지지 않으려면 관련 국가와의 사전 조율과 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함께 국가의 역외관할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원래는 국제적 활동과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을 적용하고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국내법이 국제적 활동에, 그리고 국제법이 국내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역외관할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형사적 문제의 처리나 범죄행위 관련 사례들에서 발견되지만, 일부 국가는 산업이나 경제 관련 분야에서도 자국의 독점금지법(경쟁법) 등을 자국 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적용하려고 한다. 시장 담합이나 독점행위 등을 규율하려는 경쟁법 분야에서, A국에서 이뤄진 기업활동 효과가 B국 시장에서 나타나면 A국의 경쟁법을 B국에 적용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법의 역외적용을 위해서 당사국들이 미리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사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체결하면서 서로의 국내법을 조율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국법을 적용하자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명시적 합의나 근거를 두지 않고 국내법을 역외적용 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시장의 경제 관련 법을 역외에 적용하려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무역과 투자환경을 규율하는 통상법 분야에서 변수를 초래한다. 특정 역()내 시장의 법을 다른 (역외)시장에 적용하면, 다른 국가의 시장,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주거나 경제주권을 침범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영향은 복수의 시장이나 국가에서 통상지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국가들은 역외적용 문제를 통상법 차원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당사국들의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심각한 통상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통상문제에 영향을 주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여러 새로운 경제 분야에도 활용되거나 통상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환경,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과학법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려고 하는데, 유럽연합(EU)은 이를 우려하면서도 자신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역외보조금 규제 제도, 다른 국가의 조치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제도 등을 외국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해 일종의 새로운 무역장벽들이 구축된다면 결국 WTO가 추구하는 자유무역 대신 새로운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도 보호무역주의 아래서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고민하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출처:https://m.ekn.kr/view.phpkey=202306050100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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