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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4.14 | 조회수 : 188

제목 : <환경> 日 오염수 치밀한 2년 계획…美·IAEA 우군으로 만들었다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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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백만t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구상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국제 파장
일본, 안전 검증할 IAEA 사전 포섭
한국, 검증단 포함 여부 확답 못받아
정부 “인접 한국과 협의 안해” 반발

일본, 2018년부터 속셈 비치며 준비
미국 “국제 안전기준 부합” 편들어
전문가 “양국만의 문제 국한 안 돼”
중국 외교부 “엄중한 우려” 표명








일본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오염수 배출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이용해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기준치의 40분의 1로 농도를 낮춰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폐로(廢爐)를 진행하는 데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풍평피해(風評被害,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출 시설 건설 및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방출은 2년 정도 후가 될 전망이다. 방출이 시작되면 일본 정부가 폐로 작업 완료 시점으로 내걸고 있는 2041~2051년까지 20~30년에 걸쳐 계속된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선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로 시설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유입돼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내 1050기의 저장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125만t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저장 공간의 90% 이상이 오염수로 가득 찼고, 내년 가을께 탱크 저장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해상 방류 방침을 확정했으나 어민 단체 반발로 두 차례 결정을 미뤘다.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3개월여 앞두고 해양 방출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결정을 더 미룰 경우 원전 폐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진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스가 내각에 대한 평가가 낮은 상황에서 결단력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나온 결정이라 사전에 미국과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일본, 미국·IAEA 우군 확보 치밀 … 한국, 2년 반 대책 못세워

 

지난 1월 하늘에서 본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125만t의 오염수를 보관한 저장탱크 1050기의 일부가 보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빗물·지하수 유입으로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해 내년 가을께 저장 공간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는 어민 반대와 안전 우려로 지난 몇 년간 쌓여 왔는데, 일본 정부는 13일 이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해 인접한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하늘에서 본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125만t의 오염수를 보관한 저장탱크 1050기의 일부가 보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빗물·지하수 유입으로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해 내년 가을께 저장 공간이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는 어민 반대와 안전 우려로 지난 몇 년간 쌓여 왔는데, 일본 정부는 13일 이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해 인접한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핵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방사능 감시, 복원, 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 등을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처리를 결정했다”고 거들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를 처리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한다”고 썼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일본이 선택한 물 처리 방법은 기술적으로도 실현할 수 있고 국제적 관행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스가, 바이든과 회담 3일 전 방류 발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 차관회의를 연 뒤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는 외교부·해양수산부·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구 실장은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은 2018년부터 방류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추상적인 수준이라 2년 반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외교부에 초치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자와의 의사소통 결과를 참조했다”며 “한국에 사전 통지도 했는데, 일·한 관계의 중요성과 이 사안에 대한 그간 양국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일본대사관 측도 별도 참고자료를 통해 “도쿄에서만 총 100회 이상의 외교단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워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반박 논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계기로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 외교 상대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결정 직전의 마지막 수순인데 이게 벌써 한 달 전이다.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공식 결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공식 결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일본이 IAEA와 미국 등의 지지를 확보할 동안 한국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IAEA 측에 방류 뒤 검증단이 꾸려질 경우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문제는 실제 참여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오염수 방류 결정이 주변국 안전과 해양 환경에 위험을 초래한다면 일본을 향해 사전에 ‘최인접국인 한국은 검증단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 대한 답을 확실히 받아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또 “우리 국회,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와 반대 입장을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과 기준이 무엇인지 정부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민이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과학적인 사실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 이를 보편적 관심이 필요한 글로벌 환경 이슈라는 차원에서 보다 큰 맥락으로 접근해야지, 한·일이 충돌하는 또 다른 양자 간 갈등 이슈로 국한해서 인식하면 해결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해결책도 지금까지 해왔던 내용을 재론하거나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인 실효성 없는 조치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우리 국민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일본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거나, 지금까지 일본이 제공을 거부했던 정보들에 대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식이다. “IAEA 등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 우려를 전달하겠다” 등도 있지만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후쿠시마 어민 “궤멸적 피해” 강력 반발
 
국제사법시스템을 활용해 일본의 책임을 묻는 등 보다 강제성 높은 조치도 거론되지만, 정부 당국자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했을 때 문제가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를 모은 후에야 가능할지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에 들어가는 최소 2년 뒤부터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실장도 관련 질문에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들은 저희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좀 검토해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후쿠시마 어민들은 이번 결정으로 후쿠시마 어업에 “궤멸적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반대한다. 후쿠시마뿐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정부가 서면으로 수집한 국민 의견에서도 70%가 “처리수 방출은 신체에 위험하고 유해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결정은 국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일본 정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설명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 공공 이익과 중국 인민의 건강·안전을 위해 중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처리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유지혜·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출전: https://news.joins.com/article/24034489

(중앙일보, 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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