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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05 | 조회수 : 198

제목 : <사회> '중년 히키코모리'에 놀란 일본, '취직 빙하기 세대' 지원 나서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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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1984년생)에서 44세(1975년생)까지. 일본에서는 이들을 ‘취직 빙하기 세대’라 부른다. 버블 경제 붕괴 뒤 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급격하게 줄인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사회에 나와, 연간 10만 명 안팎이 취업에 실패했다. 이후 고용 상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취업 시기를 놓친 사람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35~44세 비정규직과 프리터(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는 총 371만명으로, 세대 전체의 약 22%를 차지한다.  
  
일본 정부가 이런 ‘취직 빙하기 세대’를 위한 구제책을 마련하고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6월 각의에서 결정되는 경제재정 운영지침에 향후 3년 간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정규직을 30만 명 증가시키겠는 내용을 담은 ‘취직 빙하기 세대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한 비용을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35~44세 인구는 약 1700만 명이다. 이들 중 정규직을 원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답한 ‘비자발적 비정규직’ 약 50만 명과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장기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상태로 있다가 사회로 나오기를 원하는 이들까지 약 100만 명이 이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교육 훈련에서 취업까지 지원’하는 전문 창구 설치,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등이 꼽힌다.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이 세대를 채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늘리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취직 빙하기 세대’를 집중 지원하는 것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방치할 경우 미래 사회 보장비의 증가는 물론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80대가 된 부모를 안정적 수입이 없는 50대 자녀가 간호하거나, 중년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를 수익이 끊긴 80대 부모가 돌봐야 하는 이른바 ‘8050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 세대를 노동 시장으로 이끌어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다. 특히 일손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 및 운송, 농업, IT 등의 분야에서 이 세대의 정규직 취업을 촉진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경제 단체,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 등이 협력을 강화해 이들 세대의 취업을 지원하는 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바(千葉)현 노인복지 시설의 현장 책임자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40대는 아직 젊다. 일하러 와주면 우리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젊은 시절 취업에 실패한 후 장기간 집에 틀어박혀 있던 ‘중장년 히키코모리’의 범죄 사건이 최근 잇따르면서, 사회 안정화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달 28일 아침 등굣길에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주택가에서 통학 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범인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ㆍ51)는 히키코모리 성향을 가진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차관급)을 지낸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ㆍ76) 가 도쿄 자택에서 장남 에이이치로(英一郞ㆍ44)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구마자와 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고 자주 폭력성을 보였다”며 “가와사키시 사건을 보고 아들도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제대로 된 해법이 도출되지 않은 채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20~30대이던 히키코모리는 방에 틀어박힌 채 40~50대 중장년이 됐다. 일본 내각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61만 3000명으로 추산된다. 

 

 

 

출처: 중앙일보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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