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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30 | 조회수 : 135

제목 : <정치> 아베 시정연설 한국 의도적 무시...노림수 세 가지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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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시정연설에서 이례적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을 빠트렸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자위대 초계기의 ‘위협 비행’ 논란으로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의도적 무시로 한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첫날인 이날 올 한해 국정 방침을 담은 시정방침연설에서 한-일 관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서도 표현 수위는 달리하면서도 한국을 따로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아예 생략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납치 문제의 해결을 향해 상호 불신의 껍질을 부수고, 그다음엔 내가 직접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해 여러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겠다”며 강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 과정에서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해 가겠다”고 말한 대목에서만 유일하게 한국을 언급했다. 한국과의 관계를 북한을 다루는 데 필요한 ‘수단’ 정도로 ‘격하’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베 총리에 이어 외교연설에 나선 고노 다로 외상은 영토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는 “일-한 청구권 협정,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한 합의 등 국제적 약속을 지킬 것을 (한국에) 강하게 요구한다.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에 대한 일본의 주장을 착실히 전달하며 끈질기고 강하게 대응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시정연설을 통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계속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2013·2014년까지는 이전 정부들처럼 한국을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표현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뒤인 2015년엔 ‘기본적 가치’를 제외한 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만 표현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2016·2017년엔 한-일 군사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전략적 무시’ 카드를 꺼낸 것은 세가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의 이날 연설에서 도드라진 부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때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된 미-일 관계, 최근 관계가 부쩍 개선된 중-일 관계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아베 총리는 미-일 관계에 대해선 “일-미 동맹은 역대 가장 강한 동맹이 됐다”고 말했고, 중-일 관계는 “지난해 가을 (나의) 중국 방문으로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일본에 한-일 관계를 당분간 방치해도 될 정도의 외교적 체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두번째로는 지난해 초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크게 줄어 한-일 안보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줄어든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 2013년 ‘방위계획대강’에선 한국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방위대강에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미-일) 3국 간 연대를 강화한다”는 추상적 표현에 그쳤다. 마지막으론 한-일 대립이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그에게 뜻밖의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8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국민 62%가 자위대 초계기 저공비행 문제와 관련해 자국 정부에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번 갈등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6%포인트 오른 53%를 기록했다.

 

일본이 당분한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한국 정부도 대응을 더욱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는 “한-일 관계가 너무 악화되지 않도록 절제된 대응을 하며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가 바뀌고 북-일 대화의 필요성이 커지면 한국과 협력하려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19-01-28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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