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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8 | 조회수 : 187

제목 : [기고] 문 대통령의 방러, 전략적 관계 내실화 호기(2018.06.20. 매일경제)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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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정상회담이 끝나고 시나브로 러시아발 월드컵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8 월드컵을 서구의 `왕따`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삼으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의 국빈 방문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 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런 융숭한 예우는 크렘린이 한·러 관계 심화를 위해 문재인정부에 거는 기대를 상징적으로 반영한다. 


그럼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방러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핵심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러시아의 `패싱` 우려를 해소하면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주변국 정상들 간 연쇄회동에서 푸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서도 러시아의 자리는 없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라는 조건적 명시는 중국에는 `초조함`을, 러시아에는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역사적 교훈 하나가 있다. 한반도 평화구도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를 소외시킬 경우 한·러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역진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97년 모스크바가 배제된 한반도 4자회담은 러시아의 대국적 자존심에 지대한 손상을 가했고, 결국 한·러 밀월관계에 종식을 고했다. 당시 크렘린 전략가들은 옐친 정부가 취한 성급한 대북 관계 단절과 친서울 일변도 노선이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로화시켰다고 판단했고, 이때부터 북한을 포용하는 남북한 균형노선으로 한반도 정책 전환을 시작했다. 1998년 7월 한·러 외교관 맞추방 사건은 그 신호탄이었다.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거칠게 반영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병합과 동부 반군 지원, 시리아 내전 개입은 한반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의 최우선적 과제는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러시아의 기여와 역할을 강조하는 가운데 모스크바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싱 우려를 해소해주는 외교적 노력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러시아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6자회담의 틀 유지와 조속한 재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국제적 보장자로 러시아 참여,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창설 등에 대한 외교적 공명을 공동성명에 담아내야 할 것이다. 

신북방정책의 가시적 `성과 내기`도 중요한 방러 목적이다. 문재인정부는 신북방정책의 추동력으로서 소위 `9-Bridge 전략`을 채택했다. 전력·가스·조선·수산·북극항로·항만·철도·산업단지·농업 등 9개 분야에서 대러 경협을 우선적으로 도모한다는 전략인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게 없다. 러시아와 북한이 동시에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북방정책이 유효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러 정상이 박근혜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차원에서 중단시킨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를 우선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나진~하산 사업이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 조치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최근 한반도에서의 데탕트 추세로 북방에서 협력 움직임과 교역 환경의 패러다임 변화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7일 우리나라가 마침내 북한의 찬성으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함에 따라 남북철도 연결과 유라시아대륙 물류시대의 현실화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과 모스크바는 2008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그러나 10년이 경과한 한·러 전략적 관계는 외교적 수사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러가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는 `도약판`이 되고, 나아가 한·러 관계가 명실상부하게 전략적 관계로 진입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원문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389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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