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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31 | 조회수 : 230

제목 : 기후변화·정부 무능의 재앙…온두라스 뎅기열 환자 13배 폭증 글쓴이 : 중남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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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보건 시스템 붕괴 속 1년새 뎅기열 사망자 3명→175명
동남아는 뎅기열 유럽은 홍역…감염병 대비 필수 (CG)
동남아는 뎅기열 유럽은 홍역…감염병 대비 필수 (CG)[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미 온두라스에서 올해 뎅기열 발생 건수가 작년의 13배로 급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온두라스의 뎅기열 발생 건수는 10만7천건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13배나 증가한 수치다.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작년 3명에서 올해 최소 175명으로 폭증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지목된다. 온두라스에서는 올해 가뭄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연달아 발생했다.

뎅기열은 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모기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져 그만큼 뎅기열 사례도 늘어난다.

지난 7월 온두라스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급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가뭄을 견뎌내기 위해 집에 물을 받아놓고 써야 했다. 고인 물은 모기들이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한 하수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폭우가 내리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모기 번식장'이 됐다.

NYT는 기후 변화에 온두라스 정부의 무능과 정치적 혼란 등이 가세하면서 뎅기열이 창궐했다고 진단했다.

온두라스의 보건 시스템은 예산 삭감과 광범위한 부패 때문에 일상적인 의료 수요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범미보건기구(PAHO) 온두라스지부의 에두아르도 오르티스 고문은 "다른 나라라면 환자 수는 비슷할지라도 사망자 수는 이 정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뎅기열의 치료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한 병원에서 뎅기열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한 병원에서 뎅기열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온두라스 곳곳에서 활동하는 무장 범죄조직 역시 뎅기열 사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범죄조직들이 사실상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외부인들의 출입 자체가 쉽지 않다. 조직원들은 특히 정부 측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모기 서식지에 관한 조사, 소독, 주민 교육 등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부 소속 한 직원은 이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현금이나 마리화나 등 뇌물을 제공해야 했다.

주민들의 무관심 역시 심각한 문제다.

코르테스 지역의 보건 책임자인 디노라 놀라스코는 "사람들은 뎅기열 말고 다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식량이 부족하고 갱단이 활보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뎅기열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무능 속 빈곤과 범죄에 시달리는 온두라스는 도보나 차량을 통해 무리 지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 행렬, 이른바 '캐러밴'의 주요 출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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