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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3.24 | 조회수 : 279

제목 : <스포츠> 교토국제고, 日 고시엔서 첫 승…'동해 바다' 한국어 교가 울려퍼졌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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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일본의 옛 이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24일 오후 2시 10분, 일본 효고(兵庫)현 한신(阪神) 고시엔(甲子園) 구장의 새파란 봄하늘 위로 한국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한국계 민족학교로는 처음으로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이날 첫 경기에서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승리 선언과 함께 이 학교 한국어 교가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자 관중석에서는 "꿈만 같네" , "아, 눈물 날 것 같아"라는 졸업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24일 시바타고에 연장 끝 5대 4 역전승
한국계 학교로는 처음 고시엔 입성
학생 수 130명 미니 학교의 '기적'
27일 우승 후보팀과 2차전 예정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10회 연장 승부 끝에 5-4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10회 연장 승부 끝에 5-4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교토국제고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시작된 미야기(宮城)현 소재 시바타고등학교와의 첫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5-4로 역전승했다. 고시엔 첫 출전인 두 학교는 경기 시작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1회 말 시바타고에 두 점을 내준 교토국제고는 7회 초 1번 타자 다케다 유토의 싹쓸이 3점 적시 3루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7회 말 시바타고가 1점을 내면서 동점이 됐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9회를 마친 뒤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교토국제고는 이어진 10회 초 공격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3번 타자 나카가와 하야토와 5번 타자 쓰지이 진의 적시타로 각각 1점을 얻어 5-3으로 앞섰다. 시바타고가 10회 말 공격에서 1점을 내며 추격했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NHK로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는 봄 고시엔은 일본 전국 4000여개 고교 야구팀 중 32개고만 출전할 수 있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9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고시엔에 외국계 학교가 진출한 것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이다. 도쿄스포츠신문 인터넷판은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해 "역사적 승리"라고 평했다.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첫 출장한 한국계 교토국제고의 다케다 유토 선수가 역전의 3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첫 출장한 한국계 교토국제고의 다케다 유토 선수가 역전의 3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1947년 교토 조선중학교로 시작한 교토국제고는 현재 전교생이 130명인 작은 학교다. 1990년대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폐교 위기에 처하자 학교를 살리기 위해 1999년 창단한 것이 야구부였다. 초기엔 약체였던 야구부는 20년 만에 야구 영재들이 몰려드는 지역 내 명문고가 됐다. 현재 재학생 중 일본인은 93명, 재일동포는 37명이다. 야구단 소속 40명은 모두 일본 국적자다. 두산 베어스 신성현 선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1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이 날 경기는 교토국제고 동문뿐 아니라 재일한국인들이 함께한 축제였다. 졸업생뿐 아니라 교토와 도쿄, 오사카 등 일본 각지에서 재일동포 약 1천명이 경기를 보기 위해 고시엔 구장을 찾았다. 1986년 졸업생이라는 재일동포 3세 지영이(54)씨는 "고시엔 구장에 교가가 울려 퍼지는 걸 듣고 싶어 왔다"면서 "고등학교 때 학교가 이전했을 땐 인근 주민들이 반대 운동까지 벌였는데, 이제 고시엔에 진출하는 학교가 됐다니 너무 기쁘고 감격적"이라고 말했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진출에 첫 승리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감격했다. 박 교장은 또 "외야도 없는 작은 운동장에서 여기까지 해낸 감독과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가능하다면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서라도 더 넓은 구장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첫 승을 거둔 교토국제고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대회를 생중계 한 NHK는 화면에 한국어로 된 교가의 가사를 한글과 일본어로 모두 내보냈다. [NHK 캡쳐]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32강전에서 첫 승을 거둔 교토국제고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대회를 생중계 한 NHK는 화면에 한국어로 된 교가의 가사를 한글과 일본어로 모두 내보냈다. [NHK 캡쳐]

이날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2회 시작 전 출전 학교 소개 시간과 경기가 끝난 후 승리 팀 교가로 두 번 방송됐다. NHK는 교가 가사 중 '동해'를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번역한 자막을 내보냈다.
 
16강에 오른 교토국제고는 27일 도쿄 대표인 도카이다이스가오(東海大菅生) 고등학교와 맞붙는다. 도카이다이스가오고는 수많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고로, 이번 고시엔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継)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은 "상대가 강팀인 만큼,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시합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전: https://news.joins.com/article/24019584

(중앙일보,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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